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의 모범 안중근 의사”
정진석 추기경 ‘안중근, 독립을 넘어 평화를’ 개막식 관람
큰아들 분도 사제되길 바랐던 안중근 의사
증손자 토니안 씨와 조우
<사진제공 조선일보> ‘안중근, 독립을 넘어 평화를’ 개막식에 참석한 정진석 추기경이 안중근 의사의 증손자 토니안 씨와 인사하고 있다.
정진석 추기경은 10월 26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안중근, 독립을 넘어 평화를’ 개막식에 참석해 평화주의자였던 안 의사의 업적을 기렸다. 정 추기경은 축사에서 “안중근 의사는 세계 열강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제국주의적인 팽창을 시도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어떻게 하면 동양의 평화, 더 나아가서는 세계의 평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신 분”이라고 밝혔다.
또 “안 의사는 철저한 가톨릭 신앙인이셨고 그분의 인권 수호 활동과 애국 계몽 운동은 그리스도적인 사랑과 정의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정 추기경은 끝으로 “많은 청소년들이 개인적 안위가 아닌 나라와 민족, 세계 평화를 꿈꾸셨던 안 의사를 본받아 원대한 꿈을 간직하고 또 이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 작품을 둘러본 정 추기경은 “의거 100주년 되는 날에 안 의사 관련 유물과 자료들이 한자리에서 전시되는 것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안타깝게도 가톨릭교회는 오랫동안 ‘살인은 불가하다’는 교리를 들어 신앙인으로서의 안 의사에 대한 평가를 소극적으로 해왔다. 가톨릭교회가 신앙인 안중근 토마스를 재조명한 것은 1993년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안 의사의 추모미사를 통해 ‘그분의 의거는 일제의 무력 침략 앞에서 독립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행위였으므로 정당방위이며 의거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히신 이후이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참석한 것 또한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을 재확인하고, 안 의사가 모범된 천주교 신자라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실제로 안중근 토마스는 가톨릭 세례명이 토마스인 철저한 신앙인이었다.
안 의사의 옥중 자서전인 ‘안응칠 역사’를 보면 민족을 위한 그의 삶과 신념이 천주교 신앙에서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본당 신부의 미사를 돕는 복사(服事)로 열심히 활동했고, 해주 지역에서 열성적인 전교활동을 했다. 그는 현세에서는 도덕사회 실현을, 내세에서는 만인구원을 소망했던 모범적인 신앙이었다.
1910년 2월 14일 부인에게 남긴 옥중유서에서 자신이 이루지 못한 사제직의 꿈을 장남 분도(芬道·베네딕토의 한자 차음 표기)를 통해 이루기를 소망하기도 했다.
정 추기경은 전시 관람에 앞서 개막식에 참석한 유족과도 각별한 인사를 나눴다.
안 의사의 증손자 토니안(한국명 안보영·46)씨는 개막식에서 유족 대표로 감사 인사를 하러 단상에 나가기에 앞서 참석 귀빈들과 악수로 인사하던 중 정진석 추기경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정 추기경이 영어로 “제가 추기경이에요. 토니안의 아버지가 이야기 했던 바로 그 사람이에요”라고 인사하자 악수한 손을 놓지 못하고 추기경 앞에서 눈물을 흘린 것. 정 추기경은 물론 토니안도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이었다.
참석자들은 두 사람의 이야기 내용을 듣지 못했으니 갑작스러운 토니안의 행동에 궁금함을 나타냈다. 열심한 가톨릭 신자인 토니안이 성직자에게 예의를 표하는 것으로 이해한 정도였다.
토니안이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참석자들의 기념촬영 순서. 자리를 정리할 때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정 추기경에게 쏠렸다. 이번에는 토니안의 어머니가 정 추기경과 인사를 나눈 것.
“토니안의 아버지(안웅호)는 저와 6촌간이에요. 저보다 세 살 아래인 웅호가 광복 후 서울에서 살 때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지요.”
안중근 의사의 차남 안준생이 정 추기경의 5촌 고모(작은할아버지의 딸·정옥녀)와 결혼해 낳은 아들이 토니안의 아버지 안웅호 씨다. 정 추기경의 작은할아버지는 상해 임시정부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안 씨는 상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한국어에 서툴렀던 탓에 정 추기경과 영어와 우리말을 섞어 대화했고 안 씨가 미국에 간 이후에도 편지로 서로의 안부를 묻곤 했다.
정 추기경은 토니안에게 “안중근 의사가 나라뿐 아니라 가톨릭 신자로도 큰 인물로 존경받는 인물이시다. 오늘 100주년 행사에서 제가 그 사실을 공식적으로 다시 확인한 것이다. 자부심을 가지고 아버지께 꼭 전하라”라고 당부했다.
토니안은 “아버지께 추기경님 얘기를 많이 들었고 꼭 뵙고 싶었다. 어머니와 함께 몇 차례 추기경님을 찾아뵙고 싶어 명동에 갔었는데, 그때마다 추기경님이 로마 회의와 본당 방문 등 다른 일정으로 출타중이어서 뵙지 못했다. 미국에 돌아가 아버지께 추기경님의 안부를 전하면 무척 기뻐하실 것”이라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토니안의 어머니도 “정 추기경님과의 만남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며 기뻐했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언론홍보팀 마영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