불을 때면 불 속으로 내가 들어간다.
불을 때는 나는 없다.
불 속으로 들어간 나는 불꽃으로 인다.
불 속에서 나만 자꾸 켜져 간다.
불 속에 보이는 나.
거울보다 더 잘 비치는 불이다.
빨간불, 노란불, 파란불, 흰불.
불 색깔에 따라 내 모습도 달라진다.
계족산 앞으로 달이 떠 있고
불꽃은 달을 향해 인다.
불꽃이 따스하다.
가을 끄트머리에 모닥불을 지폈다.
소나무 향기 짙게 불꽃이 인다.
불 속에 내가 인다.
빨갛게, 노랗게, 파랗게, 희게 인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0DC74C4EC0AF050E)
*아루치 마루치를 들으며 군불 지피면
나는 없고 불꽃만 있었습니다.
어렸지만 그 무념무상의 시간,
눈으로 불꽃을 쫒다 어느새 아이의 모든 것이 불꽃으로 들어가는 그 시간,
힘든 시골 겨울,
군불 때 던 그 시간을 좋아했던 아이는 이제 쉰을 훌쩍 넘겼습니다.
참 오랫만에 장작불을 지피니,
아루치 마루치 들으며 아궁이 앞에 앉아 군불 지피던
그 아이가 군불 속에서 마치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불꽃이란 타임머신을 타고서 말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0B064C4EC0AF0717)
첫댓글 장작을 고르게도 패놓았더만..
그 장작을 불땀도 잘 들게 쌓더니
불꽃이 보기 좋게 타오르는걸 보며
따듯하네...참 좋다 ..싶었더니...
솔향기 솔~ 솔~불꽃이 피는 마당에
무구한 눈빛의 별 하나 내려왔던지요.
마루치 아루치 ~~군불 지피는 냄새...
활활 타는 장작불에 추위가 멀리 달아날 것 같아요.
멋진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