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석정 이언영 선생 문과 동방록

완석정 이언영 선생 문과 동방록                                                해제:  인동 장달수   영남 분으로는 사서 전식. 죽유 오운의 아들 경암 오여벌, 수서 박선정의 아들 박한(朴𤥚). 남악 김복일의 사위 저곡 최정호(崔挺豪). 병산서원 원장을 지낸 정봉 안담수(安聃壽) 등이 동방급제 하였다.     왕대년 선조(宣祖) 36 시험일 1603년 10월 11일 합격자발표일 1603년 10월 11일 시험종류 식년시(式年試) 시험명 계묘36년식년방(癸卯三十六年式年榜) 시험문제 책문(策問) 안위치란(安危治亂)   문과장원 장원급제 : 이언영(李彦英) 합격인원 : 33명 무과장원 장원급제 : 이승일(李承一) 합격인원 : 34명 시험실시이유 식년시이다. 대비과(大比科:식년시의 다른 이름)로 실시한 시험이다.       완석정 이언영 선생의 전시 장원급제 답안지(殿策) [問安危治亂(會試魁)]   王若曰天下無不可爲之時。安危治亂。係於人事之得失。是故人事旣盡。則危可轉而爲安。亂可轉而爲治矣。古有遇可爲之時而不能有爲者。又有遇不可爲之時而能有爲者。可得詳言歟。試以今日之事言之。此乃可爲之時歟。不可爲之時歟。賴天朝之拯濟。祖宗之默佑。廟社不墜。疆土復全。似是可爲之時。然兵興十二年。賊退又六年。尙不能有所猷爲。有急則但呼天朝。不思自彊之策。時之不可爲而然歟。抑人事未盡而然歟。欲盡其人事。何修而致歟。子大夫皆將登進予左右者。予之闕失。政之疵病。必有能言是者。若謂人事未盡則何事未盡歟。其各悉陳無隱。[會試魁]   【번역】임금께서 말씀하셨다. “천하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란 없으며, 安·危와 治·亂은 사람이 하는 일의 得·失에 달려있다. 이런 까닭에 사람이 할 일을 이미 극진히 했다면, 위태로움[危]은 안정됨[安]으로 전환될 수 있고, 어지러움[亂]은 다스려짐[治]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옛날에 무엇인가 할 수 있는 때를 만나고도 능히 아무것도 함이 있지 못한 경우도 있고, 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를 만나고도 능히 함이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상세히 설명할 수 있겠는가? 시험 삼아 오늘날의 일로 말한다면, 뭔가를 할 수 있는 때인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인가? 중국[天朝]의 구제와 조종(祖宗)의 보살핌에 힘입어 종묘와 사직이 무너지지 않고 강토가 다시 보전되었으니 뭔가를 할 수 있는 때인 듯도 하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난 지 12년이 되었고, 왜적이 물러간 지 6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다. 급한 일만 있으면 그저 중국에 호소하고 스스로 강성해질 계책은 생각하지 못하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라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사람이 할 일이 미진해서 그런 것인가? 사람이 할 일을 극진히 하고자 한다면 무엇을 닦아야 하겠는가? 자대부(子大夫)들은 모두 나의 좌우에 등용될 사람들로서, 나의 잘못이나 정치의 병폐에 대해 필시 옳은 것을 말해줄 이가 있을 것이다. 만일 사람이 할 일이 미진하다면 어떤 일이 미진한 것인가? 각자 숨김없이 모두 진술하라.[회시(會試)의 장원]   臣對。臣聞不用力焉則一羽之輕。尙不能擧。苟用力焉則賁獲之任。可以當之。是誠在我而已。恭惟正倫立極盛德洪烈主上殿下。憤深軾蛙。志切枕戈。吳薪恒卧。越膽長懸。戒折臂於旣往。思易轍於方來。舜門旣闢。堯顔孔邇。敞豁玉階。昭揭金章。諄諄乎安危之機。懇懇乎治亂之由。其濟屯之志。撥亂之心。此誠生於憂患之日也。臣非識務之傑。而初見君父。丹悃自激。敢不以受人之徽言。爲殿下咸告。   【번역】신이 대답하였다. 