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면증 이린아 나는 내가 수박만큼 크고 시원한 열매를 낼 거라 여겼었지만, 나는 바람이나 비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무중력의 바닥은 아무것도 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신도 구를 수 없었습니까? 수화기 너머에서 수박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자 공중을 구르던 당신은 수박처럼 검푸른 주름을 바닥에 죽죽 그었습니다. 나는, 그저 높은 곳에서 떨어진 열매를 주우러 수박밭에 갔습니다. 덩굴이 내 모든 구멍으로 들어와 내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고 휘청거릴 때, 당신은 지금 어떻습니까? 당신이 부서진 후 나는 덩굴에 싸여 당신처럼 수박 같았습니다. 금이 간 자리에서 붉은 선으로 뒤틀어진 채 우리가 뛰어놀다 늘어난 검은 고무줄의 무늬로 구부러졌습니다. 당신이 떨어질 줄 몰랐어요– 당신을 두들겨 보는 사람들. 괜찮다 다 잘될거다 하며 당신의 덩굴을, 나는 그 한마디로 후- 당신의 등에 손끝 하나 대지 않고 바람을 일으켜 당신을 마지막이 되게 했습니까? 마지막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졸립니다. 당신을 생각하면 수박이 쪼개지고 수박 크기의 우박이 떨어지고 두들겨 맞고 부어오르고 얼어붙은 살처럼 졸립니다. 졸음이란 무엇입니까? 졸음. 비에 젖을 것입니다. 슬퍼하기 전에 슬퍼지는 거. 졸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웹진 《같이 가는 기분》 2024년 봄호 --------------------- 이린아 / 1988년 서울 출생. 명지대학교 대학원 뮤지컬공연학과 석사졸업. 201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내 사랑을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