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 동요냐?"
루브 형이 내 시디 케이스에서 시디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아...예전에 엄마가 사두신 거야."
내가 어렸을적, 엄마는 유명 부띠끄를 운영하고 계셨다. 일때문에 나혼자 - 혼자라고 해봐야 우리집 고용인 휘렌 누나도 있었고 외로움 탈 일은 없었다-있는 일이 많아지자 어머니가 나 들으라고 사놓으셨던 음악이 제법 되었다. 지금도 비오거나 하면 가끔 듣기는 하지만, 가만....저거는?
"형, 나 그거 안 듣는데."
"응? 뭐라고 했어, 카류?"
내가 형을 말리려고 입을 열었을 때, 형은 이미 시디를 기계에 넣고 음악을 튼 후였다. 곧 한 때 내가 좋아했던,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으아아ㅡ 어릴 적 악몽이 마구 떠오르려 하고 있어ㅡ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 나는 네가 좋구나
파란 머리 천사 만날 때는 나도 데려가주렴
피아노 치고 미술도 하고 영어도 하면 바쁜데
너는 언제나 공부를 하니 말썽쟁이 피노키오야
우리 아빠 꿈 속에 오늘 밤에 나타나 내 얘기좀 잘해 줄수 없겠니
먹고 싶은 것이랑 놀고 싶은 놀이랑 모두모두 할 수 있게 해줄래ㅡ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 나는 네가 좋구나
장난감의 나라 지날 때는 나도 데려가주렴
숙제도 많고 시험도 많고 할일도 많아 바쁜데
너는 어째서 놀기만 하니 청개구리 피노키오야
우리 엄마 꿈 속에 오늘 밤에 나타나 내 얘기좀 잘해 줄수 없겠니
먹지마라 살찐다 하지마라 나쁘다 그런말좀 하지 않게 해줄래ㅡ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 나는 네가 좋구나
파란 머리 천사 만날 때는 나도 데려가주렴
학교다니고 학원다니고 독서실 가면 바쁜데
너는 어째서 게으름 피니 제페토의 피노키오야
엄마 아빠 꿈속에 오늘 밤에 나타나 내 얘기좀 잘해 줄수 없겠니
피노키오 줄타기 꼭두각시 줄타기 그런아이 되지 않게 해줄래ㅡ 그런 아이 되지 않게 해줄래ㅡ
음....내가 어렸을 때는 이 노래를 꽤나 좋아했었다. 어느 날 아빠가 와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묻기 전까지는 말이다.
'카류는 무슨 노래가 제일 좋아?' '피노키오!!' '그래? 아빠한테 들려줄수 있어?' '웅! 꼭두각시 이녕...' 아빠는 내가 노래를 부를 수록 얼굴이 무섭도록 굳어져 가셨고, 결국 그 날 유독 일찍 오신 엄마와 대판 부부싸움을 벌이시고 말았다. '대체 애한테 무슨 교육을 시켰길래 애가 그런 노래를 불러!' '애가 무슨 노래를 좋아하든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난 저 애 아빠야! 난 애한테 충분히 상관할 권리를 가졌고, 지금은 그 상관할 때야! 한국 교육열이 과한건 알고 있었지만 아직 네살 밖에 안된 애가 뭐? 피아노? 미술? 영어? 숙제에 시험이라고? 독서시일? 당신 정말 이럴거야?' '하? 내가 애한테 그런 거 시키는 거 봤어? 교욱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당신 집안이 그런건 더 지독한 거 알아? 당신이 말한 그런건 다 시키는 데다가, 몇 개 국어가 기본이라고? 악기를 뭐, 몇가지를 다뤄? 그게 인간이 할 일이냐!' '난 아직 카류에게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어!' '애가 지 형들 하는 거 보고 지레 겁먹어서 운 거 아냐!!' 그 날, 부부싸움은 결국 내 울음으로 중단되고 말았었다. 음. 내 나이 네살이었지.
"어린애 노래 따위로 싸우는 더러운 세상!"
