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격조했네요.
지난 학기 강의 평가 때에 마음 상하는 일이 있어서, 학생은 뭐하러 가르치나 싶기도 하고.... 일부러 카페에 발을 끊었습니다.
아예 폐쇄를 할까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이번에 김종호 박사가 서강대학교 HK 교수 임용 결정이 나면서, 그래도 후학 양성에 손을 놓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묵묵히 학문의 길을 매진한 뚝심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겠지만, 초심을 잃지 않으면 결국 세상이 다 알아준다는 캐캐묵은 말을 하고 싶네요.
8월 말에 와서 이제 9월부터 보스턴에서의 연구년 일 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뭐든지 물어보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되는 일이 정착 초기에는 매일 있으니, 이 주 정도 지났는데도 진짜 지치는군요.
거창한 학문적 계획을 세우기 전에, 화장실 하수구가 막히면 어떻게 뚫어야하나 무슨 세제를 쓰는지도 하나 하나 알아보지 않으면 안 되니, 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대강 정리가 되면서 조금 안정된 것 같아요.
교학 활동에 좀 치기도 하고, 나 혼자 내 공부를 맘껏 해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딸린 식구 시중이 만만치는 않겠지만,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연구년을 문헌에 푹 묻혀서 지내고 싶은데... 가능하겠지요? 이곳 옌칭연구소 오리엔테이션이 아직 진행 중인데, 캠퍼스 도서관 투어를 가서 어마어마한 서가에 깜짝 놀랐습니다. 여기 도서관은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책이구나, 확실히 알려주더군요. 열람실은 최소화, 그나마도 다들 빌려가기 때문에 열람실에 사람도 없었습니다. 얼마 전에 만나 뵌 지도교수님이 와이그너 도서관에서 뭔가 성과 올릴 생각하지 말고 그냥 그 안에서 이것저것 뒤적이면서 계속 놀라고 하셨는데, 무슨 말씀이신지 좀 알 것 같았습니다.
여하튼 가끔 들여다보는 옛 제자들도 있어서 겸사겸사 소식 전하고자 몇 글자 남깁니다.
언제까지 계속 공부를 할 수 있을지, 또 가르킬 수 있을 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싶네요.
지난 주 십여 년 전에 수업을 들었던 옛 학생이 이제는 선생님이 되어 또 자기 학생을 데리고 찾아오겠다고 메일이 왔었습니다(물론 여기 이러고 있어서 내년에 보자고 할 수밖에 없었지만). 감사하고 장하고... 또 한 편으로는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생각도 듭니다.
바깥에 있으니 한국 상황이 좀 더 잘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 생각이 들지만, 이제는 말 안 할라구요 ㅎㅎ
그럼 다들 잘 지내시고, 목표한 모든 일들을 잘 이루기를 바랍니다.
개학이네요.
첫댓글 보스턴은 가을께 일교차가 더 심해져 오전엔 날씨가 많이 쌀쌀하다고 들었는데 타지에서 꼭 건강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끝이 아니라 이제 또 다른 시작이지만 지금까지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곁에서 항상 격려해주신 선생님 덕분입니다. 늘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임용 소식 들었을 때 당장 찾아뵙고 싶었는데 타지에 계셔서 그러질 못했네요. 박훈선생님께서도ㅜ중국에 계시고...짧지만 또 긴 1년이지만 보스턴의 4계절을 일상에서 잠깐이라도 즐기시고 오길 바라요. ^^ 예강이는 생일을 보스턴에서 보냈겠네요. 야무진 아이라 적응도 잘 할거라 믿습니다. 메일로 소식 전하겠습니다. 건강 또 건강하세요. 선생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