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생필품 부족 현상, 왜?
[해외] 민간기업의 사보타주...“사치품은 넘쳐”
편집자주] 니콜라스 마두로 새 베네수엘라 대통령 집권 후 야권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외신은 “베네수엘라에서는 국영기업의 생산성 저하로 화장실 휴지도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를 계속하며 마두로 새 정부에 대한 야권의 공격에 가담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언론인 모다이라 루비오는 이를 야권과 영합한 식료품 독점기업의 사회주의 정권에 대한 공격이라고 풀이한다. 그는 또 이러한 공격에 볼리바리안 혁명은 좌절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융에벨트> 30일자에 실린 베네수엘라 현 상황에 대한 그의 분석을 전한다.
28일 저녁(현지 시간) 콜롬비아와 국경을 나누는 베네수엘라 아푸레 주에서는 공산주의 정당의 한 지역 의원이 귀갓길에 저격 당해 부상을 입었다. 이 정당 기관지 <트리부나 포풀라>는 범인이 저녁 7시반 경 의원의 귀갓길에 매복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경찰은 가해자가 귀중품을 훔치려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외면했다.
사건의 배경에 대해 베네수엘라 언론학자 올가 드라그닉(Olga Dragnic)은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기 위해선 사회주의 블록 국가 또는 지난 1973년 칠레에서 발생한 일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시절을 떠올린다. 그는 오늘 베네수엘라에서 사용되는 수법은 냉전 시대와 같은 것이며, 목표는 또한 사회주의를 종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현재 주요 이슈는 상품 부족 현상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현재 기아로부터 자유롭다. 특히 세계식량기구(FAO)는 6월 16일, 베네수엘라가 1996년 유엔회의의 목표를 사전에 달성한 극소수 국가에 포함됐기 때문에 공식 시상할 계획이기도 하다. 당시 전세계 나라들은 2015년까지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이들의 수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8억 명이,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제도에서는 4,900만 명이 굶주리고 있지만, 이중 베네수엘라 인구는 아무도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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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jungewelt.de/ 화면 캡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신들은 수 주 동안 베네수엘라에서의 “결핍”, “생필품 부족”과 “공급위기”에 대해 보도하며, 슈퍼마켓의 빈 선반 사진을 유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은 한 조각의 빵을 얻기 위해 길게 줄을 서야 하는 “차비스모적인 카스트로 공산주의”에 있다고 한다.
볼리바리안 혁명에 맞선 심리전은 계속 되고 있다. 이는 우고 차베스를 반대하며 지난 14년간 지속됐다. 그러나 민중은 동요하지 않고 여전히 차베스가 이끌었던 반제국주의, 반자본주의의 사회주의 프로젝트를 지지하고 있다.
차베스 사망 이후 우익은 그들의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키고 있다. 민간 통신사의 방송에서는 계속해서 화장실 휴지가 없고, 닭고기, 돼지고기, 옥수수가 부족하다는 보도를 반복하고 있다. 민간 슈퍼마켓 체인 소유주는 그들이 통화 통제 때문에 식료품을 수입할 수 있는 외환이 없다고 주장한다. 통화 통제는 2003년 야권의 음모 때문에 도입된 바 있다. 그러나 그들은 물류 창고에 수입품을 비축하고 있다. 상점에 베네수엘라인들이 보통 식용유로 사용하는 옥수수유는 없지만 레바논, 이탈리아,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수입해온, 옥수수유보다 3배 비싼 올리브유는 있다.
또한 브랜드 의복, 향수, 사치품과 악세사리 수입에 달러가 부족하지는 않다. 옥수수가루는 없지만 선물용 은볼펜은 판매되고 있다.
이는 정책적인 면에서 단순하게 설명될 수 있다. 볼리바리안 혁명 시작 이래로 베네수엘라인들의 구매력과 소비는 강하게 증가했지만 국영 기업의 식료품 생산 능력은 이에 맞춰 증가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2019년까지 국영 기업 생산력 확대를 가장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국가의 대응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는 즉각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베네수엘라 최대 식품업체인 엠프레사스 폴라(Empresas Polar)와 같은 독점 자본 등 식료품 기업과 함께 협의해야 했다. 그러나 우익 야권과 연대한 기업들은 마두로 대통령을 가능한 빨리 탄핵시키고자 한다.
“혁명을 되돌리려면, 휴지 그 이상이 필요하다”
공식적인 정보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서 상품은 충분히 생산되고 있지만 유통을 중단시키기 때문에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맑스주의 경제학자들은 이밖에도, 약 7,000개의 민간 생산 및 무역 기업이 국가에 매년 400억 달러 규모의 상품과 서비스 수입을 신청하지만 수출은 30억 달러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지적한다. 기업들이 단지 30%까지만 그들의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 증대는 가능한 상황이다. 기업가들은 이를 보다 많은 외환을 사용하기 위해 국가를 압박하는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 자본가들은 자주 싼 잡동사니를 수입하거나 암시장에서 이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혼자가 아니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같은 나라들은 자체적으로 많은 식료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로의 이송을 협약했다. 차베스 정부에서 설립된 국영 식료품 연쇄점 메르칼(Mercal)과 프드발(Pdval)이 이를 판매한다. 이들 국영 식료품점은 당시에도 생필품 부족이 뒤따랐던 2002년 쿠데타의 결과로 생겨났다. 거대 독점기업과 경쟁할 수 없는 중소기업도 정부를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국가 기관과 공기업에 대한 개혁도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일반 서민들은 이전 시기의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가 했던 것처럼 미리 조리된 것이 없고 화학물질로 뒤범벅된 옥수수가루만 있을 때마다 도정된 옥수수로 아레파(베네수엘라 전통빵)를 생산하고 있다.
칠레에서는 1973년 여성들이 살바도르 아옌데 정부에 대해 냄비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가당 연유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화했다. 볼리비리안 베네수엘라는 치약 부족으로 흔들리지 않는다. 십년 이상 지속된 혁명 과정의 성공을 되돌리려면 화장실 휴지 그 이상이 필요하다.
[원문]http://www.jungewelt.de/2013/05-30/001.php
[원제]Wie 1973 in Chile
[번역]정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