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dcinside.com/board/napolitan/4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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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의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받은 것은 반드시 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돌려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참 바른 사람이라고 칭찬하지만,
사실 이건 나에게 있어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관계 결벽증에 가깝다.
내 인생의 장부에 부채가 기록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내가 이 아파트로 이사 왔을 때, 옆집에 살던 노인은 갓 구운 떡을 가져다주었다.
그날 저녁 바로 최고급 과일 바구니를 사서 그의 집 문을 두드렸다.
노인은 "젊은 사람이 참 깍듯하네"라며 허허 웃었지만,
그제야 마음속의 가느다란 빚줄기가 지워지는 것을 느끼며 안도했다.
이를 달갑게 여기지 못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그냥 고맙다고 하고 넘어가면 되잖아."
아니, 틀렸다.
호의는 칼날 없는 빚이다.
상대가 나에게 무언가를 베푸는 순간, 공기 중에는 보이지 않는 저울이 생긴다.
저울의 한쪽 접시가 바닥으로 묵직하게 내려앉는 찰나, 내 자존감은 반대편 공중으로 속절 없이 떠오른다.
그 불균형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
상대가 호의를 던지는 순간, 나는 즉시 그에게 종속된다.
채무자가 채권자 앞에서 고개를 숙이듯, 내 의지는 상대의 친절에 저당 잡힌다.
그 예속 상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하나 뿐이다.
내가 받은 호의의 무게보다 더 크고, 더 무겁고, 더 압도적인 무언가를 상대의 접시에 던져 넣는 것.
그제야 저울은 비명을 지르며 반대로 기울 것이다.
상황은 역전되었고, 이제 부채를 짊어진 쪽은 내가 아니라 저 사람이다.
상대가 느낄 보답의 무게감을 상상하며 집으로 돌아와 장부의 한 줄을 긋는다.
그것이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자, 나를 지키는 유일한 예의다.
그리고 최근,
나에게 아주 곤란한 채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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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몇 주 전, 퇴근길 지하철역 계단에서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빈혈로 정신이 아득해지며 뒤로 넘어지려던 찰나, 누군가 내 허리를 강하게 낚아챘다.
덕분에 머리가 깨지는 사고를 면했다.
나를 구해준 사람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대학생 청년, 지호 씨였다.
"괜찮으세요? 큰일 날 뻔하셨어요."
지호 씨는 환하게 웃으며 일으켜 세워주었다.
나는 고맙다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속으로는 치밀어 오르는 불쾌감을 참을 수 없었다.
생명의 은인.
이보다 더 무겁고 갚기 힘든 부채가 어디 있겠는가.
그 자리에서 지갑을 열어 현금을 건네려 했지만, 청년은 손사래를 치며 도망치듯 가버렸다.
덕분에 내 일상은 망가졌다.
잠을 자려고 누워도 지호 씨의 얼굴이 천장에 떠올랐다.
'저 사람에게 목숨값을 빚졌다.'
이 부채감을 털어내지 않으면 평생 그 청년의 발치 아래를 기어 다니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그 날 이후, 그의 집에 매일 같이 선물을 들고 갔다. 한우 세트, 명품 운동화 등등.
하지만 그 망할 청년은 번번이 물건을 돌려보내며 심지어 어제는 문 앞에 포스트잇을 붙여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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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괜찮아요! 당연한 일 한 건데요 뭘. 부담 갖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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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갖지 말라고? 지금 무슨 소리를 한건지 본인은 자각을 못한건가?
그는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을 넘어 조롱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보답을 거부함으로써 나를 영원히 채무자의 위치에 묶어두려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때문에 그의 친절한 미소는 나를 짓누르는 거대한 바위와도 같았다.
더 확실한 보답이 필요했다.
그가 거절할 수 없는, 아니, 거절이라는 선택지조차 존재하지 않는 압도적인 되갚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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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지호 씨의 일과를 관찰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왔다.
그가 늦은 밤 편의점에 가기 위해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봉고차 한 대가 지호 씨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아스팔트 위로 떨어진 신체가 기괴하게 꺾이며 몇 차례 굴렀다.
나는 숨을 죽인 채 어둠 속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고요한 단지 내에 지호 씨의 거친 신음과 피 비린내가 번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바닥에 고인 붉은 액체가 가로등 불빛을 받아 번들거렸다.
몸을 숙여 그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도 아직 숨을 쉬고 있었다.
그 순간, 입가에 경련 같은 미소가 번졌다.
단순히 그가 살아있어서 안도하는 웃음이 아니었다.
