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째 이준석 소환도 못했다.."애초 불가능" 경찰 딜레마 [뉴스원샷]임장혁 입력 2022. 07. 24. 05:00 댓글 20개
“이준석이 계속 지금과 같은 ‘반(反) 페미’자세를 밀어붙여 국민의힘을 그 함정으로 몰고 가면, 국민의힘을 죽이는 데에 기여할 게 분명하다.”
지난해 9월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66)가 잡지 ‘더 인물과 사상’에 실은 ‘발칙한 이준석’이라는 글에서 예언한 이준석 전 대표와 국민의힘의 미래다.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그 예언은 반쯤 빗나가고 있다.국민의힘 지지율은 추락중이지만 이 전 대표의 ‘반 페미’ 갈라치기 탓이라기 보단 그를 징계하는 과정이 자중지란으로 흐른 영향이 더 컸다.
지난 13일 광주 무등산에 오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이 대표 행적이 확인된 것은 지난 8일 이후 6일 만이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사진과 함께 "정초에 왔던 무등산, 여름에 다시 한번 곡 와봐야겠다고 이야기했다"며 "원래 7월에는 광주에 했던 약속들을 풀어내려고 차근차근 준비 중이었는데 광주시민들께 죄송하다. 조금 늦어질 뿐 잊지 않겠다"고 적었다. 이준석 페이스북
지난 8일 당원권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고 탁발승마냥 전국을 유람중이지만 이 전 대표는 몇몇 여론조사에서 ‘차기 당대표 감’ 1위를 기록하며 질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링 밖을 도는 동안 피가 마르는 건 경찰이다.경찰은 사후적으로라도 의혹이 사실임을 규명하고 사법처리해서 징계의 정당성을 입증하라는 정권 차원의 숙제를 떠안은 모양새다.
경찰이 성접대 의혹 사건(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건 지난 1월7일,보수 단체가 수사 의뢰한 증거인멸교사 의혹 사건을 접수한 것은 지난 4월1일이다. 그러나 경찰은 6개월이 지나도록 이 전 대표를 부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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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떠안은 경찰
경찰의 의지나 용기의 문제라고 보기엔 이 전 대표의 처벌을 바라는 정권 실세들의 열망이 너무 크다. 행정안전부에 경찰국도 생기는 마당에 누가 대어를 흘려보내고 싶겠는가.문제는 이 숙제가 애초부터 법률적으로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성접대 제공자로 지목된 김성진 전 아이카이스트 대표를 상대로 한 경찰의 두번째 구치소 접견 조사가 진행된 지난달 30일. 김소연 변호사는 “김 대표가 경찰 조사에서 ‘2013년 7월11일과 8월15일 대전 유성구에서 두 차례의 성 상납을 제공한 것을 포함해 2016년까지 총 20회 이상 이 대표를 접대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 김씨의 청탁은 “(박근혜) 대통령을 우리 회사에 모실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는 것이었고 김씨는 “이 전 대표가 두 명을 거론하며 ‘이 사람들을 통해 힘을 써보겠다, 자기가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2013년 11월29일 박근혜 대통령이 교육학습시스템 '아이카이스트'의 시연을 보고 있다. 왼쪽 위 인물이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 [중앙포토]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해 알선을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한 사람을 처벌하는 특가법상 알선수재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특정한 시기와 장소에서 이 전 대표가 김씨에게 성상납을 받은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2020년 8월15일로 공소시효가 끝난다. 김 변호사가 접대 회수와 기간을 “2016년까지 총 20회 이상”이라고 언급한 것은 공소시효를 염두에 둔 말이다.그러나 이는 김씨가 아직 경찰에 진술하지 않은 사실들을 포함한 숫자다. 김 변호사는 지난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016년까지 밥 사주고 술 사주고 한 횟수를 러프하게 세어보았을 뿐,각각의 접대 사실을 조서에 남길 수 있는 형태로 진술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만약, 김 변호사의 말대로 김씨가 2016년까지도 이 전 대표에게 금품과 접대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믿을만한 정도로 구체적으로 진술한다면 경찰은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보이는 2013년의 행위까지도 모두 처벌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여러 개의 행위가 1개의 범죄를 구성하는 것으로 보아 처벌할 수 있다는 포괄일죄의 법리가 희망의 끈이다.