신은 들으니, 힘을 쓰지 않으면 가벼운 깃털 하나도 오히려 들 수 없고, 진실로 힘을 쓰면 맹분(孟賁)이나 오획(烏獲)만이 들 수 있는 짐도 가히 감당할 수 있다 하였으니, 이는 진실로 내게 달려 있을 뿐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윤리를 바로 하고[正倫] 표준을 세우신[立極] 위대한 덕[盛德]과 드넓은 업적의[洪烈] 주상전하께서 울분은 ‘개구리에게 경의를 표함[軾蛙]’보다 깊고, 의지는 ‘무기를 베고 자는 것[枕戈]’보다 간절하십니다. 오나라 부차(夫差)가 누웠다는 섶에 항상 누우시고 월나라 구천(句踐)이 핥았다는 쓸개를 오래도록 매달아 놓으시고는, 기왕에서 잘못을 경계하고 장래에 고치기를 생각하시니, 순임금의 문이 이미 열렸고 요임금의 얼굴이 매우 가까워졌습니다. 옥계(玉階)를 활짝 여시고 금장(金章)을 밝게 내걸어 안위의 기틀과 치란의 원인을 간절하게 구하시니, 곤경을 구제하시려는 뜻과 혼란을 평정하시려는 마음은 진실로 우환의 시기에 생기는 것입니다. 신은 이러한 사무에 대해 식견을 가지고 있는 인재가 아니오나, 처음 군부(君父)를 뵙고 충정이 저절로 격동하여 감히 누군가에게 들은 훌륭한 말씀을 전하를 위해 모두 고하지 않겠습니까?   臣伏讀聖策曰。天下無不可爲之時。[止] 可得詳言歟。臣有以見殿下若涉淵氷。恒存疢疾之盛心也。臣聞時有安危。而國有治亂。其安也非自安也。所以使之安者人也。其危也非自危也。所以使之危者人也。安危治亂之分。其不在於人事之得失乎。是故人事之盡則克復乎舊物。再造乎丕基。而危者可安。亂者可治。人事之失則渙散之日甚。衰替之莫救。而危者愈危。亂者愈亂矣。古之先人事而後言時者。不以已安而忘危。不以已治而忘亂。當其危也則思所以安之。當其亂也則思所以治之。古今天下。豈有不可爲之時乎。所謂人事者。不可以他求。在於盡其誠而已。夫拯溺亨屯者。帝王之志也。而所以實其志者誠也。修己任人者。中興之道也。而所以盡其道者誠也。誠之至與不至。而時之安危。國之興廢係焉。旣盡其誠則時之遇不遇。固不足道也。稽之於古則時有可爲而不盡其誠。以致衰亡者。晉元與宋高是也。時不可爲而能盡其誠。以致中興者。少康與宣王是也。伏願殿下以不能中興者爲戒。而以能中興者爲法焉。   【번역】신은 “천하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란 없으며” 에서부터 “상세히 설명할 수 있겠는가?”까지의 성책(聖策)을 엎드려 읽고, 전하께서 깊은 연못과 얇은 얼음을 건너듯 항상 근심하시는 훌륭한 마음을 보존하고 계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신은 듣기로, 시기에는 안위가 있고 국가에는 치란이 있지만, 그 안정이 저절로 안정된 것이 아니라 안정되도록 하는 것은 사람이며, 그 위태로움이 저절로 위태로운 것이 아니라 위태롭도록 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안위와 치란의 나뉨이 인사의 득실에 있지 않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가 극진하면 옛 전통을 능히 회복하고 위대한 기업을 다시 조성하여 위태로운 것을 안정시키고 어지러운 것을 다스릴 수 있지만, 인사가 잘못되면 무너짐은 날로 심해지고 쇠퇴는 구원할 수 없게 되어 위태로운 것은 더욱 위태로워지고 어지러움은 더욱 어지러워집니다. 옛날에 사람이 할 일을 우선하고 시기를 말하는 것은 뒤로 했던 사람은 이미 안정되었다고 위태로움을 잊지 않았고 이미 다스려졌다고 어지러움을 잊지 않았으며, 위태로움을 당해서는 안정시킬 방도를 생각하였고 어지러움을 당해서는 다스릴 방도를 생각하였으니, 고금천하에 어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라는 것이 있겠습니까? 이른바 사람의 할 일이란 다른 데서 구해서는 안 되며 그 정성을 다하는 데 있을 따름입니다. 대저 곤경에 빠진 것을 건지고 곤경에 막힌 것을 소통시키는 것은 제왕의 뜻이지만, 그 뜻을 진실되게 하는 것은 정성입니다. 자신을 닦고 인재를 등용하는 것은 중흥의 도이지만, 그 도를 극진히 하는 것은 정성입니다. 정성의 지극함과 지극하지 못함에 때의 안위와 국가의 흥폐가 달려있으니, 그 정성을 이미 극진히 했다면 때의 만남과 만나지 못함은 진실로 말할 것이 못됩니다. 