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선의 무장애 여행] 봄엔 순천 무장애 여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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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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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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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습지 ©전윤선
[더인디고=전윤선 집필위원]
▲전윤선 더인디고 집필위원
순천행 기차를 타기 위해서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아침 해가 유독 분주해 보이는 건 여행자의 마음이 바쁘기 때문일까. 빌딩 사이로 봄 햇살 흩어진다. 차가운 도심 속을 봄이 간통하며 눈길 가는 곳, 발길 닿는 곳에 여물고 있다. 매화가 피어야 진짜 봄이라고 한다. 순천은 매화꽃이 한창이다.
내년 두 번째 치러지는 순천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관광지 접근성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순천은 열린 관광지도 여러 곳 있다. 순천국가정원, 순천생태습지, 드라마세트장, 낙안읍성까지 무장애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게다가 순천 장애인 콜택시는 휠체어 사용자 두 명이 동시 승차 가능한 카니발 차량 4대가 운행하고 있어 친구끼리 여행을 해도 기다리지 않아서 좋다.
순천역에서 내려 어떻게 이동할까 잠시 고민이 빠졌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지, 저상버스를 이용할지, 아니면 동천을 따라 순천만 습지까지 라이딩 삼아 걸어갈지. 봄이긴 하지만 변덕이 심한 날씨로 제법 쌀쌀해 걷는 걸 포기하고 장콜을 불렀다. 장콜은 십분 만에 연결돼 생태습지로 이동했다. 이번 여행 동선은 생태습지, 순천문학관, 스카이큐브를 타고 국가정원까지 가는 코스다.
▲순천시 교통약자 콜택시 ©전윤선
생태습지는 2015년 열린 관광지로 선정돼 접근성이 높아졌다. 출입문을 통과하면 흑두루미 터널을 지나 무진교를 건너야 한다. 무진교는 아치형 다리로 갈대숲 탐방로를 이어준다. 무진교 위에서는 습지 탐방로와 갯골까지 훤히 보인다. 생태습지엔 은빛 갈대꽃은 다 지고 갈색 추억만 남아있다. 탐방로엔 매끈한 데크로가 용산전망대 까지 2킬로 남짓하다.
▲순천만 생태탐방로 ©전윤선
갈대숲은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조성돼 있고 습지의 주인인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관찰대도 마련돼 있다. 먼저 뻘강 쉼터에서 습지를 감상할 겸 쉬어가기로 했다. 뻘강 쉼터는 백로를 비롯해 고고한 비행으로 이름난 저어새, 자신의 계절을 즐길 줄 아는 중백로까지 다양한 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 뻘강 쉼터엔 움직이지 않는 조각배도 사진 명소다. 그런데 ‘뻘강’이 뭘까, 처음 보는 용어다. 순천만 습지에는 존재하지만 사전엔 없는 용어 ‘뻘강’. 곱씹어 생각해보니 갯벌 위에서 밀물이 들어차면 넓고 길게 흐르는 큰 강처럼 보여 뻘강인가? 그냥 내 맘대로 해석해 본다. 생명의 땅 순천만 생태 습지는 세계 5대 연안 습지로 보호받고 있으며 게, 짱뚱어, 어류, 갈대 등 갯벌의 건강함을 상징한다.
▲용산전망대 올가가는길 ©전윤선
뻘강을 뒤로하고 데크길을 따라 용산전망대로 향한다. 데크길 중간중간 사진 찍을 수 있게 습지와 어울리는 조형물 다양하다. 용산전망대로 올라가려면 출렁다리를 지나야 한다. 출렁다리는 십여 미터 정도로 길지 않지만, 울렁울렁 흔들흔들 심장이 쿵쾅거린다. 다리를 지나면 전망대로 올라가는 데크길이 이어지다가 흙길 위에 야자매트가 깔려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장정 두 명의 도움으로 용산전망대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다른 여행객들은 죄다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휠체어를 탄 난 왜 갈 수 없다는 건지 직접 눈으로 보며 체험하고 싶었다. 마음속에 꿈틀대던 차분하지만, 무모한 모험심에 시동이 걸렸다. 도대체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답기에 내려오는 사람마다 감탄사 연발인 궁금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험했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혼자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길이었다. 야자매트가 깔려 있더라도 평탄화 작업을 하지 않아 울퉁불퉁하고 비탈진 쪽으로 경사가 진 구간도 있다. 게다가 빗물 고임 방지를 위해 길 중간중간 홈을 파 5센티가량 사이를 두고 나무막대를 가로로 땅에 설치했다. 그 위를 넘어갈 때마다 아찔하다. 물 빠지는 용도로 설치하는 것은 이해하나 휠체어나 유아차를 고려하지 않아 보행에 방해가 된다.
그럼에도 발길을 돌릴 수 없어 사부작사부작 오른다. 간혹 경사도가 급한 길은 뒤에서 밀어주고 어느 부분은 전동휠체어로 혼자 갈만했다. 평평한 길을 지나면 다시 커다란 돌멩이가 툭 솟아 있고 다시 야자매트가 깔린 길로 이어졌다. 어느새 경사가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완만한 길에는 쉼터가 두 곳이나 있다. 소나무 가지가 전망을 방해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안 보이는 건 아니다. 이곳에서 보는 풍경만으로도 힘들게 올라온 이유가 충분했다.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는 아래층과 위층으로 구분돼 있다. 아래층은 계단이어서 위층에서만 갯골 풍경을 봐야 한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어찌 말로 표현하고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냥 말없이 느낌만으로 풍경 주는 황홀함에 넋 놓고 볼 수밖에…. 한참을 풍경을 감상하는데 어라 이게 뭐지?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펜스에 휠체어 사용자 시야 확보를 위해 네모난 틀을 만들었다. 틀 안으로 들어오는 풍경은 이 세상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아! 이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 험한 길을 마다않고 다들 용산을 오르는구나,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전망대에서 보는 순천만 습지에 심쿵사할 뻔했다. 에스(S) 자로 흐르는 갯골 위로 고기잡이배가 오가고 갯벌 여기저기 동그란 갈대숲 풍경은 으뜸이다. 풍경의 변화를 놓칠세라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일정하게 반복된다.
