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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너무해, 렉스! 어떻게 그런 잔인한 제안을 할 수 있는 거야? 메리엘에게 케리와 아이 중 한 명을 선택하라고 하다니! 그냥 우리가 알아서 할 수도 있는 일이잖아. 꼭 메리엘에게…….”
“닥쳐, 유라!”
철창에 갇힌 메리엘을 두고 실험실에서 나온 렉스를 향해 성큼 다가온 유라가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소리쳤다. 스피커를 통해 그들의 대화를 들은 게 틀림없었다.
렉스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그런 그녀가 못마땅하다는 듯 크게 호통 쳤다.
그 소리가 연구실 전체에 울려퍼질만큼 쩌렁쩌렁해 흥분했던 유라의 심장은 일순 위축되었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는 듯 유라는 용기를 내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메리엘과 아이는 살리고 케리는 그냥 이 나라를 떠나게 하자, 렉스. 우리가 만든 실험의 부작용으로 인해 케리도 고통을 받을만큼 많이 받았잖아.
게다가 인간과 인공 생명체의 결합에 따른 놀라운 산물을 우리에게 안겨주었어. 이런 그녀의 공로를 어느 정도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이별만으로도 그들에겐 큰 형벌인 셈…….”
“공로, 공로라고? 케리의 공로? 헛소리 지껄이지 마, 유라!”
“렉스.”
“넌 우리의 목표가 무엇인지 잊었던 거야? 그녀는 우리의 목표를 엉망으로 만들었어.
인간이 배제된 완전무결한 생명체와 그 가족을 탄생시키고 싶었는데, 그런 종족을 만들어 내고 싶었는데,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깨끗하고, 투명하고, 차가운 완벽한 것.
불멸의 아름다움을 지닌 생명체를 만들어내고 싶었는데! 역겹고 추한 몰골을 한 케리가 그것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어! 짓밟아 버렸다고!”
“다시 결합을 시도하면 돼. 인간이 아닌 우리가 만든 다른 생명체와.”
“다시라고? 다시는 없어, 유라. 다시는 없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검사를 해봤어. 그런데 결과가 어땠는지 알아?
케리와 결합함과 동시에 메리엘은 생식력을 완전히 상실해 버렸어. 생명을 탄생시킬 능력이 메리엘에겐 더 이상 없단 말이야!
쓸모없어졌어. 메리엘은 정말로 쓸모없어졌다고!”
“그런…….”
“다 없애버리겠어. 실험을 엉망으로 만든 그들을 다 없애버릴 거야!
그 둘이 낳은 아이 역시 저주해! 그건 쓰레기야! 폐기처분해 버리겠어.
내일 당장 사형을 집행할 거야. 메리엘이 보는 눈앞에서 케리와 아이를 죽여 버리겠어!”
“어떻게 그런 무서운 말을……. 대체 뭐가 널 이렇게 만든 거야?”
“세상이, 날 밖으로 내보낸 이 세상이! 난 복수할 거야, 유라. 이 세상에게!
그런 내게 유약한 인간들은 필요 없어.
너도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려면 그 입 닫아. 뭔 일을 당할지 모르니까.”
“렉, 렉스.”
어떤 상황에서든 무서우리만치 차분하고 냉정한 성격의 사내였다.
그런데 지금은 광기어린 사람처럼 분노에 사로잡혀 무시무시한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 내다니!
지옥에서 온 악마가 바로 그와 같으리라.
창백한 표정으로 잔뜩 긴장해있는 유라를 거칠게 밀치며 렉스는 자리를 떠났다.
충격으로 주저앉으려는 유라를 누군가가 뒤에서 부축했다. 제이드였다.
잔뜩 질린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는 유라에게 제이드는 흐트러짐 하나 없는 차분한 목소리로 다정히 그녀에게 말했다.
“괜찮아, 유라.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그녀를 진정시키는 그 목소리에 유라는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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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이 찢어지는 것 같이 아팠었다. 생명을 밖으로 토해내는 고통. 그것은 결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오랜 사투 끝에 후련함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캄캄한 암흑이 온 시야를 덮었다. 한동안 그렇게 어둠 속에 묻혀있었다.
눈을 뜨니 어둠 속에서 어슴푸레 비치는 빛이 그녀의 지친 몸을 은은히 감싸고 있었다.
삭막하고 적막한 연구소지만 그녀를 둘러싼 희미한 빛에 편안함을 느꼈다.
