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쾌한 사나이들의 야성적 기백은 독자를
감열(感悅)의 도가니로 빠뜨리게 할 남성 기질의 장편소설!”
암울했던 일제치하 말기의 혹독한 시련기, 이 혼돈의 세상으로 던져진 곤이라는 한 풋내기가 있다. 부산 외곽 거제역의 하야시유우조오 역장 철도 관사에서 더부살이로 지내던 곤은, 청년기로 접어들던 예민한 시기에 관동군 헌병대좌 무라가와마사오의 눈에 띄게 된다. 무라가와의 숨겨진 의도에 의해 도일(渡日)하게 되고, 하야시 역장의 큰딸 미찌꼬에게 기울어 있는 속정을 눌러 접는다.
이야기는, 언젠가는 곤과도 조우하게 될 백계러시아 사냥꾼 율리비치와, 조선 유랑민으로 적단(賊體) 두목이 된 행동랑이 밀림에서 서로의 자존심 겨루기로부터 시작된다. 이 두 사람이 큰 숲에서 한바탕 명성을 건 갈등을 빚고 있을 때, 곤은 하야시 역장의 둘째딸 하루꼬와 함께 현해탄을 건넌다. 몰락한 정객(政客) 오다무네노리의 저택으로 몸을 맡기러간 곤은, 어린 나이에 조선에서 팔려온 유끼꼬라는 여인을 만나게 되고 의지하며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이때 만주에서는, 오지 부족의 지도자 염독천이 관동군 비밀부대와 격전을 벌이며 종족의 존립을 지키기 위해 분전고투하고, 백조 무리라는 아픈 별칭으로 동북에서 가장 유약한 난민으로 전락한 조선 유민들은, 절체절명 위난 속에 홀연 나타난 해동랑에 의해 구원의 손길을 받는다. 한편 동북 밀림에서는 관동군이 비밀리에 세균전을 준비하고 있었고, 731부대가 실험적으로 투입시킨 전초부대를 제거하기 위해 다섯 명의 킬러들이 나선다. 비슷한 시기, 오다무네노리에게 불려간 곤은 그의 밀명으로 세상일을 알지도 못하면서 한목숨 내걸고 만주 대륙으로 향하는데……
<작가소개>
소설가 김임상(풍걸)
• 부산 출생(1952년생)
• 부산동래중학교 졸업
• 부산해양고등학교 항해과 졸업
• 부산 동명전문대 일본어과 졸업
• 창원기능대학 열설비학과 졸업(국가 총무처 위탁교육생)
• 코레일 부산지사 기계관리장 정년퇴직
現 소방안전기계분야(특급감리)
現 소방안전전기분야(특급감리)
現 산업안전분야(고급감리)
現 건축설비분야(고급감리)
E-mail _ kis99299kis@daum.net
<이 책 본문 中에서>
밖으론 짙은 어둠의 담이 휘둘러 쳐 있다.
“나에게 던질 질문이 많을 텐데 귀찮게 캐묻지 않으니 고맙소이다.”
“두목 같은 사람을 상대로 이 험악한 밀림에서 살아가자면, 본인 스스로 밝히기 전에는 들어도 못 들은 척 보아도 아니 본 척하는 것이 두 눈썹 휘날리도록 오래 사는 비결이 아니고 뭐겠소.”
“헛참, 나를 괴상망측한 인간으로 매도하는 것 같으시오. 세상 떠도는 말과 달리 해동랑은 양보다 더 온순한 사람이외다.”
“커억!”
“목에 뭐라도 걸린 것이오?”
“모르긴 해도 내가 두목에게 양이 어떻게 생긴 동물인지 물어보면 아마 대답하지 못할 것이오.”
“아하, 무지막지하게 말하시는구료. 날개 달린 동물이 아니라 하면 나를 믿겠소이까?”
율리비치는 기가 막힌 듯 해동랑을 우러러(?) 쳐다보며,
“두목은 먹이사슬 꼭대기에 올라앉은 밀림의 불한당이 아니시오. 아마 모두들 그렇게 말할 것이오. 들리는 말로는 조선 유랑민으로 알려져 있던데, 소문의 진위를 떠나 이 숲에서 누가 외눈박이 약탈자 해동랑의 명성을 두려워하지 않겠소이까. 하여튼 약속을 지켜주어 고맙소.”
“인간 목숨이나 파리 목숨이나 나에게는 별 다를 바 없지만 뱉어낸 말은 번복치 않소이다.”
이 소설의 근본적 흐름은 대부분 작품에서 주로 사용되어 온 권선징악을 본질로 삼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사투리나 흔히 인기몰이로 사용되는 은어(隱語)와 욕설 따위의 저급한 표현은 가급적 배제시켰습니다.
시대 배경은 혹독한 외세로부터 억압받던 일제 말기이며, 일본인들 틈바구니에서 성장한 주인공 곤의 인생역정(人生歷程)을 풍운의 기상으로 펼쳐 보인다는 줄거리입니다. 사랑도 있고 우정도 있고 정리도 담았습니다. 역점 두고자 한 것은, 점점 망실되는 우리 과거사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비쳐낸 반전주의와, 또 숲의 소중함을 그린 대자연에서의 모험, 그리고 주인공 곤에 빗대어 부각시킨 장부(丈夫)의 호기를 나름 고무(鼓舞)시킨 것입니다.
몰락한 일인 귀족집에 비록 종살이로 들어가지만, 신의를 지키고자 만주벌과 동북 밀림을 휘저으며 거친 방랑에서 겪는 정리(情理)와 별리(別離)의 아픈 경로들…… 일본 최고 술자인 닌자와도 겨루고, 야생 밀림에서의 박진감 넘치는 사냥과 잔악한 약탈자들과도 대등이 맞서는 이 젊은 패기의 호방(豪放)함에 도취되어 보시길 바랍니다.
(김임상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408쪽 / 신국판형(152*225mm) / 값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