지난 며칠 간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자만이 지을 수 있는 만족의 미소였다.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고맙습니다. 사례는 곧 전달 드리도록 하죠."
짧은 통화였다. 그 몇 마디만으로도 계획의 절반이 완결되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고통에 일그러진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다음 번호를 눌렀다.
"네, 사고 신고하려고요. 아파트 단지 안인데 사람이 차에 치였습니다."
수화기 너머 상담원의 다급한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내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감미로웠다.
모든 것은 예고된 순서대로 완벽히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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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 씨는 수술실로 들어갔고, 대기실에서 그의 부모님을 만났다.
나는 그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가 현장을 목격했다고, 범인은 놓쳤지만 제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니 끝까지 책임지고 이 친구를 돌보겠다고.
그의 부모님은 내 손을 잡고 오열하며 고맙다고 몇 번이나 머리를 숙였다.
그들의 절박한 감사 인사가 내 장부에서 부채를 지워나가는 영수증처럼 느껴져 묘한 쾌감을 느꼈다.
안타깝게도 지호 씨는 영원히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인간이 되었다.
뇌 손상이 심해 자가 호흡조차 기계에 의지해야 한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기뻤다.
이제 그는 나 없이는 숨조차 쉴 수 없는, 완벽하게 귀속된 존재가 된 것이다.
그가 내게 주었던 찰나의 호의를 평생에 걸친 헌신으로 갚아줄 기회가 온 셈이다.
이 얼마나 공정하고 아름다운 거래인가.
기저귀를 갈아주고, 욕창이 생기지 않게 몸을 씻겨주고, 관을 통해 유동식을 먹여줄 때마다
그의 마음속 장부에는 내가 겪었던 것보다 수천 배는 더 무거운 호의의 빚이 차곡차곡 쌓여갈 것이다.
매일 아침, 나는 그의 앙상하게 마른 팔다리를 정성껏 주무른다.
그럴 때마다 묘한 전율이 일었다.
내가 이 팔을 주무르지 않으면 근육은 비틀릴 것이고, 내가 이 관에 음식물을 흘려보내지 않으면 이 몸은 굶어 죽을 것이다.
은인의 생명줄을 쥐고 있다는 감각.
이것이야말로 베풀 수 있는 가장 거대한 보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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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그의 생일이었다.
까먹을세라 정성껏 끓인 미역국을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삼키지 못하고 입가로 흐르는 국물을 수건으로 닦아주며, 귀에 대고 아주 낮게 속삭였다.
"지호 씨, 그거 알아요? 당신이 그때 나를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쯤 죽어서 이 즐거움을 몰랐을 거예요."
의식 없는 청년의 눈가에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의사는 단순한 생리 현상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안다.
그는 지금 지독한 부채감에 압도되어 울고 있는 것이다.
그 눈물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자꾸만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아야 했다.
침대 옆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고, 어둠 속에서 천천히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끊기지 않고 길게 늘어지는 빨간 사과 껍질이 마치 우리가 맺은 영원한 채무 관계처럼 보였다.
나는 다시 한번 솟구치는 웃음을 눌러 참았다.
“잘 자요, 나의 은인님.”
사과 조각을 입에 넣고 아삭 소리가 나게 씹었다.
나의 은인님, 아니지,
이젠 채무자님의 호흡기에서 새어 나오는 일정한 기계음이 마치 나를 향한 찬사처럼 감미롭게 들려왔다.
첫댓글 지호는 얘가 본인 차로 친거 통화듣고 눈치채서 우는거같은디
와 인성뭐야
고맙습니다. 사례는 곧 전달 드리도록 하죠
식물인간 돼도 다 듣는다던데 진짜 지호는 뭔죄냐...
정신병원을가
지호 불쌍하노..
야이 미친놈아
도라이아잉교ㅠ
스토커들이 이런 마음 일까?
불쌍해ㅜㅜ
미틴 지호 불쌍
헉 착하게 살았던 지호씨 일어나시고 이 사람이 누워서 지호씨가 보살펴주었으면.,,,그래서 이 사람 부채감 생겨서 죽기를 ㅠㅠㅠ 지호씨 너무 안됐어
재미있다
또라이야ㅠ
지호씨 미친놈 잘못 구해줘서 인생 망햇네..
헉 지호씨 또라이에게 잘못 걸려서 이게 뭐야 ㅠㅠㅠ
미친쉑 ㅠㅠ
개무섭네 지호 불쌍해..
와 진짜 제정신 아니고만
개또라이네 잘못걸렸다 진짜
와 돌앗나.....
개싸패새끼네 ㄷㄷ
야이 정병자샛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