빛, 아무리 암흑 같은 절망 속에 있을지라도 한줄기의 빛은 언제나 인간에게 희망을 준다. 그것이 비록 헛되다 할지라도.
“정신이 좀 들어?”
갑작스런 타인의 목소리에 몸이 경직됐다. 다행히 한 핏줄의 목소리란 것을 알았을 때 십년감수한 듯 긴장이 일시에 풀렸다.
“유라.”
“가치가 있었니? 네 몸을 이렇게 혹사할 만큼 실험체의 아이를 가질 가치가 있었어?”
“유라, 실험체라고 하지 마. 그는 인격체야. 난 한 인격체의 아이를 낳은 것이고. 세상에 그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또 어디 있겠어.”
“바보, 이 바보야! 너도 메리엘도 모두! 두 사람 다 메저키스트라도 되는 거야? 왜 스스로 죽음을 자처하려하지? 대체 남는 게 뭐야?”
“삶의 의미.”
“뭐?”
“메리엘과 이 아이는 내게 살아가야 할 의미를 주었어. 곧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행복한, 그간 내가 잃었던 삶의 의미를 충만히 부여해 주었지.”
“케리…….”
“죽음을 앞두고 삶의 의미 운운하는 건 좀 우스운가? 하지만 진심이야. 살면서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없어. 이렇게 기쁨이 넘치고. 정말 후회가 없다, 유라.”
케리는 유라가 그녀를 만난이래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자애롭고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라는 한숨을 쉬며 체념한 사람처럼 입을 열었다.
“널…… 이해할 수 없어.”
“엄마가 되면 알 거야.”
“뭐야, 엄마가 된 지 얼마나 됐다고.”
“훗.”
“여유 있구나, 케리. 지금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지 알고 있으면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면 나쁜 감정보단 좋은 감정만 가지고 있다 맞이하고 싶어. 메리엘과의 사랑과 그 결실은 뜻하지 않았던 내 인생 최고의 축복이었어.
비록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할지라도. 이미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데까지 와 버렸잖아?”
케리와 대화를 나누며 끊임없이 표정을 바꾸던 유라의 얼굴이 굳어져있었다.
잠시나마 농담이 오간 것이 무색하게 유라는 긴장되고 어두운 표정으로 케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케리는 잔잔히 미소를 띠우며 경직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대답을 했다. 마치 고난을 초월한 사람처럼.
입씨름하기 싫은 듯 말문을 닫고 있던 유라는 케리의 손바닥 위로 분홍빛 알약 한 개를 얹어주며 대뜸 말했다.
“이 약부터 먹어.”
“?”
“몸의 회복을 앞당기는 약이야. 네 몸에 들을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먹어 봐.”
“아, 혹시 네가 개발한 약인 거야?”
“응. 널 생각하며 만들었어, 케리. 어떤 수술도 어떤 약도 네 몸을 치유할 순 없었지. 정말 절망적이었어.
내가 이 연구원 그룹에 동참하고 싶었던 건 인류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뭔가를 하고 싶어서였는데 말이야.”
“그래, 시작은 참 밝았었지. 인류를 위한다는 타이틀을 붙이고 말이야.”
“너도 알다시피, 언제부턴가 실험은 왜곡되어져만 갔지. 생명을 우습게 알고, 점점 어둠과 광기로만 채워지는 이곳에서 빛이 되는 뭔가를 혼자라도 하고 싶었어.
메리엘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게 많아. 이를 적용시켜 지치고 상처 입은 몸에 회복을 앞당기는 약을 개발하게 되었어. 임상 실험도 성공적이야.”
“역시 유라, 너라면 뭔가를 해낼 줄 알았어. 축하해.”
케리는 해맑게 웃으며 진심을 담아 그녀의 마음을 전했다. 그 밝은 얼굴에 불안한 유라의 마음 또한 잠시나마 평안을 찾아가는 듯 했다.
“아이는…… 렉스가 데려갔나?”
약을 삼킨 후 케리는 씁쓸한 미소를 띠우며 물었다. 유라의 얼굴은 다시 어둡게 물들어갔다.
“메리엘에게 데려갔어. 아이를 아빠도 봐야하지 않겠느냐며.”
“메리엘의 마음을 잔인하게 후벼 팔 계획이겠지. 안 봐도 눈에 선해. 무섭도록 차가운 얼굴의 그는 언제나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듯 보였으니까.”
“…….”
