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동안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한 환자는 “나는 다행히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솔직히 병원을 가기는 꺼려진다. 하지만 약이 없으면 상태가 안 좋아지니 가지 않을 수 없다”며 “주위 삼성서울병원을 다녔던 환자는 실제 병원을 옮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증질환자는 담당 의사와의 관계가 두텁다.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처음 관계를 맺은 의사에게 계속 치료를 이어간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로 환자들은 병원이 무섭다. 진료 시기가 왔는데도 내원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병원 가기를 꺼리는 경우 가족이 대신 가서 약을 타오기도 한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투석이나 주사제로 치료 중인 환자는 반드시 병원을 가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의사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환자와 전화통화 등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2~3달에 한 번씩 병원에서 반응평가를 통해 치료를 하고 있는 암환자에게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당장은 내원을 미룬다지만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문제다. 치료가 일시 중단될 경우 질환에 따라 상태가 나빠지거나 내성이 생겨 치료제를 교체해야 할 수 있다. 메르스를 피하려다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파킨슨 환자는 “한 지방 환자의 경우 다니던 서울 병원에서 팩스로 처방전을 받았지만 그 지역 병원에서는 해당 의약품이 없어 난감했다고 한다”며 “환자와 가족 모두 병원을 가기 힘든 상황에서 사태가 오래 갈 경우 약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사 관계자는 “물론 가장 급한건 메르스 사태를 종식시키는 일이지만 병원을 방문하지 못해 치료가 중단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환자를 위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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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와 입원 환자가 가장 많이 줄어든 병원은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외래와 입원이 50%씩 줄었는데, 6월 초 SNS를 중심으로 근거없는 소문이 확산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건국대병원도 메르스 발생병원이라는 영향으로 외래환자가 50% 격감했다.
서울 대형병원 입원환자의 경우 중증 환자 비중이 높아 입원환자 감소폭은 외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20~30%까지 줄어든 병원도 적지않아 상당한 후유증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외래 등 병원이 부분 폐쇄된 서울삼성병원(외래 하루평균 8500명, 병상 2000개)이나 강동경희대병원(19일부터) 등은 천문학적 피해가 예상돼 서울지역 병원 피해 규모에 포함시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신촌) 경우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하루 평균 31%의 외래가 감소했는데 하루 외래 진료비 감소분만 4억원에 달한다. 세브란스병원의 병상가동률(입원)도 같은 기간 평소 가동률(94%)보다 5~6% 감소해 하루 진료비 감소액이 2.5억~3억원에 이른다. 메르스 여파로 하루 7억원씩 진료비 수입감소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비슷한 감소폭에 있는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고대 안암병원 등도 유사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으며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큰 건국대병원, 상계백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등의 피해 강도 또한 클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메르스 사태가 조기에 진화되지 않고 지금처럼 지속되거나 확산되면 병원들의 피해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 모 병원의 외래 및 입원 환자 감소율을 주단위 별로 보면 메르스에 대한 심각성이 알려지기 시작한 5월 넷째주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율이 높아지고 있다. 외래의 경우 5월 넷째주 1.8%, 6월 첫째주 13.3%로 감소폭이 확대되다가 6월 둘째주 33.0%로 최정점을 찍고 6월 셋째주 25.7%로 다소 감소폭이 꺽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입원은 6월 첫째주 1.1%, 둘째주 6.6%, 셋째주 6.4%씩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번 주 메르스 사태의 진정 여부에 대형병원들이 비상한 관심을 가울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비단 서울의 대형병원 뿐만 아니라 지방 대형병원을 비롯 전국 중소병원, 동네의원들이 받고 있는 메르스로 인한 진료비 피해도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진화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병의원들이 메르스가 극복되면 경영난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사태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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