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꾼들에겐 저마다의 숙제가 있는데 언제가는 해야할 과제다.
따라서 산꾼들에게 있어 숙제란 아직 가보지 못한 미답의 산이거나
채 끝맺지 못한 이어달리기의 나머지 구간등을 말한다.
백두대간 종주자나 지리태극 종주자들에게 해당되는 숙제는
경남산청 웅석봉(1099.5m)의 달뜨기능선과 그 남쪽의 가지능선일 것이다.
종주자 대부분이 웅석봉에서 그 걸음을 시작하거나 끝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간은 비단 종주꾼이 아니더라도 찾아볼 만한 명코스의 하나다.
특별히 내세울 암봉 하나 없는 평범한 산세를 이루고 있지만
깊고 그윽한 품은 지리의 여느 능선 못지않게 넓고 넉넉하고
호젓한 등로에 그윽한 정취를 더하고 있고 지리산의 조망은 더욱 특별하다.
특히 천왕봉 동남쪽의 웅혼한 산세는 이곳에서 볼때 가장 감동적이다.
천왕봉과 동부능선 황금능선 남부능선등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산행을 한다
달뜨기능선은 이병주의 대하소설'지리산'에서 공식적으로 첫 언급돼
산꾼들의 뇌리에 빨치산의 애환으로 각인돼 있고
이방산은 지리산 남쪽에 우뚝 솟아 지리를 그리워하는 산으로 알려져 있다.
이태(李泰)씨의 수기 남부군에서 빨치산들이 지리산으로 이동하는 여정 중의 한 내용으로
앞서 가던 문춘 참모가 걸음을 멈추고 한참 정면을 바라보고 있더니
뒤를 돌아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동무들! 저기가 달뜨기요. 이제 우리는 지리산에 당도한 거요!”
눈이 시원하도록 검푸른 녹음에 뒤덮인 거산이 바로 강 건너! 저편에 있었다.
달뜨기는 그 옛날 여순사건의 패잔병들이 처음으로 들어섰던 지리산의 초입이었다.
남부군은 기나 긴 여로를 마치고 종착지인 지리산에 들어선 것이다.
제2병 단 이래 3년여의 그 멀고 험난했던 길을 이제 다시 그 출발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1천 백의 눈동자가 일시에 그 시퍼런 연봉을 응시하며
“아아!”하는 탄성이 조용히 일었다.
여순 이래의 구 대원들이 마치 고향을 그리워하듯 입버릇처럼
되 뇌이던 달뜨기…… 이현상이 ‘지리산에 가면 살 길이 열린다’고 했던 빨치산의 메카
대 지리산에 우리는 마침내 당도한 것이다.
나는 형언하기 어려운 감회에 젖으며 말없이 서 있는 녹음의
산 덩이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지리산아,이제 너는 내게 어떤 운명을 가져다 주려느냐?
빨치산들이 웅석봉을 들어서는 모습을 이태씨가
'남부군'에 묘사한 글의 일부......
그 당시 빨치산들이 입버릇처럼 되뇌었다는
[달뜨기]는 웅석봉(1099m 경남 산청)을 일컬음인데,산청읍 쪽에서 바라보는
북사면의 산자락은 오금이 저릴 정도로 험한 산세를 이루고 있고
정상에서는 북서쪽의 능선을 따라 지리산 동부능선과 맞닿는
지리산권역의 헌걸찬 봉우리이다.
산길은 59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밤머리재(산청 삼장면, 금서면)를 출발하여
웅석봉에 오른 뒤 다시 능선 갈림길(삼거리)로 되돌아와 감투봉∼이방산을 거쳐
덕교마을(삼장면)로 하산하는 코스로 잡았다.
밤머리재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지리산 써리봉에서 갈래 친
황금능선이 굽이굽이 꿈틀대며 남으로 남으로 치달아 가고,
왼편으로는 웅석봉에서 시작된 병풍 같은 달뜨기능선이 역시 남으로 내 달린다.
