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브뉘엘의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은 식욕과 성욕에 집중하고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먹는 것에 매우 열중한다. 와인을 마시는 법을 거창하게 말하며 운전기사를 불
러 와인 마시는 법이 틀렸다며 조롱하고, 군인들 앞에서는 마리화나를 비난하고, 고급 음식
만 논한다 . 하지만 그들은 토할 정도로 마시고, 대사관에서 마약을 거래하고, 꿈에서조차
고기를 탐한다. 이들이 먹는 행위는 짐승들과 다를 바가 없다. 단지 부르주아라는 계급적 위
력이 그들의 먹기 행위의 질을 결정하는 듯이 보인다.
이들 부르주아들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그들만의 만찬을 갖기 위해 애쓴다. 계획적인 모
임은 연기되고, 갑작스럽게 중단되고, 또 연기되고 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날짜를
착각하고는 초대받지 않은 저녁에 집을 방문하고, 단골 레스토랑에 가지만 그곳 주인은 죽어
장례식 준비중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카페에서 주문하는 음료마다 동이 나 버리고, 간신히
자리를 잡아 막 식사를 시작하려는 찰나 군대와 경찰이 찾아와 방해를 하고, 꿈에서는 식탁
뒤의 붉은 커튼이 걷히면서 식당은 난데없이 연극무대로 바뀌고, 그들을 구경하는 관객들이
극장 가득 앉아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식사만큼은 아니지만 이들의 성욕도 외부의 힘에 의
해 계속해서 방해를 받는다. 부뉴엘은 이처럼 음식과 성으로 대표되는 부르주아들의 욕망이란
그들이 원할 때에 마음껏 음식을 입에 넣을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애써도 채워질 수 없으며,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모호한 존재임을 드러낸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은 식탁이다. 식탁은 먹기 위해 마련된 공적인 공간이고, 그 들은 식탁에서 관계를 맺는다. 먹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관계 맺음을 위한 바탕인 한편 궁극적인 목적이다. 식탁에서 그들의 관계는 상징적으로 형상화되는데. 식탁을 통해 관객은 공모와 배반의 관계를 읽을 수 있다. 그들은 윤리적 가치에 반하는 것을 공유하고 있으며, 서로의 권력 관계를 드러내고, 다른 남편과 부인을 탐한다. 이 부르주아의 식탁에는 성직자 가 함께 하게 되는데, 성직자는 이 식탁에서도 눈길이 집중되는 곳에 앉음으로써 종교와 부 르주아의 계급이 어떻게 야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즉 그들은 신부를 자신의 식탁에 초 대함으로써 자신들의 죄값을 보상받으려 하고, 한편 신부는 자신이 욕망 해왔던 세속적 가 치들과 타협한다. 결국 신부는 사람을 죽이게 된다.
그들의 입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꿈에서도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어떤 병사의 꿈에서는 엄마가 독약을 가리키고, 또 다른 병사의 꿈에서는 괴기한 식당이 등장한다. 부르주아들이 꾸는 꿈에도 식탁 밑에 숨어서 고기를 뜯는 꿈이나, 어떤 연 회에서 대사와 장군이 총을 겨누는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다. 이들의 입의 세속적 욕망은 무 의식의 발로이다. 따라서 이들의 먹기라는 사회적 행위는 개인의 무의식적 차원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들의 무의식은 죄의식과 연결되어 있다. 성직자의 초대, 하지만 그들이 가는 무의 식의 황량한 길은 성직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구원받을 수 없는 행위.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의식하기를 거부하며, 억압된 죄의식은 끊임없이 꿈을 통해 불안하게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