고사를 살펴보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때에도 그 정성을 다하지 않아서 쇠망에 이른 경우가 있으니, 진(晉)의 원종과 송(宋)의 고종이 그렇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임에도 능히 그 정성을 다하여 중흥을 이룬 경우도 있으니 소강과 선왕이 그렇습니다. 엎드려 원하옵건대 전화께서는 중흥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경계를 삼으시고 중흥을 이룬 것은 본을 삼으소서.   臣伏讀聖策曰試以今日之事。[止] 何修而致歟。臣有以見殿下懲前圖後思患預防之盛心也。嗚呼。殿下東土之聖主。此日千載之一時。而夷狄之患。太王之所不免也。頃緣涅齒梗化。卉服匪茹。翠華去邠。黃屋踰梁。幸値天王垂恤。濟弱扶傾。祖宗默佑。雪恥除兇。䨓驅電掃。鼠窟遂盪於故都。地轉天旋。日御載正於黃道。唐家之廟貌如故。周室之境土已復。   【번역】신은 “시험 삼아 오늘날의 일로 말한다면” 에서부터 “무엇을 닦아야 하겠는가?”까지의 성책(聖策)을 엎드려 읽고, 과거를 징계하고 미래를 도모하며 환란을 생각하여 미리 방비하려는 성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호라. 전하께서는 동쪽 땅의 성주이시고 지금은 천년에 한 번 있는 시기입니다만, 오랑캐의 환난은 태왕도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때 오랑캐가 교화되기 어려움과 예기치 못한 침략으로 말미암아 빈(邠)을 버리시고 양산(梁山)을 넘었습니다. 다행히 천왕의 보살핌을 받아 미약함을 구제하고 기울어짐을 부축하였고, 조종의 도우심을 받아 치욕을 씻고 원흉을 제거하였습니다. 우레처럼 몰아내고 번개처럼 쓸어내어 도적의 소굴은 소탕되었고, 땅이 돌고 하늘이 돌아 하늘의 운행은 비로소 제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당의 면모는 예전과 같았고, 왕실의 영토는 이미 회복하였습니다.   由今之時。觀今之勢。則似或可爲。而不必至於魚爛矣。奈之何驪岳之烽。軍門之檄。汔至一紀。而不聞奇謀雄略。折衝於樽俎。秦川之鶴。楚幕之烏。已到六年。而不見嘉猷善斷。制勝於帷幄。設有天不悔禍。賊未悛惡。更傳立馬之句。復起看花之計。則禦戎無策。控于大邦而已。民心日散。至於土崩而已。奄奄如日之暮。岌岌如線之絶。漢業中衰。衛事日非。謂之時不可爲。則自古及今。無不可爲之時。謂之事有未盡。則夙夜憂勤。又無所未盡之端。臣不敢知厥故何其。臣嘗題伯麟之壁。抱穉圭之憂。而君門九重。堂下千里。其所以致此之由。雖不敢妄有開陳。而以殿下之問。求之於今日之事。則豈無一二之可言者乎。   【번역】오늘의 상황에서 오늘의 형세를 살펴보면 혹 해볼 만할 듯하며 부패한 지경에 이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여악(驪岳)의 봉화가 피어오르고 군문(軍門)의 격문이 나붙은 지 마침내 12년이 되었는데도 싸우지 않고 승리할 수 있는 기발한 모책과 웅대한 계략이 들리지 않는 것입니까? 어찌하여 진천(秦川)의 학이 날고 초막(楚幕)의 까마귀가 나타난 지 이미 6년이 되었는데도 장막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멋진 계획과 훌륭한 판단을 볼 수 없는 것입니까? 만일 하늘이 화(禍)를 뉘우치지 않고 왜적이 악(惡)을 고치지 않아 다시 ‘입마(立馬)’의 글귀를 전하고 ‘간화(看花)’의 계책을 다시 일으킨다면, 오랑캐를 막을 대책이 없으니 큰 나라에 호소할 따름이고, 민심은 날로 흩어져 땅이 무너지는 지경에 이를 따름입니다. 맥없기는 해가 저무는 것과 같고, 위급하기는 줄이 끊어지는 것 같아, 한업(漢業)이 중도 쇠약해지고 위사(衛事)가 날마다 잘못 되어 갑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때’라고 말한다면 옛날부터 오늘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때란 없으며, ‘일에 극진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말한다면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의 근심과 노력에 미진한 단서는 없으니, 신은 감히 그 까닭을 알지 못합니다. 