그 사이로 양쪽의 산에서 발원한 크고 작은 계곡 물들이 모여 덕천강을 이루고
그 강의 굽이마다 마을들이 자리잡았다.
홍계리,평촌리,석남리,덕교리,대포리,내원리등 마을마다 평화롭기 그지없다.
밤머리재
달뜨기능선
수양산방향의 능선
천왕봉조망
써리봉과 황금능선조망
산길은 고개 동쪽 비탈길로 들어서며 시작된다.
약20분 진행하면 북쪽 기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만나고
지곡사 방향 갈림길이 있는 왕재까지는 다시1시간여를 더 올라야 한다.
마치 분화구를 에워싸듯 빙 둘러 이어지는
북북서 방향 왕산∼필봉산 능선의 모습이 이채롭다.
산길은 아주 잘 나있고 곳곳에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어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왕재에서 30여분이면 웅석봉 정상과 감투봉∼이방산 갈림길이 있는
능선의 평평한 숲속 삼거리에 닿는다.
이 곳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방산 방향)이 이른바 ‘달뜨기능선’으로
정상을 다녀와서 진행하여야 할 방향이다.
삼거리에서 약 50분이면 정상에 올랐다가 되돌아 올수 있다.
지금까지의 가파른 길과는 달리 정상 부근은 아주 완만한 산세를 이룬다.
대원사계곡
웅석봉 정상은 온전히 천왕봉을 위해 만들어진 봉우리다.
천왕봉은 그 이름처럼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고
호위하듯 중봉과 하봉 그리고 왕등재가 웅석봉까지 꿈틀대며 이어지고 있다.
바로 앞으로는 곰이 떨어져 죽었다는 절벽이 곰골로 천길 단애를 이루고 있다.
북쪽으로는 나트막한 구릉에 자리한 산청읍내가 손에 잡힐 듯 지척으로 보이고
그 사이로 이리저리 굽이치는 경호강이 흐른다.
경호강 건너로는 둔철산(811.2m)이 또한 지척이다.
남쪽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진양호와 섬들이 점점 떠 있는 남해바다가 보인다.
능선 너머로 달이 뜨면 새재에 숨어있던 빨치산들은 그리움에 눈물을 지었다.
저 아래에 두고 온 고향과 식구들을 그리며 갈수 없는 안타까움에
손톱만 깨물었을 그 달뜨기능선에는 신록이 무성하다.
웅석봉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있고,통신 안테나가 있고
곰 한 마리가 그려진 정상석이 있었다.
가는 길
대진고속도∼단성IC(지리산)∼20번국도∼시천면(덕산)∼59번도로∼밤머리재
웅석봉은 지리산을 가장 잘 바라다 볼 수 있는 곳
웅혼한 지리산의 모습은 생각만해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정상에서 정면(동북방향)으로 나있는 길은 지곡사나 어천으로 연결된다.
삼거리로 되돌아오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능선산행이 시작된다.
인적 드문 호젓한 길이 이어지고 중간중간 시계가 트인 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지리산은
경외심을 품게 할 정도로 웅장한 모습이다.
삼거리에서 1시간30분쯤 진행 이후 만나는 오른쪽 급사면으로 내려서는 길은
딱바실골을 거쳐 홍계리로 이어지는 길인데,
다소 험한 코스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딱바실골/마근담 이정표를 지나 감투봉까지는 삼거리에서
적어도 3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운행시간이 늦어졌다면 감투봉 지나 만나는 임도를 따라가다가
덕교마을로 내려서도록 한다.(1시간 소요)
감투봉에서 이방산까지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며 이방산에서는 능선을
잠시 다시 되돌아 와 왼쪽(서쪽)
덕교리 하산길로 들어서면 된다.(1시간20분소요)
등산코스
밤머리재-웅석봉-달뜨기능선-수양산-시무산-덕산
(약20km 9시간/자유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