유라는 차마 렉스가 메리엘에게 한 제안을 케리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미친 듯 내뿜었던 렉스의 독설도.
말하지 않는 편이 낫다.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몸은 좀 괜찮아졌어?”
“에? 방금 약 먹었는데? 그러고 보니 고통이 좀 가라앉은 듯도 해. 즉효약인거야? 훗.”
“여기서 나가자, 케리.”
“응?”
“이 휠체어에 타. 부축해 줄게.”
“유라? 이게 대체 무슨…….”
케리는 유라의 돌발적인 행동에 의아해하며 그녀의 부축을 받아 휠체어에 앉았다. 유라는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신에게 반란을 일으킨 이곳은 곧 심판을 받을 거야.”
“!”
33
‘감정을 죽여라, 메리엘. 다 용서할게. 네가 감정을 죽인다면 지난 너의 잘못들은 모두 용서해 주겠다.
그 첫 관문으로 가족의 희생을 선택하는 거야. 말해봐, 메리엘. 케리와 이 아이 중 넌 누구를 선택할 거지? 메리엘.’
렉스의 말이 메리엘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고통스러웠다.
정말 렉스의 말대로 그가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 결단이라니, 사랑하는 사람과 피붙이를 두고 무슨 결단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메리엘은 신음하며 머리를 움켜잡았다.
“아앙.”
침대 위에 누워있는 작은 생명체가 몸을 오물거리며 작은 소리를 내었다. 그와 케리의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읏,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어!”
메리엘은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철창 쪽으로 다가갔다. 예전에 케리를 구하기 위해 상상하지도 못할 힘으로 철창을 구부린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 힘이 남아있을까? 남아있다면…….’
“앗!”
메리엘이 떨리는 손으로 철창을 잡았을 때였다. 엄청난 량의 전류가 흘러 그의 몸을 마비시키려 했다. 충격에 젖어 그는 본능적으로 철창에서 손을 떼었다.
‘뭐야, 대체. 어떻게 이렇게까지! 정말로 날 꼼짝도 못하게 할 생각이로구나!’
렉스의 치밀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생각해 낸 탈출구가 막히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하지?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메리엘은 초조한 심정으로 얼얼한 두 손을 움켜쥐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의 눈빛은 날카로운 칼처럼 번득였다. 비장한 결단이라도 내린 듯.
‘내 몸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일단 아이와 케리는 살려야 해!’
메리엘은 철창에서 최대한 물러났다. 목표물을 향해 달릴 준비를 하는 맹수처럼 메리엘은 철창을 향해 돌진할 자세를 취했다.
몸 안에 있는 힘을 다 끄집어내어 철창을 부술 생각이었다. 그의 몸이 엉망이 된다 할지라도!
“통구이가 되어 목숨을 마감하려고? 그런 아름답지 못한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려 하다니.”
전속력으로 질주하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들려온 낯익은 목소리가 메리엘의 발목을 붙잡았다.
“제이드.”
“아무리 너라 해도 이 철창에 감전되면 살아남지 못해. 이건 그야말로…… 동물을 전기구이 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 흐르고 있으니 말이야.
두 사람을 탈출시키기 전에 네가 먼저 죽을 걸? 목숨을 건 너의 행동이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되는 거지. 정말 그런 위험을 감수할 거야?”
“난 회복력이 빨라요.”
“인간보다 빠를 뿐이지. 즉시 회복되는 건 아니잖아? 네 몸이 회복될 쯤에 두 사람은 이미 네 눈앞에서 사라져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달리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인가요? 두 사람이 죽을 바엔 차라리 나도 같이 죽는 게 나아.”
“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 같군. 그런 면에 있어선 철인의 기질을 타고난 건가?”
“내가 가장 두려운 건 케리와 아이를 다시는 못 보게 될 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두 사람을 못 보게 되는 것이야말로 내겐 죽음이나 다름없어.”
메리엘의 푸른 눈은 흔들리지 않는 비장함으로 반짝였다.
그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제이드는 ‘그를 당할 자는 없다’라는 것을 시인이라도 하듯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부럽구나, 메리엘.”
“?”
“그렇게 자신 있게 케리에 대한 네 사랑을 증명해 보일 수 있으니 말이야.
나 같은 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성정을 지녔어.
넌 정말…… 완전무결한 것 같다. 우리의 실험은 성공이야. 성공한 거야.”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죠, 제이드?”
“케리를 행복하게 해줘, 메리엘.”