그러나 이런 희망도 곧바로 논리적 모순에 봉착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우리 회사에 모실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는 게 청탁의 내용이었다는 게 김씨의 진술이라는데 박 전 대통령이 아이카이스트에 다녀간 건 2013년 11월29일이다. 성접대를 알선수재로 처벌하기 위해선 2013년 7~8월부터 최소한 2015년까지 관통하는 또 다른 청탁이 있었고, 이 전 대표가 청탁의 내용을 박 전 대통령 또는 또 다른 공무원에게 전달하는 알선 행위를 했다는 게 입증되어야 한다.여러개의 행위를 한 데 묶으려면 같은 범죄의도가 그 기간 내내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2014년 7월 새누리당의 혁신위원장을 맡은 이 전 대표는 그 전후 당과 청와대를 향해 좌충우돌했다.그런 와중에 박 전 대통령이나 정부 요인 누구를 상대로 알선행위를 했다는 건 그럴싸하지 못한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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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의 벽에 부닥친 증거위조교사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내린 중징계의 실질적 이유로 작용한 증거인멸교사 의혹이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기란 더욱 난망하다. 이 의혹은 가로세로연구소가 성상납 의혹을 폭로한 직후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정무실장이던 김철근씨를 ‘성상납 의전 담당’으로 지목된 장모씨에게 보내 ‘성상납 부인 사실확인서’를 받게 했다는 내용이다. 정확히 말하면 증거위조교사 의혹이다.
이 전 대표는 김 실장을 장씨에게 보낸 사실은 시인했지만 다만 그 취지에 대해선 “김 실장에게 증언하겠다는 인사에게 찾아가 만나보라고 했다. 거기까지 얘기했다”고 선을 그었다.(지난달 2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문제는 성상납이 실제로 이뤄졌다고 치고, 또 다른 청탁과 접대가 2015년까지 이어졌다고 가정하고, 이 전 대표가 김 실장을 통해 장모씨의 입을 막으려고 시도한 게 사실이라고 전제하더라도 증거위조교사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판례에 수사기관에서 허위 진술을 하거나, 허위의 사실확인서나 진술서를 작성해 제3자에게 건네는 것은 ‘증거 위조’의 범위에 들지 않는다고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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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범 김성진의 입에 달린 수사
기소 가능한 혐의를 인지하지 못한 채 수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경찰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사기 혐의로 징역 9년형을 확정받아 수감중인 김씨의 입뿐이다. 2013년의 일에서 시작된 조사가 그 다음해 그 다음해로 넘어갈수록 김씨를 마주한 수사관의 입술은 바짝바짝 타들어갈 것이다. 김씨가 몇년 간의 기억을 법률 요건의 아귀에 맞춰 쏟아내 줄 수 있을까.그걸 판사가 믿어줄까.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법률 대리인인 김소연 변호사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2013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성접대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뉴스1
지난 주 예정됐던 경찰 3회차 접견 조사는 김씨측의 사정에 따라 미뤄졌다. 김소연 변호사를 창구로 삼았던 김씨는 그 사이 ‘건희사랑’ 대표 강신업 변호사와 2시간 여 동안 접견했다고 한다. 출소일이 얼만 안 남은 지금,제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진술을 할지 말지 고민중이라면 다른 안전판이 절실할 수도 있다.
‘미션 임파서블’을 ‘가능’으로 바꾼다면 안그래도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후보 면접, 경찰국 신설 등으로 하명 수사기관이란 오명을 뒤집어 쓸 판인 경찰은 “정치 검찰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반대로 ‘불가능’을 시인한다면 정권 핵심부의 등쌀에 온몸에 생채기가 날 게 뻔하다.그 결말을 보기 전에 기억할 것이 있다.누가 경찰을 오도 가도 못할 외나무 다리 복판에 세웠는가.
임장혁 사회2팀장ㆍ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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