"응? 뭐라고, 카류?"
"....아무것도 아니야, 형."
아. 흥분했었나 보다. 내 갑작스러운 외침에 루브 형이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아, 민망해라. 흠흠, 내 헛기침에 루브 형이 살짝 웃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해, 형.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갖고싶어 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장난감만 사다주면 그만인가요, 예쁜 옷만 입혀주면 그만인가요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건데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알약과 물약이 소용있나요
언제나 혼자이고 외로운 우리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세요 사랑해주세요ㅡ
그 다음에 좋아했던 노래는 이거였다. 어른들은 몰라요. 정말...엄마랑 아빠랑 싸웠던 게 나에겐 트라우마였나보다.
"나 전에, 이 노래 듣다가 아빠 전화 받은 적 있었어."
"너 원래, 노래는 집안이 울리도록 틀어 놓잖아. 전화기 건너편에서도 아버지 확실하게 들으셨겠다."
"응. 그래서 아빠, 바로 한국으로 날아와서 한달간 집에 있다 끌려 갔잖아."
루브 형이 부들부들 떨면서 웃었다. 나는 잠시 형을 째려 보았다. 형은 그냥 아빠의 팔불출 행동이 웃기겠지만 내겐 정말 심각한 일이었다. '내 아들이 외로워, 내 아들이 마음이 아파'를 중얼거리며 아침에는 모닝 키스를, 저녁에는 굿나잇 키스를 요구하시던 아빠는 정말 나보다 외롭고 마음이 아파보였다는 걸 알려나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그런 아빠를 보며 더 외로워졌다. 세상에서 아빠를 믿고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다. 그건 아빠 나름대로는 사랑해주는 거였겠지만 내가 볼 때에는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말이 진리임을 알게 해주는 거였기 때문이다. 결국 하르몬 형에게 뒷덜미가 잡혀 끌려가는 아빤 정말....오죽하면 라인 아저씨도 아빠를 구해주지 않았을까.
"그게 그 일 때문이었나."
하도 웃다가 숨이 막혀 헉헉대면서도 형은 웃음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결국 침대 위에 늘어진 형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형, 아빠가 세상을 속일지라도 형은 힘을 내야 돼. 아빠한테 지면 안되는 거야.
"응. 그래서 난 이제 저 시디 안들어."
어떻게 된 어른들이 노래 가사를 진짜로 아는 건지 모르겠다. 원래 어릴 때는 가사 별로 생각 안하고 그냥 노래가 신나고 재미있으면 좋아하지 않나? 아님, 나만 그런건가? 대체 네다섯살 어린애가 동요 가사를 음미하면서 '아, 역시 세상은 이런 거였어. 세상은 살 가치가 없어.' 라고 중얼대야 한다는 건지 난 당췌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아버지도 재미있는 분이셔."
난 재미 없거든. 루브 형은 숨을 몰아쉬다가 다시 그 일이 생각났는지 몸을 떨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다정다감하던 아빠가 왜 형이랑 싸운 건지 나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
너한테만 다정다감한 거란다, 카류야.
하만 한국 거주 1주차
하르몬: 회장님, 빨리 돌아오십시오. 제가 임의로 처리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게 뭡니까?
하만: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하르몬: 시대 앞서가는 개그 하지 마시고 빨리 오십시오.
2주차
하르몬: 빨리 오시란 말입니다 회장님. 각 부 부장들도 아버진데, 이제 회장님의 부성애에 기가 질리고 있답니다.
하만: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하르몬: 그 소리는 대체 몇 번을 하실 겁니까?
3주차
하르몬: 이제 각 부 책임자들이 자기 아들 껴안는 것도 무섭답니다. 안오실 겁니까?
하만: 지금은 곤란하다...
하르몬: 이거 녹음이지? 빨리 안오시면 끌고갈 겁니다!!
4주차
하르몬:(눈이 풀려있다) 싸우자 자식아. 내게도 퇴근할 권리를 줘!!
하만: 지금은 곤...