신이 일찍이 백린(伯麟)의 벽에 글을 짓고 치규(穉圭)의 근심을 품었으나, 군문(君門)은 구중으로 깊었고 당하(堂下)는 천리만큼이나 멀었습니다. 이러한 말씀을 드리는 까닭은 비록 감히 망녕되이 개진할 것이 있어서가 아닙니다만, 전하의 물으심에 따라 오늘의 일에 대해 강구하자면 어찌 한두 마디 드릴 말씀이 없겠습니까?   噫饟胎敎訓。卒成沼吳之丕績。則復讎在於盡其誠而已。不在於時之難易也。築臺延士。克復齊城之七十。則成功在於盡其誠而已。不在於時之難易也。殿下於壬辰之前。雖或未知其難。於壬辰之後則困於心衡於慮久矣。可以知王業之艱。中興之難。而干戈有年。凡百政令。一遵舊轍。未聞一言一事有合於中興之主。則臣恐殿下修攘之誠。有未盡也。銓曹注擬。朝更夕變。九重眷顧。月異歲殊。則臣恐殿下任用之誠。有未盡也。時之旣危而殿下旣無修攘之誠。事之旣去而殿下又乏任用之誠。則吁嗟乎。今日之人事。得其修歟。   【번역】아! 먹이고 가르쳐 마침내 오나라 궁궐을 연못으로 만든 큰 공적을 이루었으니, 원수를 갚는 것은 그 정성을 다하는 데 있을 뿐이며 시기의 어렵고 쉬움에 있지 않습니다. 성을 쌓고 선비를 맞아 능히 제나라의 70여 성을 수복하였으니, 공을 이루는 것은 그 정성을 다하는 데 있을 뿐이며 시기의 어렵고 쉬움에 있지 않습니다. 전하께서 임진년 이전에는 비록 그 어려움을 모르셨겠으나, 임진년 이후에는 마음에 곤혹스러워하시고 생각에 가늠하신 지 오래되셨으니 가히 왕업의 어려움과 중흥의 어려움에 대해 아셨을 것입니다. 하오나 몇 년 동안의 전쟁에 모든 정령이 하나같이 옛 전철을 따르고, 한 마디 말과 한 가지 일이도 중흥의 군주에 부합함을 아직 듣지 못하고 있으니, 신은 전하의 내정을 닦고 외적을 물리치려는 정성이 미진함이 있어서인지 두렵습니다. 조정의 인재 선발이 조석으로 변경되고 임금의 총애하는 신하가 달마다 다르고 해마다 다르니, 신은 전하의 인재를 임용하는 정성이 미진함이 있어서인지 두렵습니다. 시기가 이미 위태로운데 전하께서는 내정을 닦고 외적을 물리칠 정성이 없으시며, 일이 이미 잘못되었는데 전하는 또 인재를 임용하는 정성이 모자라니, 아! 오늘날 사람이 할 일이 닦아질 수 있겠습니까?   如或未知則已。旣或知之則其所以轉危爲安之策。其不在於殿下之盡其誠乎。噫周室中衰而宣王之側身修行。能恢文武之功業。漢灰幾寒而光武之延攬英雄。克復赤帝之舊物。則修德以誠。任人以誠。顧非今日之急務乎。伏願殿下益篤復讎之誠。日講討賊之義。克修己德。務盡在內之實。任用賢能。委以重恢之責。誓以一旅興夏。三戶復楚。則至誠而不動者未之有也。百僚懷憤。莫不沫血而飮泣。三軍感義。擧皆親上而死長矣。嗟乎。撫盈成之業。承豫大之基。而俾不至於危亂者。雖中才之主。猶足以能之。至於當百六之艱。値流離之禍。而天地否塞。日月晦盲。則非盡其在我之誠。豈足以撥亂反正乎。夏之少康。在於今時。宋之南渡。亦在今時。嗚呼。殿下其鑑于玆。   【번역】만일 몰라서 그랬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미 알았다면 위태로움을 안정되게 하는 방책이란 결국 전하께서 그 정성을 극진히 하는 데 있지 않겠습니까? 아! 주나라 왕실이 중간에 쇠약해지자 선왕(宣王)이 몸을 숙이고 수행하여 문왕과 무왕의 공업을 능히 회복하였고, 한나라가 거의 멸망하였을 때 광무제(光武帝)가 영웅들을 널리 맞이하여 고조(高祖)의 전통을 능히 회복하였으니, 정성으로 덕을 닦고 정성으로 인재를 임용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의 급선무가 아니겠습니까?   엎드려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원수를 갚는 정성을 더욱 돈독히 하시고 왜적을 토벌할 의리를 날마다 강구하소서. 자신의 덕을 닦으시되 내면의 실질을 다하는 데 힘쓰시고, 현명하고 능력있는 인재를 임용하시어 다시 회복하는 책임을 맡기시어, 한 무리 군사로 중국을 일으키고 약한 힘으로 초나라를 회복하겠다는 뜻을 선포하신다면 지극한 정성에 감동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모든 신료들이 울분을 품어 피를 끓이고 눈물을 삼키지 않을 이가 없을 것이며, 모든 군사들이 정의에 감격하여 하나같이 임금과 나라를 위해 죽을 것입니다. 아! 