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누릴 것을 좇아가다보면 자칫 현재 누릴 수 있는 것을 지나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합니다. 좋은 일입니다. 개인도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그렇게 해서 발전해 왔습니다. 개인의 인생을 보더라도 목표도 목적도 없이 그냥저냥 사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나름의 목표를 세우고 살아갑니다. 눈앞의 손쉬운 것도 있지만 몇 년 또는 한 생애를 걸고 달려가는 목표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너무 목표에 매달리다가 누려볼 기회들을 모두 놓쳐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행여 나이 들어서도 이루지 못하였다면 그 지나온 시간이 매우 안타까울 수 있습니다. 그러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지만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말도 나옵니다. 작가인 ‘오로라’가 자기 아버지의 말을 인용한 것입니다. ‘평범한 삶은 평범한 이야기나 만드는 거야.’ 그래서 오로라는 남다른 경험을 찾아 나섭니다. 작가는 대부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듭니다. 그래야 공감을 일으키고 감동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없는 이야기 억지로 만들어낸다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자신의 감정이 들어갈 수 없으니 감동을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직접 남다른 경험을 한다는 것도 복입니다. 어렵고 힘들었던 경험은 그만큼 독자들의 감정을 보다 깊은 곳으로 인도해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들은 일부러 그런 환경이나 상황으로 찾아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여 이야기 소재를 만드는 것입니다. 새롭고 색다른 경험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 그만큼 유익합니다.
지구와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와서 그곳을 이야기해준다면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이야기에 빠져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전합니다. 물론 지금의 독자들과는 매우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사람이지요. 우리가 지금도 고전을 읽으며 감동을 받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사람들의 공통적 감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2백 년이 넘는 시간의 공백이 있다 하더라도 이야기는 흥미를 일으켜줄 수 있습니다. 더구나 전혀 다른 세계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꾸며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단한 도전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 떠나면 지금 가까이 했던 사람들은 다시는 만날 수 없습니다. 각오가 필요합니다.
기술자, 엔지니어라고? 여기서는 흔해, 그러니 가지고 있는 기술만큼, 그만한 대우도 받기 힘듭니다. 차라리 외딴 곳이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 내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있다면 어디라도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도전하였습니다. 가지고 있는 것 다 털어서 비싼 여비를 내고 호화 우주선 ‘아발론’호에 탑승하였습니다. 그런데 가는 데만 120년이 걸립니다. 그러니 그냥 간다면 우주선 안에서 인생 종칩니다. 당연히 그 직전까지 동면상태로 여행을 해야 합니다. 목적지 도착 4개월 전에 깨어나도록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목적지는 지구에서 그만큼 떨어진 식민행성입니다. 그런 도전에 5천 명이 넘는 사람이 응했습니다. 모두 동면 중입니다.
무슨 사고였는지는 잘 모르지만 ‘짐’이 홀로 동면에서 깨어났습니다. 일어나 보니 혼자 깨어난 것입니다. 겨우 30년 정도 지났는데 말입니다. 그러니 정작 목적지에 도착하면 생존해 있을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앞으로 90년 가까이 더 살아야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왜 나만? 아무튼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인생 포기해야 합니다. 우주선 안에서 인생 끝내야 한다니, 이러자고 재산 다 투자하여 우주선에 오른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어쩌지요? 주변에 아무도 없습니다. 한 사람 있기는 하여 말이 통하기는 하지만 감촉이 없는 로봇입니다. 1년의 외로움을 견디다 자살까지 시도하고 차마 행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다른 동면자들을 둘러봅니다. 눈에 딱 들어오는 여성을 발견합니다.
오로라는 짐이 깨운 것입니다. 오로라가 부르짖은 대로 살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원수도 이런 원수가 있습니까?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은 것입니다. 그나저나 어쩌겠습니까? 돌이킬 수 없는 일입니다. 무조건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 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그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나은 건가요? 어쩌면 다행이었구나 싶은 사건들이 이어집니다. 그 대단한 우주선에 결함이 있었던 것이지요. 원수가 되었다가 함께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칩니다. 다른 많은 승객들은 동면 중이니 모릅니다. 깨어있는 두 사람에게 수많은 생명이 달려있는 셈입니다. 이제는 원수가 아닙니다. 어떻게든 함께 협력해서 위기를 이겨내야 합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경험이지요.
그저 그런 SF 영화와는 좀 다른 이야기를 그려주고 있습니다. 대단한 구경거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 정도의 장면들은 이미 다른 영화들에서 경험하였기에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거의 두 사람만의 이야기임에도 긴박감과 애틋한 로맨스가 있습니다. 사랑, 배신, 화합이 빠르게 전개됩니다. 그리고 그 연애담은 위기를 헤쳐 나가며 더욱 깊어집니다. 한정된 공간이지만 광활한 우주 안에서 두 사람은 부부가 되어 자기네 인생을 만듭니다. 어디이면 어떻겠습니까? 작은 몸이지만 우주보다 더 큰 우리의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우리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영화 ‘패신저스’(Passengers)를 보았습니다. 2016년 작이네요.
첫댓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