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는 흔한 것이잖아
안정옥
날아다니는 빗자루가 혼란스러운 적 있지 내 방문을 잡아채려는 마녀, 그들 빗자루를 그냥 두길, 내가 빗나갈 때 빗자루로 맞기도 했지 늘 세워둬 그러나 밤이 되면 빗자루 타고 어디든 날아가야 해, 이것저것 몸소 겪은 뒤, 내 안에도 나를 지켜주려 애쓰는 이가 있다는 걸 알아볼 줄도
지금도 마녀 탓에 죽어가긴 해 내가 죽은 후 화형을 당하긴 마찬가지 원래의 뜻과 상관없이 삶은 함부로 뒤섞여있지 풀려 하면 더 엉켜 그러니 흔하고 보잘것없는 빗자루나 타고 날아갈 상상이나 할 수밖에
나를 지켜주는 이의 이름을 부를 때 있어 가파름을 건널 때 내 양 어깨를 잡아준 지도 모르지 그렇지 않고 어떻게 밤이 지나면 상심의 무게가 반으로 줄었겠어 눈물의 반도 누군가 울컥 삼켰어 혼자여서 잘 버틸 수 있었던, 그러니까 내가 달빛을 받으며 빗자루를 타고 멀리 날아가는 걸 목격해도 못 본 척해
----애지, 2023년 가을호에서
빗자루는 먼지나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도구이고, 일본에서는 그들의 전통의상인 기모노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의 도덕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가 있다. 쓸고, 쓸고, 또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그가 소속된 국가와 공동체 사회를 모두가 다같이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겠다는 꿈과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일을 하고 공동체 사회를 건설하며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러나 빗자루가 있기 때문에 그 모든 문제들을 다 해결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빗자루는 일상생활의 필수품이고, 청결성(도덕성)의 상징이기 때문에 빗자루와 관련된 꿈은 대부분이 좋은 꿈이라고 한다. 빗자루로 청소하는 꿈은 훌륭한 인재와 훌륭한 며느리를 얻고 재물의 운이 따르는 것을 말하고, 빗자루를 사는 꿈은 귀인이나 조력자를 만나 어려운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빗자루를 줍는 꿈은 어떤 단체나 모임에서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을 뜻하고, 빗자루를 주는 꿈은 타인의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도와주는 것을 뜻한다. 이와 반대로, 빗자루가 부러지는 꿈은 가세가 기울거나,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는 꿈은 어떤 나쁜 짓을 하고 도망가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안정옥 시인의 말대로, ‘빗자루는 흔한 것’이지만, 우리는 빗자루 없이는 살 수가 없고, 이 빗자루를 로봇이나 진공청소기로 대체할 수도 없다. 쌀도, 배추도, 금은보화도 너무 흔하면 귀한 줄을 모르듯이, 우리는 이 빗자루를 아주 우습게 알고 빗자루의 유용함과 소중함을 잊고 지낸다. 오죽하면 빗자루로 얻어 맞고, 빗자루가 내 방문을 잡아채는 마녀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오죽하면 정든 고향 땅과 부모 곁을 떠나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꿈을 꾸게 되었던 것이란 말인가? 흔하거나 친숙하면 지겹고, 지겹고 싫증이 나면 멀어진다. 친구도 가까운 데에 있고, 원수도 가까운 데에 있다. 소중한 것도 가까운 데에 있고, 쓸모 없는 것도 가까운 데에 있다. 친구와 원수의 상징도 빗자루이고, 소중한 것과 쓸모 없는 것의 상징도 빗자루이다. 빗자루는 도덕성의 상징이면서도 반도덕성의 상징인데, 왜냐하면 도덕과 정의가 채찍, 즉, 타인을 구속하고 학대하는 채찍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녀란 온갖 이상하고 괴이한 짓을 다 연출하고, 도덕과 법률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신성모독적인 그 모든 짓을 다하게 만든다. 따라서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나라에 큰 기근이 들거나 대역죄인들이 나타나면 마녀 사냥을 하게 되고, 그 마녀에게 모든 죄를 다 뒤집어 씌우면 그 재앙들이 사라진다고 믿어 왔던 것이다. 마녀란 가공의 인물이며 실체가 없는 것이지만, 조루다노 브로노와 갈릴레이 갈릴레오, 또는 데카르트와 장 자크 루소와 프로이트와도 같은 인물들마저도 이 마녀 사냥의 희생자들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말이다.
나는 지금도 마녀탓에 죽어가고, 내가 죽으면 시대를 잘못 태어난 죄로 화형을 당할 것이다. 애시당초 모든 것은 내 뜻과는 상관없이 함부로 엉켜있고, 그것을 풀려고 하면 그 일들이 더욱더 뒤죽박죽으로 엉켜버린다. 그러니까 바로 이처럼 일이 꼬이고 뒤죽박죽으로 엉커버릴 때, 그 흔하고 보잘 것 없는 빗자루는 탈것이 되고, 나는 구속과 억압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맛보게 되는 것이다.
안정옥 시인을 늘, 항상 지켜준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안정옥 시인이 어렵고 힘들 때마다 그의 이름을 부르면 그가 달려와 그의 양 어깨를 잡아주었는지도 모른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의 “상심의 무게가 반으로 줄고”, 수많은 밤도 잘 지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눈물의 반도” 그가 울컥 삼켜주었고, “혼자”여도 잘 버틸 수 있게 해주었던 그는 영원한 나의 수호천사, 즉, “빗자루”였다고 할 수가 있다.
빗자루는 먼지나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도구이며, 생활필수품이다. 빗자루는 청결성과 도덕성의 상징이자 그 어느 누구의 잘못도 단죄할 수 있는 채찍이라고 할 수가 있다. 빗자루는 우리들을 유혹하는 마녀이자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주는 수호천사이고, 그 모든 문제들을 풀어주는 해결사라고 할 수가 있다. 빗자루는 흔한 것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빗자루는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흔하지 않은 것이다. 빗자루를 타고 시를 쓰고, 빗자루를 타고 도덕과 관습을 꾸짖고, 빗자루를 타고 그 더럽고 추한 모든 것을 다 쓸어버린다. 빗자루를 타고 연애를 하고, 빗자루를 타고 아이를 낳고, 빗자루를 타고 푸르고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닌다.
이 세상에서 가장 흔한 빗자루를 타고 빗자루와 함께 소꿉놀이를 하고 있는 안정옥 시인은 상상력의 천재이자 그 상상력의 행복을 산다고 할 수가 있다. 상상력은 감성보다 더 뛰어나고, 상상력은 이성보다도 더 힘이 세다. 상상력이 없는 감성은 피상적이고, 상상력이 없는 이성은 그 뿌리조차도 내릴 수가 없다. 상상의 힘은 이 세계와 우주를 구상하고, 가장 충직한 이성과 감성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사유하고, 느끼고, 실천하도록 빗자루를 타고 다니며 채찍질을 해댄다.
상상력의 힘은 전지전능하고, 모든 시와 이 세계와 이 우주, 그리고 그 어느 것도 우리 시인들이 창조하지 않은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