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마음을 끌어내어 제 자신에 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 외롭고 쓸쓸함이다. 이것은 도시의 한복판이나 왕들의 궁전에서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은 따로 떨어져서 더 잘 자기를 누린다. 그래서 우리는 홀로 살며 사람들과 교섭 없이 지내려고 하는 만큼, 우리에게 만족이 매여 있게 하자, 우리를 타인에게 얽매이게 하는 모든 연결을 물리치고, 정말 홀로 살며 편안하게 살아갈 능력을 얻기로 하자.
스틸폰은 자기 도시의 화재를 피해 나오며 거기서 아내도 어린것들도 재산도 잃었다. 데메트리우스 폴리오클레테스는 그가 조국의 그 참혹한 파멸에 처하여 얼굴빛도 변하지 않는 것을 보고, 손해를 본 것이 없느냐고 물어보자, 그는 없다고 대답하였다. 고마운 일로 자기 것은 잃은 것이 없다고 하였다. 철학자 안티스테네스가 사람은 물 위에 뜨는 장비를 가지고 난파할 때에 헤엄쳐 나갈 차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농담조로 말한 것은 바로 이 뜻이다.
실로 이해심 있는 사람은 자신을 잃지 않으면 아무것도 잃은 것이 없다. 놀라 시(市)가 야만족들에게 파괴되었을 때에 그 곳 주교이던 파울리누스는 거기서 모든 것을 잃고 포로가 되어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드렸다. 『주여, 이러한 손실을 느끼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왜냐하면 그들은 내게 속한 것은 아무것도 손대지 않았음을 주께서는 아시지 않습니까. 』 그를 부하게 만들던 재산, 그를 착하게 만들던 보배, 그런 것들은 모두 온전하였다. 이것이 진실로 손실을 면할 수 있는 보배를 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보배를 아무도 갖지 못하는 곳에 감추는 방법이다. 그것은 우리 자신이 아니면 아무도 도둑질해갈 수 없는 보배이다.
할 수만 있다면 아내, 아이, 재물 그리고 무엇보다도 건강을 가져야 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 행복이 거기에 매여 있게까지 집착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에게 남이 침범하지 않는 아주 자기 고유의 것인 뒷방을 가지고, 그 속에 진실한 자유와 은둔처를 마련해 둘 일이다. 여기서 우리 자신과의 일상의 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사사로워서, 외부와의 어떠한 관련이나 교섭도 그 곳에는 미치지 못하게 할 일이다.
아내도, 어린애도, 재산도, 다른 사람도, 하인도 없는 듯 그곳에서 혼자 생각하며 웃고 지내며, 그런 것들을 잃는 경우에 부딪혀도 그런 것들 없이 살더라도 아무런 별다름이 없게 할 일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들 수 있는 마음을 가졌다. 그것은 자기를 동무 삼을 수 있다. 마음은 공격할 거리, 방어할 거리, 줄 거리와 받을 거리를 가졌다. 이러한 고독함 속에서 할 일 없이 괴롭다고 오그라들까 두려워 말자.
고독함 속에 그대 자신이 한 군중이 되라. (티블루스)
▶ 작가_ 몽테뉴 – 목사, 문필가. 남프랑스 페리고르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귀족으로 몽테뉴 성의 성주. 2세 때 가정교사로부터 라틴어 학습을 받음. 13세 때 명문 기엔느 중학을 졸업한 후에도 철학과 고전을, 툴루즈 대학에서 법률학을 공부했다. 35세 때 부친의 사망으로 성주가 됨. 43세 때 ‘나는 무엇을 아는가’를 새겨넣은 초상을 주조시킴. 44세 때 나바르 왕실 봉직 목사가 되었고, 54세 때 『에세이』 제3판을 출간. 만년에는 역사 철학 서적을 애독하다 59세에 영면.
▶ 낭독_ 박웅선 – 배우. 연극 ‘오셀로’, 영화 ‘한반도’ 등에 출연.
▶ 출전- ☜『몽테뉴 나는 무엇을 아는가』 (동서문화사)
▶ 음악_ song bird av212 중에서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김태형
몽테뉴, 『몽테뉴 나는 무엇을 아는가』를 배달하며
사랑하는 친구가 나를 매이게 한다면
나는, 내 안에 피가 고이더라도, 그 끈을 끊겠다.
그를 놓아주고, 그가 나를 놓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한층 깊이 사랑하는 방법이므로.
다시 푸른 흙 속에 깊이 파묻혀 홀로 살찌는
고구마로 돌아왔다.
문학집배원 서영은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