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까지 5.5m. 약간의 내리막 경사로 쉽지 않은 버디 퍼팅. 6만여 갤러리가 숨을 죽였다. 볼이 구른 순간은 불과 2초 남짓. 그러나 그 짧지만 한없이 길었던 시간이 두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한 명은 하늘을 향해 뛰었고, 또 한 명은 고개를 숙였다. ‘운명의 신’은 ‘무관의 제왕’의 한을 풀어주는 선택을 했다.
메이저 골프대회 47번째 도전에 나선 필 미켈슨(34·미국)이 PGA투어 데뷔 13년 만에 메이저 무관의 한을 풀었다. ‘탱크’ 최경주(34·슈페리어)도 ‘명인 열전’의 중심에서 당당히 기량을 펼쳐 지구촌 팬들을 놀라게 했다. 환상의 이글을 기록하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마스터스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최경주는 12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GC(파72·7290야드)에서 벌어진 제68회 마스터스 마지막날 경기서 후반 5언더파의 뚝심을 발휘하며 3언더파 69타로 선전해 4라운드 합계 6언더파 282타로, 우승한 미켈슨(9언더파 279타)에게 3타 뒤진 단독 3위를 차지했다.
전날 공동 4위로 동타였던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와 같은 조로 4라운드를 시작한 최경주는 전반에 보기 2개로 무너지는 듯했으나 후반 ‘아멘코너’ 첫 홀인 11번 파4홀에서 이글을 기록하는 것을 포함해 기적같은 버디 행진으로 무려 5타를 줄여 당당히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경주의 뚝심드라마는 11번홀에서 시작됐다. 티샷을 한가운데로 보내놓고 핀까지 220야드 거리서 날린 회심의 5번 아이언샷이 핀을 향해 똑바로 굴러 그대로 홀인해 갤러리와 중계를 지켜본 수많은 팬을 열광시켰다. 아멘코너 세번째 홀인 13번홀에서도 티샷이 러프로 간 불리함 속에서 낮게 깔아 치는 기술샷으로 온그린에 성공하며 버디를 추가해 갤러리를 흥분하게 했다. 14·16번홀에서도 기술을 부린 완벽한 아이언샷으로 버디를 보태 한때 우승도 넘볼 만큼 기세를 높였다.
그러나 미켈슨과 엘스는 역시 세계 정상답게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 속에서도 환상적인 샷을 연속 뿜어냈다. PGA 22회 우승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무관에 그쳤던 미켈슨은 전반에 보기 3개를 기록하며 2오버파로 부진했으나 본격적인 챔피언 레이스가 시작된 후반에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12~14번홀 연속 버디로 우승경쟁에 불을 붙인 미켈슨은 16번홀 버디로 엘스와 동타가 됐다. 운명의 18번홀에서 3번 우드로 티샷해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볼을 보낸 뒤 전공인 페이드샷으로 약 5.5m를 붙이며 침착한 버디로 꿈에 그리던 그린 재킷을 입었다.
미켈슨은 우승상금 117만달러를 보태 단번에 상금랭킹 선두로 뛰쳐나가며 올 시즌 투어 첫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엘스도 비록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파5홀인 8·13번홀에서 장타를 앞세워 연속 이글을 잡아내는 등 챔피언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었다.
‘황제’ 타이거 우즈는 버디를 6개나 뽑아내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에 발목이 잡혀 결국 프로 데뷔 후 마스터스 최악인 공동 22위에 그쳤다.
이원한기자 razor@
● 최경주 인터뷰
"내 골프인생의 큰 획을 긋는 성과였다. 이제 어떤 대회든 또 경쟁상대가 누구든 잘할 자신이 있다."
제68회 마스터스골프대회에서 3위 입상의 쾌거를 이룬 "탱크" 최경주는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성적이다. 역대 아시아 선수 중 최고의 성적을 한국인인 내가 이뤄낸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또 새벽잠을 설치며 응원해준 고국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메이저 최고의 성적을 냈는데 소감은.
말할 수 없이 기쁘다. 마스터스 3위는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성적이다. 내 골프인생의 한 획을 긋는 성과다.
-톱10 입상은 아시아 선수로서 최초인데.
마스터스에서 아시아 선수 최고의 성적을 한국인인 내가 이뤄내 뿌듯하다. 새벽잠을 설쳐가며 응원해준 고국팬들 덕이다. 고맙게 생각하며 성원에 어느 정도 보답해 다행이다.
-유독 마스터스 성적이 좋은 이유는.
코스가 나와 잘 맞다. 상승곡선이 있으면 또 하락세를 타기도 하고, 그런 분위기가 잘 맞는 것 같다.
-오늘 경기 전 특별한 계획이 있었나.
경기 전에는 없었고 전반에 보기를 2개나 한 뒤 오늘은 이븐파만 쳐 톱10에 드는 데 만족하자며 우승 욕심을 버렸다. 편안하게 경기하다보니 성적도 좋아졌다.
-전반과 후반 분위기가 아주 달랐는데, 반전의 계기는.
10번홀이었다. 볼에 흙이 묻어 어려운 샷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볼이 정확하게 날아갔고 2퍼트로 마무리해 파세이브를 한 것이 분위기를 바꿨다.
-11번홀에서 멋진 이글을 뽑았는데.
두번째샷을 쳤을 때 감이 아주 좋았다. 그린에 떨어진 볼이 컵 속으로 사라졌는데 놀랍기도 하고 기분이 무척 좋았다. 이글이라는 성적보다도 이렇게 큰 무대에서 이런 멋진 샷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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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선수 대단하군요.^^
마스터즈 대회 3위라니.
필 미켈슨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이군요.^^
추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