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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장관 인사가 일단락 되면서 잠시 접어두었던 대운하 문제를 다시 논의 할 때가 되었다. 기획재정부나 국토해양부(전 건설교통부) 장관의 한마디를 들어보면 대운하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
현재 논의의 초점은 대운하의 경제성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찬성측은 물동량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며, 친환경적인 운송 방법이고, 중국에서 100만명씩 130년은 관광객을 끌어올 수 있다는 등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고, 반대측은 물동량이 그렇게 많을 수도 없는데다가, 느린 운송수단에 몰릴 이유가 없고, 관광객이 그렇게 몰릴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논박은 애당초 말이 되지 않는 싸움이다. 왜냐하면 찬성측의 논리가 논점을 다른 쪽으로 흘려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측이 그토록 맹렬히 반대하는데도 찬성측이 정말로 대운하 자체가 그런 대성공을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건 설득으로 싸움이 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찬성측은 명백히 대운하 찬성의 진짜 이유를 숨기고 있기에, 자체의 경제성에 대한 논의는 소귀에 경읽기로 흘려 보내는 여유를 보이는 것이다.
대운하 찬성의 진짜 이유는 누군가가 '전가의 보도'라고 표현한 '경부고속도로도 반대가 많았다'는 이야기에서 생각해 볼 수가 있다. 경부고속도로가 한국 경제 발전에 끼친 영향은 실로 장대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도로 자체로 건설사들, 혹은 정부가 얻은 이득이 얼마나 되겠는가? 경부 고속도로가 한국에 기여한 바가 통행료 수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경부고속도로로 인해 서울과 부산, 그리고 그 사이가 발전한 것이 국가적인 측면에서의 이득일 것이고, 통행료 수익은 무척 부차적인 것이 된다.
대운하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사실 대운하 자체가 통행료 수익으로 큰 이득을 볼 것이란 것은 어떤 경제성 분석을 해봐도 뻔히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민자로라도 하겠다고 한다. 국민들은 그 이득 없는 짓을 민자로 과연 하겠느냐, 건설사들이 바보도 아니고, 기존 BTL, BTO처럼 결국 정부가 수익을 보전해주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의 거대한 삽질이었던 BTO의 수익 보전은 완전 삽질이었고, 법도 개정되어 이전처럼 수상쩍은 예상 수익의 8,90%를 국가 재정으로 메워주는 짓은 안 할 것이다. 실제로 적용 사례도 많지 않았기에, 실질적으로 국가에 심대한 타격을 준 것이라고까지 과장하기는 힘들다. 최저가 입찰 경쟁으로 국가가 아낀 돈을 생각하면 큰 손해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수익이 없을 것이 확실시 되는 대운하를 건설사들이 하겠다는 이유는 뭐겠는가. 경부 고속도로가 개발되면서,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구간들에 새롭게 생긴 개발붐을 생각하면, 사실 아주 당연한 일이다. 내륙지방에는 그동안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운하가 들어서면 반드시 그 주변도 개발될 것이다. 건설사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 개발권이다. 아마 대운하 예정지를 이미 사들인 세력도 많이 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대운하는 수익 안나니까 다른 사람이 만들고, 자기네 회사는 그 주변 개발권만 얻을 수 있다면 최선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걸기가 아닌가. 여기에 이명박이 총대를 맨 것이다. 니들 다 모여서 만들어. 그렇게 강제로 시키면 모두가 고통분담을 할 것이니까 최선책은 아니라도 차선책은 된다.
수주량 등으로 20대 안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기업이 컨서시움을 만들어서 대운하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한 것은, 얼핏 보면 대운하의 경제성에 혹해서 뛰어든 것 같겠지만, 결국엔 십시일반으로 대운하를 일단 만들자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이들 컨서시움은 서로 경쟁을 하지 않고 일정구간으로 나눠서 공사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대운하 건설보다 주변지역을 개발하는 데 더 열을 올릴 것이다. 대운하 건설은 아파트를 지을때 주변 지역 도로들을 기부채납하게 하는 최근 기반시설 부담금 제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아파트를 짓게 되면 주변 시설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서 부담금을 부담하고, 도로등을 만들어 국유재산으로 기부하게 하는 것이 당 제도의 골자인데, 이렇게 생각하면 대운하를 지어서 헌납하고 그 주변 지역을 개발할 권리를 얻어간다고 생각하면, 대운하 그까이꺼 못만들 이유가 없다.
이렇게 되면 토목으로 인한 경기부양대책이란 것은 실상 대운하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게 된다. 결국 대운하 자체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개발 호재가 생기는 것 자체만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아파트 투기 과열지구 선정등으로 건설사와 마찰을 빚었을 지는 모르되, 행정복합도시 개발 등에 건설사가 보이콧 의사를 보였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건설사들은 일단 새로운 공사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최저가 입찰 제도가 정부의 공적 사업 입찰제도로 채택된후, 적자가 확실한 가격을 부르는 어이 없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적자라도 공사 기계, 직원들을 굴리는 것이 낫지 노는 거 자체가 비용인 것이 건설회사 운영의 이치다. 대운하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노는 인력 없이 굴리니까 좋고, 개발권도 얻으니 이 어찌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건설회사 입장에서 제일 골치 아픈 일이 지금 전국토에 더 아파트 놓을 땅도 없고 도로 놓을 곳도 없다는 것이다. 정 없지는 않다. 하지만 고속도로로 두시간을 달려간 거리에 뜬금 없이 있는 아파트 촌과, 설악산도 뚫고 쫙쫙 펼쳐진 고속도로, 국도들을 생각하면 앞으로 누울 자리가 없는 것이 건설회사들의 문제다. 해외 시장 진출이라고 말들 하지만 해외는 해외고, 국내 사업을 한꺼번에 접을 수야 없는 것 아니겠는가.