“제이드?”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이드의 부드러운 미소를 보았다.
언제나 냉담한 표정과 반응으로 일관한 그였는데, 숨겨져 있던 천연의 미소를 발한 인간 남자는 그 누구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아마도 케리는 이런 그의 모습을 사랑했었으리라.
“시간이 많지 않아. 적어도 20분 안에 연구소 밖으로 나가야 해.”
“그게 무슨, 어떻게 연구소 밖으로 나간단 말이죠?”
“이렇게.”
끼이이이익
컴퓨터 쪽으로 다가간 제이드가 버튼 하나를 누르자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메리엘이 서 있는 바닥 타일이 땅으로 꺼지는 가 싶더니 그 아래로 계단이 보이는 것 아닌가?
지하로 연결되는 통로가 틀림없었다.
“이건…….”
“지하 통로야. 이 연구소 곳곳엔 지하통로로 갈 수 있는 시설이 구비되어 있어. 여긴 정부도 알 수 없는 비밀 연구소야. 발각되면 연구원들 모두 감옥행이지.
만일을 대비해 눈에 띄지 않게 이동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마련해 둔거야.
세 곳의 위치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나와 렉스, 다크 뿐이지. 가장 먼저 이 연구소를 세운 멤버거든.”
하늘에서 동아줄이라도 내려온 것 같아 희망에 찬 표정을 지었던 것도 잠시, 메리엘은 다시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도망간다 해도 렉스는 날 찾고 말 거예요. 내가 어디에 있든지 다 아는 것 같았어.”
“네가 걸고 있는 그 귀걸이…….”
“네?”
“그건 위치 추적 장치야.”
“그럼 이것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하고 있어서 내 몸의 일부와도 같았어요. 뺄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하지만 이제 벗어버릴 때야, 메리엘. 그건 족쇄나 다름없으니까. 거울을 보고 0813으로 돌려봐. 네가 태어난 날이야.”
“!”
메리엘은 재빨리 테이블 위에 올려있는 거울을 통해 귀걸이를 바라보았다. 작은 링으로 된 금귀걸이엔 아홉 개의 숫자가 새겨있었다.
장식용 문양에 불과할 뿐이라 여겨왔던 번호들이 자물쇠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니, 메리엘은 그저 놀랄 뿐이었다.
“시간이 없다. 빨리 아이를 데리고 나가! 이곳은 곧 폭파될 거야.”
메리엘이 귀걸이를 빼내기 무섭게 제이드가 다급한 목소리로 재촉했다.
메리엘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잔뜩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폭파라니, 제이드, 대체 무슨 말이죠? 이곳이 폭파된다는 게…….”
“네가 내려간 뒤 정확히 10분 후에 자폭 시스템을 작동시킬 거야.”
“네에?”
“모든 비밀은 철저히 숨겨져야 해. 특히 이곳엔 인류를 위협할 연구들로 넘쳐나. 렉스는 세상의 왕으로 군림하겠다는 헛된 망상을 품고 있어. 그는 세상을 피로 물들일 계획인 거야.
더 이상 그 계획에 동조해 줄 수 없어. 내가 바라는 좋은 세상은 그런 게 아니니까. 적어도 사랑이란 감정은…… 존재하는 사회였으면 좋겠어.”
“제이드.”
“어서 가, 메리엘! 내려가다 보면 유라와 케리를 만날 수 있을 거야. 거기에 차 한 대를 대기시켜 뒀어. 운전 할 수 있지? 나한테서 배웠으니까.”
“하지만 당신은!”
“시스템을 작동 시킨 후 이곳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대피시켜 볼 생각이야. 서로 뜻은 다르다 해도 오랜 세월 함께 했던 동료들이야.
연구는 모조리 불태운다 할지라도 그들을 잃을 순 없어. 그리고 잠적해야겠지. 더 이상 그들과 연구를 지속할 생각은 없으니까.”
“자, 어서가! 정확히 10분 후 자폭 시스템을 가동시키겠어!”
“무사해야 해요, 제이드! 그리고…… 케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이 진심임을 알겠어. 아마 케리도 알 거예요, 분명히!”
제이드를 향한 메리엘의 마지막 인사는 절실했다.
아이를 품에 안고 재빨리 지하로 내려간 메리엘은 전속력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케리가 기다리고 있는 곳을 향해.
“그러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제이드는 씁쓸하게 미소를 띠우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자폭 시스템이 설치된 기기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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