▲용산전망대에서 본 생태습지 ©전윤선
근데, 이렇게 멋진 풍경을 왜 장애인들은 볼 수 없는 거지? 왜 이렇게 고생을 하며 올라와야 하는 거지? 너무 불공평하잖아. 이 멋진 풍경을 볼 수 없는 장애인은 탐방로만 걷다 돌아가야 하는 건 생태습지를 반에 반도 못 본 것이다.
용산전망대를 내려와 관리소에 들러 민원을 제기했다. 그런데 뜻밖에 소릴 들었다. 전망대가 있는 용산은 개인 소유 땅이어서 순천시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한다. 순천시가 용산을 사려고 해도 땅 주인이 팔지 않아 케이블카나 모노레일도 설치할 수 없단다. 시에서도 전망대까지 가는 땅에 임대료를 내기 때문에 야자매트도, 데크길도 일부 설치할 수 있었다니…
하지만 안전과 관련된 노력은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유아차를 밀고 가는 사람, 고령자, 장애인 등 관광약자가 많기에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에 안전 난간도 설치해서 추락사를 방지해야 한다. 땅은 평판화 작업으로 매트를 깔고 더 많은 구간에 데크도 설치해 보행약자도 안전하게 용산전망대에서 순천만 습지의 진짜 풍경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스카이큐브 ©전윤선
스카이큐브를 타러 문학관 역으로 발길을 이어간다. 문학관 역까지는 1킬로 남짓으로 갈대열차가 수시로 운행하고 보행로엔 데크가 깔려 있다. 길 양쪽으로는 순천만 습지를 배경으로 포토존도 마련돼 있어 심심하지 않다.
계단 위 액자 조형물은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게 유행이다. 보행이 가능한 사람은 하늘액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휠체어 사용자는 계단 옆에서 찍을 수밖에….
사진 찍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낭트 쉼터와 낭트 정원이다. 낭트 쉼터는 간단한 음료와 포도주도 판매해 잠시 쉬어가기 좋다. 쉼터 앞엔 문학관도 있어 김승옥, 정채관 문학의 세계를 엿볼 수 있지만 문학관 안으로는 접근할 수 없다. 대구 이상화 고택처럼 리프를 설치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문학관 안으로 접근할 수 있으려만,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하고 스카이큐브를 타러 문학관 역으로 발길을 돌린다.
스카이큐브는 십년 전 순천국제정원박람회때 정원과 습지를 연결하는 이동수단으로 건설됐다. 자동차 배기가스와 교통 혼잡으로부터 세계 5대 습지인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무인자동운전시스템으로 안전하고 조용하다. 동천과 정원을 배경으로 지상 3.5미터에서 10미터 높이의 레일 따라 운행한다. 정원역에서 승차는 가능했으나 문학관 역은 계단뿐이어서 되돌아와야 했다. 최근 경사로가 만들어져서 스카이큐브를 탈수 있게 된 것이다. 내년에 개최될 국제정원박람회에서도 소외되는 사람이 없게 됐으니 더 반가웠다.
▲꿈의 다리 ©전윤선
큐브가 도착하면 바닥에 돗자리 같은 널찍한 고무판을 깔고 타야 한다. 스카이큐브는 전기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이다. 혹시나 전동휠체어가 정전기를 일으켜 멈춰 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큐브 안은 전동휠체어가 승차해도 공간이 충분하다. 문학관 역에서 정원 역까지 까지는 4.6킬로이고 십분 정도 소요된다. 큐브 안에서 보는 습지와 주변 풍경은 동천을 따라 라이딩할 때와 사뭇 다르다. 동천 갈대밭의 멋진 풍경을 하늘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니 비행기를 탄 것 같다.
금세 정원역에 도착했다. 꿈의 다리를 지나야 정원으로 진입한다. ‘꿈의 다리’는 세계 최초로 물 위에 떠있는 미술관이다.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긴 지붕이 있는 인도교로 설치미술가 강익중과 순천 시민이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위해 만들었다. 꿈의 다리를 지나 정원의 렌드마크 호수정원으로 발길을 이어간다. 호수정원으로 가는 길에 3미터 정도 되는 다리를 지나야 한다. 다리 양 끝에는 사람의 얼굴과 발 조각이 재미지다.
올해 봄은 늦되나 보다. 예년 같으면 봄꽃이 단합이라도 한 듯 비슷한 시기에 폭죽 터지듯 모조리 펴서 당황했다. 미처 봄꽃을 맞이할 준비도 못 해 삽시간에 보내버렸었다. 올 봄꽃은 순서를 잘 기다리는 것 같다. 봄눈까지 동반한 심술 굿은 날씨에 계절을 짐작할 수 없으니 봄을 기다리는 춘심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다. 자연의 순리를 따를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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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KTX 순천역에서 전남 장애인 콜택시 즉시콜 이용
전화 1899-1110
접근가능한 식당
생태습지 주차장 앞 다수
접근가능한 화장실
생태탐방로 안 다수
스카이큐브 역 및 국가정원 등
▲장애인화장실 ©전윤선
[더인디고 THE INDI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