환경적인 문제를 아무리 들먹거려도 건설회사를 설득할 수는 없다. 금수강산이라고 하지만 건설회사들이 금수강산 아무데나 싸질러 놓은 아파트, 도로 들을 생각하면 당장 먹고 사는게 급하지 그깟 산하가 무슨 소용이냐고 말하는 듯 하다. 본인도 최근에 설악산을 지나 속초에 다녀왔다 깜짝 놀랐다. 몇년에 한번씩 갈때마다 도로가 새로 놓이는데, 공사가 끝난 적이 없을 정도로 시시각각 도로가 많아지고 있다. 이미 너무 많아서 속도를 엄청 낼 수 있는데도 또 저 건너편에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설악산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고, 지난 날에는 지리산이 그랬는데, 이제 와서 금수강산은 무슨 금수강산인가. 전국 도로지도를 펼쳐보면 산지 국가라는 중학교 지리시간이 무색하게 빽빽하게 거미줄처럼 도로가 들어서지 않은 곳이 없다. 전국이 도로망에 포위가 된 이 마당에 이제와서 환경 이야기를 하다니 상당히 때가 늦었다.
지금 가장 걸림돌은 팔당 주변의 식수원이 아닌가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인수위측은 지하수, 침투수를 식수로 이용한다는 솔로몬의 지혜를 내놓았지만 근 2천만에 달하는 수도권 주민들에게는 턱도 없는 이야기다. 팔당에 그냥 수로를 뚫겠다는 것은 그냥 서울 버리고 딴데로 날라버리겠다는 이야기다. 호남, 영남에도 운하가 놓아질 예정이니 대전으로 꼼짝없이 튈 수밖에 없게 생겼다. 인재로 전 국민이 피난을 가게 생긴 꼴이다.
하지만 이 문제도 해법은 있다. 팔당을 우회하면 되는 것 아닌가. 지금은 최대한 운하 구간을 줄이려고 애를 쓰다가 어이 없는 구간이 나와버렸지만, 식수원을 망쳤다가는 해외에서 물 사다 마시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결국엔 차일 피일 미루다가 대운하 자체가 착공된 이후에, 일단 삽을 뜬 다음에, 어쩔 수 없이 우회하겠다라는 식으로 나오면 막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미 시작한 공사에, 식수원을 뚫어버리라고는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이런 식으로 가면 결국 대운하는 안드로메다로 가는 거고, 그 와중에 건설사들은 내륙지방에 또 어이 없는 곳에 아파트 지으면서 신명을 낼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깊은 산 속 내륙지방 개발한다고 해서 누가 오겠는가. 워낙에 외진 곳들이라 땅값이 바닥을 기겠지만, 땅값이 두배로 오른다고 해도 쓸모 없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도 일단 개발은 할 것이다. 건설회사들은 이미 덩치가 너무 커져 있어서 멈추면 바로 쓰러지는 외발 자전거이다. 외발 묘기를 부리다가 장대 위에 양쪽으로 사람 두명을 올려놓았으니, 멈추면 끝장이다. 이들은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개발 자체는 좋은데 효과를 거둘 수가 없으니 하나둘씩 망해갈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안 그러면 국내에서 할 일이 없을텐데. 결국 이명박 정부가 끝나고 나면 망해갈 가능성도 많다. 그래도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만들어 놓으면 장사가 되지 않았는가. 경부 고속도로 만들고 나니까, 예전에는 아무도 안 가던 외진 곳에서도 장사가 잘 되지 않는가. 만들어놓고 보면 된다. 이 방식이 우리나라의 70,80년을 이끌어 온 것이다. 안 되면? 안 되면 뭐 다 같이 망하는 건데 어쩌겠는가. 결국엔 나라의 미래를 걸고 건설사들은 대 승부수를 펼치는 것이고, 우리는 나라를 망치지 않기 위해 거기에 휘말려 줘야 하는 상황이다.
참으로 다행한 것이, 강만수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이 강력한 환율 방어 입장을 천명하고 나서, 대운하 꼬락서니 보기 전에 국가부도가 날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747공략 중에 4만 달러 부분을 책임지기 위해, 강한 원화를 유지하기 위해 한은이 나서면 순식간에 제2의 IMF다. 이렇게 되면 이미 나라가 망한 이후기 때문에 대운하 같은 건 되지도 않을 것이다.
이제 슬슬 잘나가다 망한 남미 국가들의 힘겨운 80,90년대를 벤치마킹할 때가 왔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 같다. 우리도 바빠져야 할 것 같다. 한가하게 정치 얘기하지 말고, 목숨 걸고 살아난 방법을 간구해야 한다. 종말이 그리 멀지 않았노라.
첫댓글 정 도로를 지을 곳이 없으면 철도를 지으면 되지 않는가? 우리나라의 철도는 매우 열악하다(라고 말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