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현재보다 나아지는 자기를 그리곤 합니다. 또한 그렇게 되기 위하여 나름 노력을 합니다. 소위 자기개발이라고 하여 시간과 노력을 투자합니다. 요즘 말로 하면 스펙 쌓기라고 할 것입니다. 노력하는 만큼 성과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꼭 바라는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그 목적이 단순히 자기개발인 경우도 있지만 어쩌면 그것으로 인하여 생기는 생활의 개선을 기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렇든 저렇든 대부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살고 있고 그것을 위해 각자 애쓰며 살고 있습니다. 목적과 목표를 설정하면 그것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따라갑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공상일 뿐입니다.
그러한 개인적인 노력도 있지만 사회적 노력도 생길 수 있습니다. 한 때는 우생학적 우등인간을 선별하려는 작업을 한 집단도 있었습니다. 그 결과 인류사회에 엄청난 악행을 저지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창조주의 작업을 인간이 자기 임의로 조작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학이 발달하다 보니 유전자 조작까지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하여 보다 우수한 인간을 조작해 만들어 내려는 것입니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이런 일이 가능한 단계까지 온 줄로 생각합니다. 이것이 윤리 도덕적으로, 무엇보다 종교적으로 문제가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환한 일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신을 대적하는 일은 역사 속에 종종 일어났습니다.
한 부모에게서 두 아들이 태어납니다. 형 ‘빈센트’는 자연 출산으로 태어났습니다. 태어나자 유전자 검사를 통하여 그 아이의 미래가 예견됩니다. 어떠어떠한 질병이 있을 수 있고 어떤 특징과 약점이 있게 될 것이며 기대수명이 어디까지 이를 것이다, 까지 판명이 됩니다. 약점을 가진 열등인간이란 말입니다. 당시 사회에서는 허드렛일이나 하며 살아야 할 운명을 짊어집니다. 그러니 우주여행에는 절대 부적격자입니다. 여행을 위한 그 어떠한 훈련에도 참가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결론은 겨우 30세에서 생명이 끝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반면 동생 ‘안톤’은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우등인간입니다. 그 당시 사회에 적격자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자랄 때는 한 부모 아래서 같이 성장하였습니다. 늘 바다 수영시합을 하면 동생에게 지기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엔 지쳐 물에 빠지려는 동생을 구해줍니다. 내가 약한 것만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집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형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빈센트는 ‘가타카’라는 우주항공회사 청소부로 일합니다. 매일 창밖으로 날아가는 우주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간직해온 꿈을 그립니다. 나도 반드시 저 무한한 공간으로 나가보리라.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부적격자입니다. 방법을 찾습니다. 그리고 유전자 중개업자에게서 방법을 듣습니다. 우성 유전자를 가진 다른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마침 사고로 인하여 불구가 된 ‘제롬 모로’를 소개받습니다. 그의 유전자를 제공 받기로 거래합니다. 이를 위해 그의 모습으로 고쳐야 합니다. 소위 뼈를 깎는 아픔을 견디며 제롬 모로가 되어 가타카에 들어옵니다. 매일 유전자 검사를 함에도 그 과정을 용케 통과하며 우주비행 훈련 검사까지 모두 우수하게 합격합니다. 그 사이 함께 일하는 직원 ‘아이린’과 사랑에 빠집니다. 아이린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던 사람입니다. 사랑은 하면서도 어딘가 수상한 면이 있음을 눈치 챕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우주로 나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곧 자기 차례가 오는 것입니다. 조심조심 매일의 검사를 통과하며 지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내에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우주비행 감독관이 살해되었습니다. 수사관들이 들락날락거리고 외부 사람이 아닌 내부에서 비롯된 사건임을 알게 됩니다. 직원들 모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됩니다. 그럼에도 빈센트는 제롬과 긴밀하게 연락하며 아슬아슬 잘도 넘어갑니다. 그러나 끝까지 넘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지요. 범인은 의심받던 빈센트가 아님이 확인됩니다. 그래도 사랑을 택한 빈센트는 아이린에게 사실을 고백하고 자수하려고 가타카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수사를 하던 수사관이 동생 안톤임을 알게 됩니다. 사기죄로 붙잡으려는 안톤에게 다시 수영경기로 확인하자고 제의합니다. 과연 누가 우생이고 누가 열등인간인가?
제롬은 유전자 검사용으로 빈센트가 충분히 사용할 만한 신체조직 샘플과 편지를 남깁니다. 빈센트에게 감사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나는 너에게 몸만 빌려주었지만 너는 나에게 꿈을 빌려주었지.’ 그렇게 한 사람은 우주로, 한 사람은 영원의 세계로 떠납니다. 생각해봅니다. 사람은 인위적으로 보다 나은 사람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유전자 조작으로 우생인간이 만들어지면 그가 과연 우수한 인간이 되며 바람직한 인생을 만들 수 있다는 보장이 될까요? 사실 어떻게 태어났는가보다는 어떻게 배우고 자라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요? 사람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가타카’(Gattaca)를 보았습니다. 1998년 작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