제왕의 위업을 어루만지고 위대한 기업을 계승하여 위태롭고 어지러운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 보통의 재능을 가진 군주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전쟁의 어려움을 당하고 유리의 재난을 만나 하늘과 땅이 막히고 해와 달이 어두워지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자신에게 있는 정성을 다하는 것이 아니면 어떻게 어지러움을 진정시켜 올바름으로 되돌릴 수 있겠습니까? 하나라의 소강(少康)도 오늘에 달려 있고, 송나라의 남도(南渡)도 역시 오늘에 달려 있으니, 오호라 전하께서 이 점을 통촉하소서.   臣伏讀聖策曰子大夫。[止] 悉陳無隱。臣有以見殿下不恥下問詢于芻蕘之盛心也。書不云乎。民惟邦本。本固邦寧。民苟安矣。則危可轉而爲安。亂可轉而爲治矣。今我孑遺之民。得全於兵戈之下者。有幾人哉。頭會箕斂而邦家之齮齕極矣。顚連相繼而赤子之圓融苦矣。嗚呼。越王之成聚。周宣之勞來。漢光之務悅民心。皆以愛民爲本。則中興之先務。亦不在於愛民歟。誠能發政施仁。使吾之恩澤。浹於肌膚。淪於骨髓。則斯乃周宣光武之所以中興也。何獨不然於今時乎。旣有恒產。敎之孝悌。則可使制挺。以撻秦楚之堅甲利兵矣。臣旣以誠之一字。陳之於前。而又以愛民。眷眷於後者。亦孟子保民而王。莫之能禦之意也。   【번역】신은 “자대부(子大夫)들은”에서부터 “숨김없이 모두 진술하라.”까지의 성책(聖策)을 엎드려 읽고, 전하께서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시고 천한 사람들에까지 물으시는 성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경󰡕에 이르지 않았습니까?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안녕하다”고 말입니다. 백성이 진실로 편안하다면 위태로움은 안정됨으로 바뀔 수 있고 어지러움은 다스려짐으로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힘없는 백성들 중 전쟁의 와중에서 온전할 수 있었던 이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가혹한 세금으로 나라의 착취는 극에 달하였고, 계속된 어려움으로 백성들의 고생은 말이 아닙니다. 오호라! 월나라 왕이 백성들을 모아 기름과 주나라 선왕이 백성들을 위로함 그리고 한나라 광무제가 백성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려고 힘쓴 것이 모두 ‘백성 사랑’을 근본으로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중흥의 급선무 역시 ‘백성 사랑’에 있지 않겠습니까? 진실로 어진 정치를 시행하여 나의 은택이 살갗을 적시고 뼛속까지 스미도록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주나라 선왕과 한나라 광무제가 중흥을 시켰던 바이니 어찌 오늘이라고 그렇지 않겠습니까? 먼저 안정된 삶을 보장하고 이어서 삶의 도리를 가르친다면 몽둥이를 들고도 진나라나 초나라의 강력한 군대를 쳐부술 수 있는 것입니다. 신이 ‘정성’이라는 글자로 앞에서 진달하고 다시 ‘백성 사랑’이라는 말씀을 뒤에서 간곡히 드리는 것은 맹자(孟子)께서 “백성을 보호하는 왕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고 한 뜻이기도 합니다.     *이언영(李彦英)1568년(선조 1)∼1639년(인조 17). 갑과(甲科) 1[壯元]위 본관은 해주(海州). 자는 형보(亨甫), 호는 해서(海西). 아버지는 오수성(吳遂性)이다. 1591년(선조 24) 생원시에 합격하고 문과에 급제 관직은 교서관정자(校書館正字)에 그쳤다. 덕행으로 노봉서원(露峰書院)에 제향되었다. 고향이 같은 충청도병마절도사(忠淸道兵馬節度使) 황진(黃進)과는 마음을 아는 벗으로서 교유하였다.  <TABLE class=clearTable> <TBODY> <TR> <TD> </TD></TR></TBODY></T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