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바야흐로 흘러 흘러 마천으로 접어들때쯤
마중 나온다던 치산님의 반가운 전화벨이 울려왔다.
"따르릉..."
"치산님 벽소령 갔다면서요? 이제 어떻해요?
"방금 연하천에 도착했어요. 지금 내려 갈테니 천천히 올라오고 계세요."
"네"
"뭐 필요하신건 없으세요?
"(시끄러운 소리)소주 2개(물론, 대병으로) 하고 삼겹살만 있으면 되겠네요"
"네 !그럼 조금 있다 뵈요"
뚝
사실 아까부터 동네뒷산 이라는 말은 까마득하게 잊었다.
더 내 간이 콩알만해진 사건이 있었다.노고단쯤에서 연하천에 전화를 했더니 다롱이가 하는말이 치산님이 벽소령으로 출타중이시란다.
여기까지 어떻게 오긴했는데 올라가야 하나 말아야하나 시계를 보니 오후5시가 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쯤되면 제 심정 다 아시겠죠?
얼마나 치산님 전화가 방가 방가 였겠어요.
벽소령까지 다녀온뒤라 피곤한거 너무나 잘알고 있지만 제입에선 "내려오지 마세요 저희 둘이 올라갈께요" 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어요.
또 다시 여수 뻥쟁이는 합리화 시켰죠!!남자들은 튼튼하니깐 .치산님은 산을 잘타니깐 괜찮을꺼야!!!
마천에서 필요물품을 챙기고 음정마을 도착 .
또다시 난감함이란 손님이 찿아왔는데 내 생각보다 더 큰 소주 2개,욕심껏 챙긴 맥주 2캔,콜라,물,삼겹살...그리고 굵어지는 빗방울들...생각같아선 모조리 100분의1로 만들고 싶었다.
큐트의 가죽쌕엔 냄새난다고 투덜 거리지만 삼겹살을 맡기고 더이상 들어갈것같지 않은 내 베낭엔 그 나머지들을 들쑤셔 넣었다 .
이런,이런...
돌덩이가 따로 없다,하지만 우짜겠노 조금 있다 들킬 동네 산자락과 2시간 안에 연하천에 도착하지 못할걸 생각하면 울며 겨자먹기로 꾹꾹 참아야지! 그리곤 또다시 훗날을 만회하기 위한 트릭 작전도 감행한다.
"큐트야,이 비옷 빨리 입어 산에서 비에 젖으면 큰일 난다."
참고로 큐트는 이런 모습에 굉장히 감명받고 모든것이 용서 된다.
나의 모든 시간 약속의 뻥크도 이런 식으로 만회가 됬던 것을 난 너무도 잘알고 있다.연하천 자락의 빗방울들과 지리의 모든 것들이 날 조소한다.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그때 시간 5시30분.
드디어 산행 시작이다.
그런데 첨부터 왠말인가 비에 젖은 지리산은 한없이 미끄럽기만 하고 할머니 신발을 신은 큐트는 겁에 질려 울먹이기 시작한다.
큐트야 나 사막도 울~~고 싶어라~~~~~~~~
내려가자한다,나는 안된다고 한다.
첨만 그렇지 조금 있으면 아스팔트아닌 고속도로가 나온다고 했다.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거짓말이 통하지 않다니.속으로 내심 놀래고,모른척 묵묵히 걷는다.
정말 평평한 길이 나오자 큐트는 내게 팔짱을 끼고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리고,거기에 내가 더욱 분위기를 띄워 산딸기를 따주었다.
몹시 좋은가 보다.
그러나 ,우리에겐 평화로운 시간이 깨지고 있었다.
어디선가 "부릉~~부릉~~" 내가 들어도 오토바이 10대정도는 될법한 소리. 하지만, 이런 오지에 무슨 오토바이 폭주족이란 말인가?
큐트는 또다시 울먹이기 시작했다.나도 울먹이고 싶었지만 꾹참았다.
그러나 큐트의 말은 나를 더욱더 놀래지 않을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