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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양철북 출판사 원문보기 글쓴이: 무쓰타파
과학, 리플레이
과학 선생들의 현실 탐구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 지음
2016년 7월 8일 출간 | 판형 152×210 | 제본 무선 | 276쪽 | 12,000원
분야 교양과학 / 청소년과학 | ISBN 978-89-6372-209-2 03400
복잡한 세상의 문제들을 과학의 눈으로 명쾌하게 들여다보다!
교양과학 스테디셀러 《과학, 일시정지》 저자들의 현실 탐구
과학 선생들이 리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애매한 상황이 발생할 때 여러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영상을 계속 리플레이 하면서 제대로 판단하는 프로야구의 ‘심판 합의 판정’ 제도처럼, 이 책을 쓴 과학 선생들도 복잡한 세상의 문제들을 성급하게 판단하는 걸 잠시 멈추고, 과학으로 명쾌하게 따져 보고자 한다.
《과학, 리플레이》는 4대강, 맞춤아기, 반도체 공정, 세균과 항생제, 송전탑 등 10가지 최신 사회 이슈를 과학의 눈으로 들여다본다. 과학 교사답게 쉽고 조곤조곤하게, 깊고 풍부하게 풀어 가면서 쟁점을 여러 각도에서 균형 있게 살펴, 현대 과학에 대한 가치 판단의 기준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책은 각 장마다 우화, 콩트, 기사 등 재미있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각 주제들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내 이웃 이야기라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학교에서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제격이다.
과학 지식을 많이 안다고 잘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모든 일에 있어 제대로 판단하고 결정하려면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따져 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될 것이다.
▒ 지은이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
‘과학’ 뒤에 감춰진 가치를 찾아 함께 고민하고 수업에 반영하는 과학 교사들의 모임이다. 1997년에 몇몇 과학 교사가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의 STS교육위원회에 소속된 교사 모임을 만들었는데, 2005년 시민과학센터에서 독립하면서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가꿈)’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2014년부터 해마다 지역을 돌며 청소년 강좌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과학 논쟁’을 열고 있다. 2016년에는 KOICA를 통해 교육봉사 단원으로 파견된 가꿈 교사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지역 청소년에게 과학 수업을 하고 있다.
돌아보지 않고 질주하는 현대 과학에 브레이크를 걸고자 2009년에 펴낸 《과학, 일시정지》는 수만 명의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모두 담았다는 평을 얻었다. 그 밖에 과학의 사회적 영향과 책임에 관한 교사지침서 《가치를 꿈꾸는 과학》과 청소년을 위한 《정답을 넘어서는 토론 학교 : 과학》을 펴냈다.
학생들이 사회 속 과학 이슈들을 낯설지 않게 바라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뚜벅이 교사들에게 공통된 바람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과학이 닫힌 실험실에서 연구되는 ‘과학자들만의 과학’이 아닌, ‘미래 세대를 포함한 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이 되는 것이다.
▒ 차 례
1. 청개구리의 거짓말 : 강 살리기와 물 관리
2. 어느 늙은 고릴라의 편지 : 동물원과 동물권
3. 원하는 아이를 만들어 드립니다! : 맞춤아기
4. 편리한 디지털 세상의 비밀 : 반도체 공장 이야기
5. 가장 작은 생물과의 전쟁 : 세균과 항생제
6. 정말 지구가 더워지고 있는 거야? : 지구온난화 논쟁
7. 765kV의 거인에 맞선 할매들 : 송전탑과 전력 관리
8. 원전이 정전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 원자력발전
9. 머리에 구멍이 뚫린 소 : 광우병 문제
10. 과학 논쟁이 벌어질 때 : 과학자 윤리
▒ 본문 미리보기
▒ 책 속으로
과학 지식을 많이 안다고 잘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 있어 제대로 판단하고 결정하려면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따져 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이 책은 어렵게 생각하는 과학을 쉽고 편안하게 풀어 가면서 논쟁이 되는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균형 있게 살펴,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돕는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정답은 없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책에 담기지 않은 이슈에 대해서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자신만의 관점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 머리말(5쪽)
맞춤아기 기술의 윤리적 문제는 태어날 아이의 존엄성과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점입니다. 부모가 아이의 유전자를 선택해서 높은 지능이나 뛰어난 운동 능력을 얻고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부모가 아이의 인생을 미리 정하는 일이지요. 따라서 아이가 열린 미래를 맞이할 권리와 아이 스스로 인생을 계획할 권리를 빼앗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아이의 외모, 성격, 지능 같은 것을 선택하여 맞춤아기를 낳는다면 인간이 상품화될 수도 있을 거예요.
