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21. 쇠날. 날씨: 날이 참 좋다. 햇볕도 좋고 하늘도 좋고 바람도 좋고...
아침열기-텃밭 농사-움집 짓기-점심-숲 속 놀이터 소꿉놀이-청소-다 함께 마침회-윤태 생일잔치-방바닥음악회
[요즘 시골 애들도 저리 안 노는데... 애들은 저렇게 커야 돼.]
관악산에서 하루 종일 놀기로 한 날이다. 하늘도 햇볕도 모두 좋고 미세먼지도 보통이다. 그런데 예보는 미세먼지 나쁨이 들어있다. 바깥활동을 할 때마다 살피는 미세먼지 예보지만 이렇게 하루종일 밖에 있을 때는 애매할 때가 많다. 예보하는 곳마다 예보도 다 다르다. 끝내 한두 시간 미세먼지 예상 예보가 나오면 취소하기로 정했는데 예보는 틀렸고 날씨는 정말 좋았다. 아쉬움이 큰 만큼 종일 취소된 산오르기 대신 밖에서 하는 활동을 했다. 아이들은 산에 안 간다고 좋아하기도 하고 아쉬워하기도 한다. 종일 산에서 못 노는 대신 종일 밖에서 놀자고 하니 어린이들이 좋아한다. 그래서 아침 걷기부터 바로 숲 속 놀이터로 간다. 두 번째 숲 속 놀이터에서 놀이터 설계대로 아이들과 숲 속을 치우고 있는데 교사 아침열기에서 10시에 하기로 했던 텃밭 일을 9시 30분으로 당기자는 분들이 있다고 알려왔다. 서둘러 중단하고 교실로 들어와 교실 활동으로 아침열기를 마치고 9시 30분 텃밭 일을 시작했다.
텃밭 농사는 거의 다 토종으로 짓는데 토마토와 수박, 참외는 사서 심는다. 아직 고추와 오이, 참외 모종과 다른 모종들은 다음 주에 심겠다. 양이 많지 않아 금세 모종을 심고 들어오니 10시 30분쯤이다. 모둠마다 텃밭일지 쓰고 거의 바깥 활동을 나간다.
숲 속 밧줄 놀이터 청소를 한 뒤 계획한 대로 들머리에 움집을 짓는다. 지난해 하루선생바꾸기를 할 때 같이 움집 하나를 만든 아이들이라 잘 기억하고 있다. 둘이서 짝을 지어 통나무를 두 개씩 나르는데 몸놀림이 재빨라 금세 통나무를 나른다. 힘을 합쳐 나른 뒤 저마다 하나씩 통나무를 세워서 모양을 잡고 차례 차례 기대어 고정시켜 간다. 하나 둘 모양이 잡혀간다. 어린이들은 밧줄놀이터를 가꿀 집이란다. 뼈대를 세웠으니 이제 날마다 더하는 일만 남았다. 이엉을 얹으며 집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겠다. 움집이라도 집을 짓는 일이라 시간과 정성, 땀이 들어간다. 금세 점심 때가 되었다. 날마다 조금씩 숲 속 놀이터가 바뀌어간다. 일을 많이 했으니 모두 배가 고프다. 날이 좋아 숲 속 놀이터 평상에서 도시락을 먹는다. 일 한 뒤 밖에서 맛있는 밥을 먹는 기쁨을 일해 본 사람은 안다. 모두들 부모님 정성이 가득 담긴 점심도시락을 나눠먹었다.
긴 점심 시간인데 학교와 숲 속놀이터를 3학년들이 오붓하게 쓴다. 6학년 깊은샘은 관문체육공원, 누리샘 4,5학년은 과학관, 1, 2학년은 마을 도서관 나들이를 가서 그렇다. 어린이들은 점심 먹고 놀다 과학관을 가자는데 학교차가 없으니 걸어가기에는 무리라 숲 속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놀기로 했다. 숲 속 놀이터 움집에서 소꿉놀이를 하는 여자 어린이들, 밖에서 풀과 숯, 흙을 돌과 빻아 보약공장 소꿉놀이로 보약을 만드는 남자 어린이들 풍경을 보며 다 같이 둘러앉을 의자로 쓸 겸 외나무 다리를 하나 더 만들고 있는데 누가 찾아왔다. 마을에 집을 지으려는 분인데 집 짓기 위해 필요한 분양 정보를 묻는다. 아이들 노는 걸 보더니 한 말씀 하신다.
"요즘 시골 애들도 저리 안 노는데... 애들은 저렇게 커야 돼."
그 말을 듣고 우리 아이들 얼굴을 보니 숯을 빻는다더니 놀이하다 얼굴을 만졌는지 모두 숲 속 인디언들 같다. 돌로 풀을 찧고, 돌을 빻고, 유리병에 보약물을 담는 어린이들, 나무 위 평상에 편하게 드러누워 하늘을 보는 아이들, 움집에서 부엌살림 채비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니 아저씨가 그렇게 말할 만 하다.
2시 30분까지 날이 좋은 날을 길게 실컷 즐기고 다 함께 하는 놀이를 한다. 다빈치다리를 만들며 노는데 도서관 갔던 동생들이 들어온다. 아이들은 예전 수학의 날 배운적이 있어 기억이 난단다. 자유롭게 만들도록 지켜보는데 쉽게 생각이 안 나나 보다. 선생이 시작을 가르쳐주니 금세 방법을 찾아내 다빈치다리를 만들어낸다. 어제 해바라기 밧줄놀이에 이어 상호지지구조 놀이로 힘의 분산과 협력을 배워간다. 몇 번 더 연습하면 설계대로 밧줄 놀이터에 다빈치다리를 놓을 수 있겠다. 3시에 다 함께 청소를 하고 3시 30분 다 함께 마침회 한 뒤 윤태 생일잔치를 했다.
밤에는 홍성에 문상을 간다. 다음 일정이 있어 일찍 떠난 분들도 있다. 방바닥 음악회에 들린 뒤 부모님들과 같이 가기로 하고 7시 30분 방바닥음악회에 갔다. 방바닥 음악회는 맑은샘학교 어머니들이 여는 멋진 마을 클래식 음악회다. 집에서 방에 앉아 멋진 피아노와 오카리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건 마을에 사는 즐거움이다. 건반 위에서 손이 춤을 춘다. 빠져든다는 게 이런 거였다. 입장 표를 받아 구멍을 뚫어주는 어린이들도 방바닥음악회 관계자다. 집 주인 유민아버지가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고, 방바닥 음악회 수익은 모두 맑은샘학교에 기부하는 연주자들, 교육이 맺어준 인연으로 마을을 가꾸는 분들에게 감동을 선물받는다.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 악기를 들려주고 노래하는 상상이 마을음악회로 연결되는 꿈을 꾼다. 방바닥 음악회에 이어 지난해 <한 여름 낮의 꿈>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마을 작은 음악회가 다가온다. 밤늦게 홍성으로 문상가는 차 속, 쇼팽의 피아노 소리가 맴돌았다.
첫댓글 방바닥 음악회 너무 좋았습니다. 멋진 어머님들~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