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촌일기] 79. 느림의 미학
퇴촌의 봄은 좀 느린가 보다. 방방곡곡 꽃이 다 피고 지고 난 후에도 꿋꿋하게 자기 갈 길을 가는 것이 마치 어버이의 마음을 닮았다. 난 그래서 퇴촌을 사랑한다. 물러날 때 물러날 줄 아는 지혜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어서... <知止>
느티나무의 새싹.
흔하디 흔한 산풀의 새싹.
더덕도 새단장하고 기지개를 편다.
이끼의 몸부림.
고사리 친구 고비의 싹.
매실의 꽃. 일찍 피고 빨리 진다.
사과나무 홍옥의 수줍음.
엄나무 순과 가시의 조화.
금낭화의 추억만들기.
괭이발톱.
연산홍의 전조.
집앞 연산홍 축제가 매년 5월5일이 생일이었는데 올해는 이상기후때문에 일주일 당겨질 듯.
주목나무의 새순.
목단도 양지곁에서 몸부림치는 중.
배꽃의 자태.
배꽃의 수줍음.
단풍나무의 여린 싹.
모과나무의 싹.
생각 안나는 것도 하나 정도 있는 법.
복숭아 꽃.
장미 순의 발악. 진돗개 띠디가 다 뜯어 먹었다.
백합의 용트림. 오늘은 웬지 백합향 속에서 잠들고 싶다. 영원히...
은행나무의 싹. 수컷이니 상상 금지.
두릅 순. 고추장 생각하기 없기!
퇴촌의 봄은 이렇듯 두 박자 늦게 찾아온다. 난 갈수록 느림의 미학이 좋다. 생각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내 모습도 좋다.
2008.4.24 퇴촌 知止明家의 모습 |
출처: 知止明家 원문보기 글쓴이: 知止
첫댓글 초고추장 생각나는데요.ㅎㅎ. 살아보니 반박자 느린삶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겠습니다.
두박자도 좋습니다.
전에는 캠핑카 몰고 중국 온다더니만........한 두 박자 느리게 사는 삶이 더 여유로워 보이지죠.
때가 안되었나봅니다. 그 날이 있겠지요
아 맞다, 이제 두릅 철이죠?
두릅철 지나갑니다.
에궁 칭다오서 기다리는 사람 많은디 .... 언제쯤 오실거우?
글쎄요. 요즘은 너무 바쁩니다. 일주일에 세 번 라운드에 밤10시까지 레슨...ㅠ.ㅠ
퇴촌 어디쯤이신지. 한번 가도 될까요?
천진암쪽 관음3리 통나무집입니다. 언제든지 오시지요.
새싹만 있는 아주 포근한 사진, 잘 봤습니다. 지난 주에 합천과 거창 부근의 승지를 돌면서 나물을 많이 뜯었는데 먹을 줄 몰라서 고생했습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
독초라 하더라도 새순은 독이 거의 없습니다. 모든 새싹들을 넣고 비빔밥을 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