- 3장 원하는 아이를 만들어 드립니다!(82쪽)
과연 세균은 어떻게 항생제에 견디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항생제 내성을 가진 세균이 점점 더 많아졌을까요? 세균도 다른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생존하기 위해 환경 변화에 적응해야 해요. 하지만 단세포 생물인 세균은 세포 내 염색체의 DNA 정보가 적어서 적응하고 변화하는 데 불리해요. 대신 세균은 염색체와 별개로 존재하면서 독자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플라스미드’라는 작은 유전 물질을 가지고 있답니다.
플라스미드는 세균 안에서만 생존하고 증식할 수 있어요. 높거나 낮은 온도, 자외선, 토양, 흐르는 물 같은 극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유전 정보를 갖고 있다가, 세균이 이런 상황에 빠지면 관계있는 기능을 해서 세균을 돕는답니다. 세균이 항생제를 만났을 때도, 플라스미드가 세균이 생존하도록 항생제 적응 형질을 드러내기 시작한 거예요.
흥미로운 점은 다른 세균의 플라스미드끼리 유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세균에서 항생제 내성 형질이 나타나면, 그 유전 정보가 다른 세균에 전달되어 점차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각각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 늘고 세균끼리 내성 형질을 공유하게 되면서, 많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 5장 가장 작은 생물과의 전쟁(131~133쪽)
밀양에는 오래된 싸움이 있었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765kV의 신고리 북경남 송전선로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과 막아 내려는 농촌의 늙은 할매, 할배 들의 싸움이었다. 거인 골리앗과 늙은 다윗의 싸움.
북경남 송전선로 송전탑 162개 가운데 밀양 땅에만 69개가 세워진단다. 아파트 40층 높이의 송전탑이 할매들의 텃밭을 지나고 할배들이 평생 땅에 엎드려 일군 논을 지나 집 마당에서 지척인 산자락을 지나갈 거란다.
“가슴이 미어터지고 분통이 터져서 말이 안 나옵니더. 서울서 전기 좀 적게 쓰면 되는데, 거그서 전기가 필요하면 거그서 지으면 되지, 왜 사람 직이가면서 여기서 짓나, 난 그게 이해가 안 되는 기라.”
밤에 전깃불 켜는 것도 아까운 할매, 할배들이기에 그 위험하다는 원전을 하나 더 돌려야 할 정도로 전기를 펑펑 쓰고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도시에서 쓸 전기를 위해 왜 내 논밭과 뒷산을 내놓아야 하는지도. 이미 있는 송전탑을 잘 이용해도 될 것 같은데, 밤이면 끼이익 끼이익 소음을 만들어 내는 초고압 송전탑을 더 만든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몇 년을 한결같이 비탈진 산을 지팡이 짚고 오르내리며, 험상궂은 용역들 욕설을 참아 내고 위협을 견뎌 내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서.
- 7장 765kV의 거인에 맞선 할매들(173~174쪽)
그때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렸고, 멀리 폭파된 한 건물에서 인부들이 쏟아져 나와 어디론가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하여튼 우리도 어디론가 피하고 봐요. 여기에 이렇게 있지 말고.”
말없이 요상한 기계를 연신 이곳저곳에 대 보며 천천히 걷던 은백색우주복무늬만하드코어록밴드 노인이 입을 열었다.
“어디로? 대체 어디로 피한단 말이냐. 이리로 가느냐, 저리로 가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후쿠시마 지역은 이미 온통 방사능에 오염이 되어 버렸는걸? 이곳은 원자폭탄이 200개쯤 떨어진 것 같은 상황이라고. 원자로가 폭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퍼 부은 물만 해도 4억 톤이 넘지, 아마. 그 물이 모두 방사능에 오염된 거야.
게다가 오염된 물은 거의 태평양으로 대책 없이 흘러 들어가고 있어.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세슘이 웅덩이처럼 쌓인 게 발견될 정도지. 태평양은 멀리 미국까지 흘러간다고. 그러고 다시 돌아오지. 자네가 살고 있는 동네라고 안전할 것 같은가? 이렇게 오염된 지하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지도 못하고, 멜트다운돼서 지하로 쏟아져 내린 원자로의 핵연료는 아직 거두어들일 엄두도 못 내는 형편이야. 그런데도 이 형편없는 정치인들은 2020년에 도쿄에서 올림픽을 치르기로 했잖아. 요상해. 이해를 할 수가 없어. 뭘 믿고…….”
“그러게요, 정말 대책 없네. 근데 이렇게 무서운 원자력발전소를 왜 만든 거래요? 사고 나면 자기네 나라만 피해를 입는 것도 아니면서.”
