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맞춰보고
저렇게 맞춰보다가
오늘 8시 12분 춘천행 전철을 탔다
춘천 김유정역에서 가는
금병산을 향하여..
한시간 넘게 걸려서 역에 내리니
이른 아침부터 햇볕이 쨍쨍하다
아침 9시 30분
아침을 못먹고온 영봉이를 위해 역 앞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영봉이가 집어들은
김밥이 유효기간 10분이 지나는 바람에
돈을 받을 수 없단다.
그래서 물과 막걸리를 한 병 사면서
김밥, 햄말이밥,도시락 등을
덤으로 얻었다.
왠 횡재..
수지맞은 날이다
잘 먹고10분 지나도 아무 탈이 없으니
신선한 무료 아침이 되었다
햇볕 뜨거운 길을 한참 걸어
김유정 기념관, 실레마을을 지나
금병산 속으로 들어서니
잣나무 숲이 울창하다
초보자도 갈수 있는 완만한 흙길에
간밤에 소나기가 내렸는지
축축한 숲길에 풀향기는 더욱 상큼하고 진하다
정상에 올라 인증 단체사진 한장씩 찍고
내려오는 길목에 자리잡아 앉은
즐거운 점심시간이다.
늘 기대되는 선묵표 명품 도시락
오늘은 심심한 묶은지와
매콤한 골뱅이 무침이다.
오디주와 막걸리를 반주로
정말 맛나다.
내려오는 길은
실레 이야기길...
김유정이 태어난 마을 이름이 실레마을 이다.
숲속의 오솔길에
김유정 소설속 주인공들 점순이, 응칠, 덕만이 등등의
흔적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봄 봄, 동백꽃, 만무방
소낙비 등
우리 어릴적 동네에도 있었을법한..
그러나 이제는
잊혀져가는 아련한 추억속의 이야기들이다
내 눈을 유혹하는 빨간 산딸기
그리고 까맣게 달려있는 쌉쌀한 버찌 따먹느라
나는 늑장이다
머심애들은 머심애 들이다
멋대가리 없이 빨리 오라고 윽박 지른다
은근히 먼길을 돌고돌아
유정마을로 내려와
생가와 문학촌에 잠시 들렀다
김유정의 짧은 생애
그의 많은 작품들...
폐병을 앓으며 목숨걸고 2년간 좋아했던 외짝사랑의 여인
그러나 그것 조차 알지 못하고 지나쳤던
기생 박록주(훗날 유명한 명창)
그리고 또 한 여인
31통의 혈서로 쓴 편지를
보냈건만 철저히 무시했던 여인...
그 상심으로 병이 더욱 깊어졌던 김유정의
비극적 사랑
그 여인의 이름은 박봉자..
그래서 박종기는 괜히 욕먹었다
그 여인들과 같은 박씨라는 이유로..
오후 3시가 넘었다.
춘천 닭갈비는 빼버리고
시원한 막국수만 먹기로 했다.
우리의 탁월한 선택으로
순메밀 반죽으로 직접 뽑아주는
맛집에서 수수한 막국수로 마무리 했다
덥다며 먼저나간 박종기가 계산을 끝냈다.
소설속 응칠이 처럼 수더분한 친구..
우리는 박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4시 10분 상봉행 전철에
쪼르록 자리도 잡았고
나른한 몸과 마음을 배낭에 기대어
졸기로 했다
오늘 하루도 친구들과 함께 하니
즐겁고 기쁘다
다음엔 다같이 함께 했으면.. 생각하다
스르륵 잠이든다.
첫댓글 글이 너무 재밌어서 2번읽고 갑니다.
ㅋㅋ 웃자고 써봤는데 감사~~
박록주 박봉자... 별난 박씨 여인들
박봉자는 혈서 편지도 아랑곳없이
김유정의 지인과 결혼 하므로 김유정은 더
낙담했다고 한다
혈서 편지는 아무 효과 없나부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