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는 지난 7일 막을 내린 2004아테네 올림픽 예선 겸 제22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이후 달라져 있었다. 대회를 마치고 10일 LG 구단사무실에 인사를 하러온 이승호는 예전의 내성적이고 별로 말이 없던 모습에서 활발하고 자신감 넘치는 ‘이승호’로 변해있었다. 이 감독은 이같은 변화에 “좋아졌다”라며 어깨를 두드렸다.
이승호의 변화는 지난 7일 일본전에 선발등판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왼손 투수 보강을 위해 대표팀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올림픽 티켓이 걸린 일본전에서 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4.1이닝동안 19타자를 맞아 4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국가대표로 처음 선발된 초보답지 않은 배짱을 보여줬다.
등판 전날 동료 류택현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너무 긴장된다”고 하던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동안 달고있던 ‘새가슴’이란 수식어를 완전히 날려버린 것이다.
그는 올 시즌 처음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해 100이닝을 넘기며 11승11패 157탈삼진 방어율 3.19를 기록해 탈삼진 1위, 최다 투구이닝(191.2이닝) 1위, 방어율 2위, 다승 공동 6위 등 눈부신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약점도 노출됐다. 좋은 구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승부를 하지 못해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볼넷이 많았다. 103개로 볼넷 최다허용 1위의 불명예도 안았다.
이승호는 자신의 공이 국내 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느꼈고 자신감이 생겼다. 내년 전망도 밝게 하는 부분이다.
올해 최다이닝을 던져 연말까지 공을 손에 잡지 않기로 한 그는 구리 마무리훈련에 합류해 달리기 등 유산소운동과 기초 체력훈련에 열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