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행 지하철에 올랐다. 9시가 넘었으니 출근시간은 지났다. 그러나 승객이 조금 있는편이다. 물론 대부분 나이든 사람들이지만...
휠체어를 탄 60대 후반 남자가 보행기를 탄 두살배기 아기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덕분에 아기엄마는 열심히 휴대폰 문자놀음중이다.
문득 티비광고의 '아이러니'가 생각났다. 젊은 부부가 아이가 셋이다. 둘은 학교와 유치원을 다니고, 막내는 아직 어리다.
부모를 속썩이고 다투다가도 제형제라고 바깥에선 서로 돌보고, 위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그래서 '아이러니'한게 아니라. '아! 이러니~'힘들어도 아이들을 키우는 재미를 느낀다는 말이다.
사람들 90%는 휴대폰을 보고 있다. 무엇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이 옛날에는 어느 공통된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나 요즘은 자신이 보고싶은 것들만 본단다. 목에 밥들어 가는 것은 예전과 똑 같은데 말이다.
그러니 정치가 어렵고 경제도 어렵다. 능력향상보단 개성만 더 강해져 분열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갈수록 1인가구가 늘어가고, 노인 빈곤이란 사회문제가 우리를 압박한다.
먹고살기는 점차 힘들어 가는데, 누구처럼 자유만 외친다고 해결이 될까?
자칫 '빈곤속의 풍요'로 착각하여 현실과 괴리가 생기면 마음의 상처가 크질까? 두렵다.
휠체어 남자는 아기더러 장차 대통령감이라고 치켜세운다. 아기가 대통령이 뭔지 알고,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대통령은 성격이 모질고 독선적이어야 가능하다. 왜냐면 정직한 사람은 상대방의 권모술수에 견디지 못하여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전거가 실린다. 부산은 모르겠고, 서울지하철엔 토공휴일외에만 접이식에 한하여 가능하다고 하였다.
종점으로 향할수록 노인들만 남고 자리가 남아돈다. 지상으로 나오니 기분이 상쾌하다.
오동나무잎이 바람에 나부낀다. 가까운 어딘가엔 국화축제를 한다는 소릴 들었다.
가고파의 고향 마산의 국화축제를 한두번 가본일이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흥미가 적다. 인위적인 환경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사십리를 내리 걸었다. 지난주부터 발목이 뻐근한 것을 무리하게 걸었나보다.
그래도 어딘가에도 기록없는 내생의 의무를 다하고, 아직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는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