- 8장 원전이 정전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199쪽)
사람과 소, 양한테서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나타난 세 가지 병에서 과학자들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그 병으로 죽은 사람이나 동물들 뇌의 신경조직이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손상된 거예요. 그리고 단백질이 심하게 엉켜 덩어리져서 아밀로이드 플라크(반점)가 생겨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과학자들은 이들 병이 같은 병원체, 그러니까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거라고 추측했지요. 하지만 뜻밖에도 감염원이 단백질로 밝혀졌어요.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자신을 복제해서 증식하는 게 아니라 단백질이 다른 개체를 감염시킬 수 있다니! 처음에는 과학자들도 믿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실험을 계속해서 단백질이 감염원이라는 사실이 확실해졌어요. 그래서 단백질(proten)과 바이러스 입자(virion)를 합쳐서 ‘프라이온(prion)’이라는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 9장 머리에 구멍이 뚫린 소(241~242쪽)
1954년에 처음으로 담배 관련 소송이 시작됐을 때부터 담배 업계가 패소하기까지 무려 반세기가 걸렸습니다. 그사이 담배 업계는 수많은 소송에서 승리를 거두었어요. 그 이유는 배심원단이 증인으로 출석한 과학자들을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과 담배 업계가 주로 이용한 수법은 위에서 살펴봤던 ‘의심 퍼뜨리기’였어요. 보통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A가B를 일으키게 한다”고 하면 “A를 하면 반드시 B라는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흡연이 암을 일으키게 한다”고 하면 담배를 피우면 ‘반드시’ 암에 걸린다고 느끼는 거지요. 하지만 삶은 그렇게 단순 명쾌하지 않아요. 과학에서‘어떤 것이 원인’이라는 의미는 확률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흡연이 암을 일으키게 한다”는 말은 “담배를 피우면 암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뜻이죠. 담배 업계는 이런 오해를 적절히 활용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담배 논쟁을 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어요. 왜냐하면 과학을 바탕으로 한 여러 가지 논쟁이 벌어질 때, 나라나 기업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해 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거든요. 일부 과학자들은 여러 분야에서 기업이나 정부의 편을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20세기 중후반을 지나면서 빠른 산업화로 산성비, 오존층 구멍,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 분야에서 여러 가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도 그들은 문제를 제기하는 과학자들에게 ‘근거가 없다’거나 ‘불확실하다’고 주장하면서 의혹을 부추겼어요.
- 10장 과학 논쟁이 벌어질 때(263~264쪽)
▒ 출판사 서평
가습기 살균제, 원전이 밀집된 지역의 지진, 두께 8cm의 녹조가 쌓인 4대강…
우리가 과학을 알아야만 하는 까닭
#1. 2016년 7월 5일, 울산에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한반도에서도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보다 더 두려운 것은 그 주변에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다는 사실이다. 울산 주변에만 원전이 12기가 있고, 그중 5기가 가동한 지 30년이 넘은 노후 원전이다. 게다가 정부는 그 옆에 새로 2기를 추가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왜 우리는 이런 상황을 그저 두고 보기만 할까?
#2. 2016년 초부터 시작된 검찰 조사로 실체가 드러난 가습기 살균제 문제. 세균을 없애려고 쓴 제품에 오히려 유해한 화학물질들이 들어 있었고, 여러 화학제품 회사가 이 물질들의 유해성을 알고서도 썼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런데 한편으로, 왜 우리는 이다지도 세균을 무서워하고 없애려고 할까? 우리는 세균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우리가 과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모두가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많은 부분이 과학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기를 쓰지 않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과학 하면 복잡하고 어렵다는 생각에 지레 겁부터 나곤 한다. 더욱이 중요하고 큰 문제일수록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마련이고, 살펴봐야 할 요소들과 쟁점이 매우 많다. 그러다 보니 깊이 파악하여 제대로 판단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무관심하기 일쑤다. 학교 교육 현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학생들이 과학과 사회를 배우지만, 원론에 그칠 뿐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이 되곤 한다.
이런 상황에 문제의식을 가진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가꿈)’ 교사들은 학생들과 함께 현실의 과학을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살아 있는 수업을 해왔다. 그리고 이제 이 과학 선생들이 복잡한 세상의 문제들에 리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프로야구에서 애매한 상황일 때 여러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영상을 계속 리플레이 하면서 제대로 판단하는 심판합의판정 제도가 있듯이, 성급하게 판단하는 걸 잠시 멈추고, 과학으로 명쾌하게 따져 보자는 것이다.
꼼꼼하고 폭넓게,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는 과학 이슈
앞서 가꿈 선생들은 2009년, 청소년 교양과학 베스트셀러《과학, 일시정지》를 펴냈다. 앞만 보고 질주하는 현대 과학에 브레이크를 걸고, 일상 속 과학 문제를 짚어가며 과학이 나아갈 길을 고민하며 쓴 책이었다. 이 책은 수많은 독자들에게서 재미와 지식을 모두 담았다는 평을 얻었다.
