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문경시산악회’와 함께, 대청봉을 오르다/숲 이야기

[기원섭]

‘재경문경시산악회’와 함께, 대청봉을 오르다/숲 이야기

‘숲’으로 간 사람이 있다.

내가 다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우리 서울시민교회에서 희망부를 맡아 헌신하시던 김경호 목사님이 바로 그 사람이다.

우리 교회 희망부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장애를 가진 교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는 부서다.

말과 글이 어눌한 장애인들에게는 말과 글을 가르치기도 하고, 일거리가 필요한 장애인들에게는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기도 하는 둥해서, 그들에게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우리 교회 희망부가 그동안 해온 헌신이었다.

김 목사님은 바로 그 도움의 사역을 하신 것이다.

20여 년 전의 일이다.

이런저런 사연이 있어 지금은 떠났지만, 그때는 우리 두 아들도 고등학교에 재학하면서 우리교회를 다니던 때였다.

그 중에서도 맏이의 교회 참여도가 좀 더 깊어서, 희망부에 소속되어 장애인들을 돌보는 헌신을 했었다.

“아버지, 장애인들을 돕는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예요. 자칫 자빠져서 다칠까봐 옆에 꼭 붙어 있어줘야 하고요, 때로는 똥오줌 싼 것도 치워줘야 해요. 그러나 그 돕는 과정에서 가슴 뿌듯한 감동도 있어요. 범사에 감사하라고 한 성경구절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어느 날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다녀온 맏이의 토로가 그랬다.

나도 그 즈음에 장애인 아버지 샘과 일곱 살 딸아이 루시와의 이야기를 그린, 숀펜과 다코다 패닝 주연의 미국 영화 ‘아이 엠 샘’(I Am Sam)을 보고 장애에 대한 내 편견을 벗겨버리던 때였다.

그런 인연이 있어, 우리 교회 희망부를 맡아 헌신하시던 김 목사님과 남다른 친분의 사이가 됐었다.

바로 그 김 목사님이 ‘숲’으로 가신 것이다.

지난 2017년 2월 말쯤의 일이다.

경기 의정부시 용민로 98(민락동 744-1)이 바로 그 ‘숲’이라는 곳이다.

나무가 무성해서 ‘숲’이라고 한 것이 아니다.

‘숲’이라는 이름의 교회를 그곳에서 개척하셨기에 ‘숲’이라고 한 것이다.

교회만 개척한 것이 아니다.

같은 그곳에 ‘숲 스토리’라는 이름의 가게도 하나 세우셨다.

옷가지니, 어린이 장난감이니, 책이니, 문방구니, 주방용품이니 해서, 온갖 중고 일상용품들을 기증받아, 장애인들이 다시 손질해서 상품화 한 것을 파는 가게라고 했다.

“장애인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들에게 일터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도 꿈과 희망을 가지고, 아름다운 삶을 역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숲’이라는 교회를 세우기로 했고, ‘숲 스토리’라는 가게를 열기로 한 것입니다. ‘숲’은 모두를 하나로 아울러 푸르게 하려는 제 마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파는 것은 걱정 안합니다. 장애인들이 손길을 보태서 새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원, 곧 중고물품을 많이 기증을 받는 것, 그것이 우리들에게는 축복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숲’의 이야기를 한 번 써볼 작정입니다.”

김 목사님은 그렇게 ‘숲’의 마음으로 교회를 세우고, 가게를 운영해서, 소위 ‘숲’스토리를 엮어가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 현장을 가봐야겠다 마음으로 작정하고 있었다.

드디어 그 때를 잡았다.

2017년 3월 14일 화요일인 바로 내일 오전 11시에, 그 현장인 ‘숲’교회와 ‘숲’스토리로 아내와 함께 달려간다.

우리들 독서클럽 ‘Book Tour’ 모임의 신은영회원도 동행하겠다고 했다.

빈손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집에 쌓아뒀던 중고 물건들을 싹 끌어 모아 한 차 싣고 간다.

이왕 가는 김에, 뜻을 같이 하는 주위에서 보태주는 것까지 함께 싸들고 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 번 해봤다.

‘숲’스토리를 엮는 목사님이신, 우리 김 목사님의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다.//

두 해 전인 2017년 3월 13일 월요일의 일이다.

온라인에서의 내 글쓰기 공간인 우리들 Daum카페 ‘문중 13회’와 Daum카페 ‘아침이슬 그리고 햇비’에, 「Sweet People-‘숲’스토리를 엮는 목사」라는 제목으로, 그 글을 게시했었다.

설악산 공원을 지나고 비선대로 향하는 숲길로 접어들었다.

그 초입에 입간판이 하나 서 있었다.

‘동화로 읽는 숲 이야기’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입간판이었는데, 그 입간판에는 여덟 번째 편인 ‘나무들의 경쟁’이라는 동화가 새겨져 있었다.

‘어느 마을에 큰 소나무 숲이 있었어요. 어린 소나무 숲의 소나무들은 햇빛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지요.’

동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야기는 이어져서, 따뜻한 그 숲에 어느 날 다람쥐가 집을 지으려고 찾아들었다는 것이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소나무들이 그 다람쥐를 냉대했다는 것이고, 다람쥐는 소나무들의 냉대로 쫓겨나면서 입에 물고 있던 도토리 하나를 떨어뜨렸다는 것이고, 그 떨어진 자리에서 잎이 넓은 참나무가 싹을 틔웠다는 것이고, 그리고 수많은 세월이 흘러 이제는 그 참나무가 소나무보다 더 높이 자랐다는 것이고, 그래서 참나무 그늘에 가려 햇빛을 못 보게 된 어린 소나무 하나가 비실비실 쇠약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결국 천둥번개에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날에 그 소나무는 꺾여 쓰러지고 말았다는 것이었다.

소나무는 그렇게 쓰러지면서도 행복해 했다고 했다.

다음은 소나무가 천둥번개에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던 그날에, 자신의 내일을 내다보기라도 한 듯, 참나무들에게 해준 이야기다.

“그래.. 너희는 정말 강해. 내가 졌어. 난 이제 햇빛을 볼 수 없어서 점점 죽어 갈 거야. 너희들이 오고 자라난 것, 나에겐 행복한 일은 아니지만..그래도 숲이 더 풍성해졌어. 동물들도, 더 많은 다양한 나무들도.. 그래서 행복해...”

그 동화를 챙겨 읽다보니, 얼핏 내 삶의 모습이 그 소나무에 오버랩 되고 있었다.

또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지난날 대한예수교장로회 우리들 서울시민교회를 떠나 의정부 쪽에 ‘숲’이라는 이름의 교회를 세우신, 바로 그 김경호 목사님의 얼굴이었다.

문득 작정 하나 했다.

근황이 어떠신지,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한 번 그 교회를 찾아야봐야겠다는 그 작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