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새였을 때
김이듬 여기 사육장이 있다. 나는 사육장 안에 있다. 나는 도망치지 않는다. 괴로운 일 있어도 참는다. 밥 먹으며 투닥거려도 토하지 않는다. 남긴 잡곡밥과 상추, 삶은 달걀 껍질을 들고 와 닭들에게 준다. 새빨간 볏을 가진 닭끼리 피 튀기며 싸웠나 보다. 징그럽고 끔찍할 정도로 깃털이 뭉텅 빠진 닭이 궤짝 옆 흙바닥에 쓰러져 꼼짝하지 않는다. 싸움에서 이긴 닭이 나를 향해, 아니 모이를 향해 뛰어온다. 모든 닭들이 나를 포위한다. 이 조류는 태초부터 날지 않았을지, 지상의 먹이를 놔두고 굳이 날 필요 없으니까 서서히 날개가 퇴화하여 날 수 없게 된 건지, 쓸 수 없는 날개는 왜 생겨난 건지…… 내가 새였을 때, 나는 고난이 오면 도피했다. 스트레스 받지 않았다. 멀리 날아가 버렸다. 멤버들과 나는 시골 숙소에서 합숙하고 있다. 어떤 결과 뒤에 동족성이 있다. 스트레스로 암에 걸린 건지, 병원으로 실려 간 멤버의 일을 나는 위임 받았다. 매일 아침 닭에게 모이를 주는 일은 나에게 맞다. 초록색 철망으로 둘러싸인 사육장 안에 나는 있다. 나의 닭은 울지 않는다. 나의 흰 닭은 웃지 않는다. 그러나 존재한다. 나는 짧게 날지도 않는다. 산만하고 무질서하게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없다. 날것 그대로의 희고 따뜻한 알을 발견한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정착감이 든다.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웹진》 2023년 12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