7년이 지난 지금, 현대 과학은 여전히 앞만 보며 달리고 있고, 그래서 꼼꼼히 살펴보고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더 많이 생겨났다. 결국 가꿈 선생들은 치열하게 고민하며 날을 조금 더 뾰족하게 세우기로 했다. 《과학, 리플레이》는 4대강, 맞춤아기, 반도체 공정, 세균과 항생제, 송전탑 등 10가지 최신 사회 이슈를 과학의 눈으로 들여다본다. 풍부한 과학 자료와 지식을 바탕으로 쟁점을 여러 각도에서 균형 있게 살펴, 현대 과학에 대한 가치 판단의 기준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예를 들어, 4대강 개발을 모티프로 쓰여진 1장 ‘청개구리의 거짓말’에서는 인류가 고대문명에서부터 어떻게 강물을 관리해왔는지를 보여주면서, 그 연장선에서 4대강 정비 사업의 목적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이어서 4대강 개발이 어떤 면에서 자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소, 여울 등의 하천 구조와 하천 생태계를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나아가 물 관리가 얼마나 중요하고 민감한 일인지 다른 나라 사이의 분쟁 사례들을 통해 보여주고, 근본적으로 우리가 물을 어떻게 쓰고 관리해야 할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모티프로 한 7장 ‘765kV의 거인에 맞선 할매들’에서는 각 찬반 입장의 논리와 과학적 근거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져서 우리 손에까지 오게 되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동시에 그것이 결코 ‘자연스러운’ 과정과 결과가 아님을, 누군가의 희생이 담보된 것임을 깨닿게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전기와 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할지, ‘스마트 그리드’ ‘패시브 하우스’ 등 에너지 소비에 대한 대안을 소개하면서 고민해본다.
이처럼 이 책은 꼭 알아야 할 과학 지식을 현직 과학 교사들답게 쉽고 조곤조곤하게 그리고 폭넓게 설명하면서, 현재진행형인 과학 이슈들의 여러 가지 다양한 쟁점을 균형 있게 다루고 있다.
이야기로 시작해 더욱 생동감 넘치는 과학책
이 책은 장마다 이야기로 시작한다. 과학 이슈를 주제로 하는 책들은 대부분 일반인을 대상으로 특정 분야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눈높이를 맞춰 쉽고 재밌게 설명하면서도 풍부한 과학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책, 더불어 과학의 가치를 찾아가는 취지의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점들을 보완해 청소년들과 소통성을 높이고자 했다. 장마다 면 색이 들어 있는 첫 시작 부분은 우화, 콩트, 기사 등 재미있는 이야기 방식이다. 이런 형식을 사용한 것은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과학과 윤리, 인권, 환경을 주제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직접 가르쳐왔던 과학 선생들이 학생들과 소통을 위해 선택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3장 ‘원하는 아이를 만들어 드립니다!’에서는 청각장애를 가진 레즈비언 부부가 청각장애인 남자의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이의 유전자를 선택할 수 있다면 똑똑하고 장애가 없도록 선택할 것 같지만, 이 부부는 자신들과 삶의 방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청각장애 아이를 골랐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태어날 아이의 삶을 부모가 선택한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면, 본격적으로 맞춤아기의 과학 지식과 쟁점을 다루는 본문을 읽을 준비가 된 것이다.
8장 ‘원전이 정전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의 에피소드는 주인공 스크루지가 후쿠시마 원전 수습 현장, 밤이 더 낮 같은 명동 거리, 노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미래의 어느 곳 등을 돌아다니는 ‘새로운 스크루지 이야기’다. ‘은백색우주복무늬만하드코어록밴드 노인’이라는 걸출한 캐릭터와 함께 여기저기를 여행하다 보면, 내가 마치 스크루지가 된 것마냥 전기와 원전 문제에 훅 들어가게 된다. 때마침 전기 수요가 가장 높은 여름인 요즘, 이 이야기를 함께 읽으며 토론을 해봐도 좋겠다.
그 밖에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병에 걸린 가족 이야기, 백혈병에 걸린 반도체 노동자들의 항소심 최후변론, 밀양 노인들의 송전탑 반대 시위, 광우병을 보도한 <PD수첩>의 법정 공방 이야기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문제가 되는 주제들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내 이웃 이야기라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더불어 각 장 주제를 맛깔나게 표현한 일러스트는 잠시 쉬어가면서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복잡한 세상의 문제들, 과학의 눈으로 명쾌하게 들여다보자!
과학 이야기는 교과서나 실험실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 있다. 과학 지식을 많이 안다고 잘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모든 일에 있어 제대로 판단하고 결정하려면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따져 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이 책은 하나의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각 이슈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뿐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정답은 없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