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소
오수현
매주 월요일, 우리는 하루 종일동안 한가지 수업만을 듣는다. 오전부터 저녁 먹기 전까지 하나의 수업, 즉 한가지 주제로 한다는 것이다. 아.. 얼마나 따분하고 지루한가. 내가 2학년이 됬을 때부터 이런 수업이 생겨났는데, 우리는 이것을 ‘프로젝트 수업’이라 부른다.
2학년 2학기때는 퍼머컬쳐 프로젝트 수업, 이번 학기에는 무슨 프로젝트 수업을 들으면 좋을까?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주말에 집에 올라왔는데 엄마가 ‘라디오 프로젝트’을 권유해주셨다. 나도 그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었던터라 라디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라디오프로젝트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프로젝트이다. 우선 라디오 본방을 진행하기 전에 당연하지만 라디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워크샵 과정을 거쳤다. 생각보다 어려웠다. 책도 읽어야 하고 여러 가지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아서 굳이 내가 내 시간을 들여가며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다. 마지막 워크샵과정인 1인 라디오때는 혼자서 원고를 마감하고 DJ (목소리내는 사람) 까지 모두 해야되서 더 시간이 많이 들었다.
워크샵 과정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방송을 하는 시즌이 찾아왔다. 방송을 위해서 팀을 나누고 각자 역할을 배정받아 그 역할에 충실하였다. 이제는 워크샵때보다 더 바빴다. 하지만 즐거웠다. 물론 정말 바쁘고 힘들어서 지치기도 했지만 방송을 할 때 마다의 그 짜릿함 때문에 계속하게 되었다. 나는 PD 겸 DJ이다. 두 개의 일을 한 번에 해야했기에 몸이 남아나지 않았다. 큐시트를 작성하고 작가와 DJ와 이야기하며 원고를 수정하고 또 라디오 방송의 총 책임을 맡고 있기에 일을 효율적이고 빠르게 진행해야만했다. 그러면서 팀 내부에 마찰이 생기기도 했지만 잘 넘어가고 방송을 했다.
두 개의 팀 ‘그대가 꿈에 빠지기 전 (그꿈전)’ 과 ‘하루를 마무리 하는 밤 (하마밤)’ 중 우리팀 그꿈전은 첫방송을 맡게되었다. 준비할 시간도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첫방송을 잘 마쳤다. 하지만 앞으로도 화요일 방송이기 때문에 시간이 애매해서 원고도 마무리하지 않은 채 들어간 적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즉흥멘트를 좋아하기에 별 문제는 없이 잘 넘어간거 같다.
프로젝트 체험학습에 가서는 정말 재밌는 일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CBS 방송국 견학인데, 일단 너무 익숙한 그 느낌이 좋았다. 목동과 우리 집은 굉장히 가깝다. 그래서 목동을 갈 때 CBS 방송국이 있는 거리를 지나다녔다. 근처에 있는 파리크라상, 메가박스, 교보문고등 모든 곳이 익숙한데 CBS 안으로 들어간 것은 처음이기에 그것 자체로도 너무 신기했다. 항상 지나다니던 길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간건 처음이니깐. 그리고 실제로도 목동에서 우리 집이 보여서 참 슬프고도 좋은 기억이 남는다. 그리고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바로 초등학생때 아빠가 들려준 라디오가 바로 93.9 CBS FM ‘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이기 때문이다. 등교시간때마다 들었던 방송의 방송국을 실제로 가보니 그것도 너무 신기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날에 라디오를 들으며 초등학교로 등교할 때 아빠차 안에서 듣던 라디오의 추억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앞으로 목동을 지나다닐 때 그 날 CBS를 소개시켜준 PD님을 만나게 된다면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라디오 프로젝트가 좋았던 이유는 라디오에 대해서 알게되고, 방송국 견학을 가보는 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나에게 가장 좋았던 이유는 프로젝트 수업이 오직 월요일만 하는 수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주일 내내 방송을 준비하고 방송하는 날도 월요일이 아닌 화요일인데 감히 월요일만의 수업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