하르몬: 닥쳐!! (하만, 끌려간다. 카류, 저 멀리서 손을 흔든다. 어디선가 만세 소리가 들려온다.)
첫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이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번편은 하만의 팔불출부성애 특집인건가요?ㅋㅋㅋ 하르몬....불쌍한것ㅎㄷㄷ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달려달라ㅋㅋㅋㅋㅋㅋㅋㅋ유머센스가 천지를 울리는군요(으응?) 랄까, 동요 보면서 잠깐 숙연한 기분이 들었어요. 어머,카류. 너 어렸을적에 많이 외로웠구나ㅠ 그런데 이상하게 웃음이 나는 이유는 대체 뭐죠?ㄷㄷㄷ 그리고 루브, 한마디만 하자면, 너도 니 아버지 못지 않단다ㅋㅋㅋㅋㅋ
그런 겁니다!! 하르몬 군은 평생 직장이라 쓰고 노예 계약이라 읽는 곳에 취직하셨습니다 ㅋㅋ 하지만 남들이 볼 때는 위너 정규직에 연봉 죽이는 멋진 직장이지요 ㅎㅎ 요즘은 정치인들이 개그를 하고 개그맨들이 정치 이야기를 하더군요 ㅎㅎㅎ 카류는 어릴 적에 외롭지는 않았답니다 ㅎ 그런데 하만이 외롭게 했지요... 어린 나이에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카류...ㄷㄷㄷ 루브는 별 일도 하지 않았는데 왜 하만과 같은 개그 캐릭터가 되었을까요 ㅠㅠ 미안하다 얘들아 ㅋㅋ
ㅋㅋㅋㅋㅋ 부전자전 루브가 싸운이유는 그거겠죠...? 흠흠흠. 그저 카류가 너무 귀여워서 소녀는 감동의 물결에 푹 빠져서 그대로 레포트를 내러가도 될것같은 기분입니다. 아아아아, 에즈님의 글은 정말 삶의 낙,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 꺄울~ 너무너무 햄볶아요. 아픈 데는 괜찮으신가요? 다 나으셨겠죠? ㅎㅎㅎ 저 잘읽고 가요~>ㅁ<
어쩌면 루브는 아빠 내게도 관심점하고 싸웠을지도 모릅니다 ㅋㅋ 하만은 옛다 관심했을지도 몰라용 ㅋㅋ 하지만 여기서 루브는 하만 못지 않은 푼수... ㄷㄷㄷ 아픈 데는 며칠 죽먹고 나았답니다 ㅎㅎㅎ 요새는 별거별거 잘먹고 다녀요 ㅎㅎ 걱정해주셔서 정말 감동했사와요 ㅠㅠ 다음편에서는 아르윈 가 녀석들만이 아니라 그 산하 가문들중에도 카류를 랑싸하는 팬클럽이 많다는 것이 드러날 거에요 >ㅁ< ㅋㅋㅋ 어쩌면 저쪽, 지구 한 구석에서는 이번달 카류님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자축하는 파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ㄷㄷㄷ 제가 썼는데도 뭔가 무섭군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하르몬과 하만 콤비는 종종 엉뚱한 곳에서 웃음을 유발합니다 (두둥!!) 하만은 밖에서는 카리스마 만땅의, 세계 경제를 책임지는 건실한 사업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런 면모가 이곳에서 드러날지 의문이군요 ㄷㄷㄷ 사실 아스트라한의 분식집에 드나들어도 사람들이 못알아보는 이유는 이것이랍니다 ㅋㅋ 매치가 되지 않아요!! 프리실라님 예리하시군요 ㄷㄷ 여기서의 카류는 전생따위 기억못한답니다 그래서 어두운 면도 없고 어른스러운 면도 없는, 기냥 애교덩어리여요 ㅋㅋ 막내 특유의.. 그래서! 후계자 다툼따위 없답니다 ㅋㅋ 여기서야 그냥 카류가 손가락 입에 물고 '나 후계자'하면 그냥 될 것 같지만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