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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 시대, 변증 목회가 필요하다
필자는 해마다 ‘기독교 변증 콘퍼런스’를 교회에서 실시한다. 매년 11월 첫주 토요일에 실시하는 기독교 변증 콘퍼런스는 벌써 13회째를 맞이했다. 변증 콘퍼런스를 하는 목적은 세 가지다. 첫째는 불신자에게 기독교 신앙에 대한 지성적 의문을 풀어 줌으로써 마음의 경계심을 제거하고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게끔 도와주기 위함이다. 한마디로 지성인 전도가 목적이다.
둘째는 교회 안에 있는 성도들에게 기독교 신앙에 대한 지성적 확신을 심어 줌으로써 기독교 신앙에 더 깊이 헌신하도록 이끌기 위함이다. 즉 지성적 영성 형성을 통해 영적 성장을 돕기 위함이다. 셋째는 한국 교회에 기독교 변증을 통해 전도하고 영적 성숙을 이루는 모델을 제시하고 실제적인 방법을 나누는 것이다.
2024년 기독교 변증 콘퍼런스의 주제는 ‘무신론 시대, 왜 기독교의 하나님인가?’였다. 이 주제를 선정하게 된 이유는 현시대 한국인의 종교의식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강한 무신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입소스(IPSOS)가 2023년 세계 26개국 성인 1만 97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계인의 종교 의식 조사’에 의하면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 한국인의 비율은 33%로, 세계 평균 61%보다 훨씬 낮았다. 브라질은 89%, 미국은 72%, 이탈리아는 60%가 신의 존재를 믿었다. 다시 말해 세계인 중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 평균 비율이 10명 중 6명인데 한국인은 10명 중 3명만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이다. 게다가 ‘천국과 지옥에 대한 믿음’도 한국인은 30% 대로, 세계 26개국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러한 통계가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 사람은 현실 지향적이고 아주 강한 무신론적 세계관으로 산다는 점이며, 이러한 경향은 이후에도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강한 무신론적 세계관 속에 살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단순히 ‘하나님을 믿으세요’,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지 않을 것이다. 무신론적 세계관을 내려놓을 수 있는 지성적 설득이 필요하다. 무신론적 세계관보다 유신론적 세계관이 더 타당하며 기독교의 하나님을 믿는 것이 합당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점에 대한 설득력 있는 변증이 필요하다.
한편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동아시아 5개국(한국,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을 대상으로 한 ‘종교적 영성과 관련한 조사’ 결과가 흥미로운 점을 알려 준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명상이나 운세와 같은 무속 행위를 경험한 비율은 동아시아 5개국 중에서 한국인이 가장 높았다. 무신론적 세계관을 가진 한국 사람이 무속 행위를 가장 많이 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무엇을 말해 주는가? 이는 한국 사람의 마음에 불안함이 있고 영적 갈급함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하나님을 부인하고 하나님을 떠난 인간에게 불안과 영적 갈급함이 있는 건 당연하다. 이러한 불안함과 영적 갈급함에 참된 진리를 쏟아부어야 한다. 특히 무신론적 성향을 가지고 불안한 삶을 사는 한국인에게 기독교 신앙이 왜 진리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지성적 확신을 심어 주는 기독교 변증 목회가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포스트모던 시대에 살고 있는 젊은 지성인에게 기독교 신앙을 무조건 믿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기독교 신앙은 그냥 믿어도 진리지만, 이성적으로 따지고 믿어도 진리다. 불신자와 기존 신자에게 기독교 신앙의 합리성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변증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목회자의 반지성적 태도 개선이 우선
변증 목회를 하기 위해서는 목회자의 반지성적 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안티 기독교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독교 신앙은 반지성적이며 지성인이 믿기엔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한다. 게다가 목회자 중에서도 기독교 신앙이 반지성적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제법 있다. 하지만 기독교 신앙은 이성을 초월하는 초이성적이지만 반이성적이지는 않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사실 기독교 신앙을 다른 종교의 신앙 체계와 비교해 보면 기독교 신앙이 가장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진리의 하나님이 우리에게 알려 주신 진리는 그냥 믿어도 진리이며 이성적으로 따지고 믿어도 진리인 것이다. 기독교는 맹목적인 신앙이 아니라 진리의 지식(성경)을 기반으로 한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주장과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 중에서 어느 주장이 더 타당한 증거를 많이 보여 줄 수 있는가? 하나님의 존재하심을 믿을 만한 증거가 훨씬 더 많다. ‘예수님의 부활이 역사적 사실인가 아닌가?’를 따져 볼 때 어느 주장이 믿기에 합당한 이유를 제시할 수 있는가? 예수 부활에 대한 역사적 증거가 훨씬 더 많고 타당하다.
목회자가 하나님의 진리에 대한 심정적인 확신뿐만 아니라 지성적 확신을 가지고 기독교 변증을 배우고 익혀서 실제 목회에 적용한다면, 보다 더 많은 영혼 구원의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 변증 전도에 힘쓰기
변증 목회는 전도의 효과적인 방법이자 수단이다. 변증 목회는 불신자를 비롯해 특히 반기독교적 성향을 가진 지성인의 의문을 해소하고 신앙의 문을 열어 주는 복음 전도의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
모태신앙이지만 교회 다니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한 청년을 만난 적이 있다. 부모는 교회의 직분자로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지만 아들은 기독교 신앙에 확신을 갖지 못해 신앙생활 때문에 부모와의 갈등이 잦았다. 필자는 그 청년과 몇 차례 만남을 가졌는데, 두 번째 만났을 때, “목사님, 이렇게도 하나님의 존재하심이 믿어지네요”라는 말을 했다. 궁금증이 해소되자 그는 기독교 신앙에 헌신했다.
이 청년의 사례 외에도 필자는 여러 불신자 그리고 교회 안에서 신앙의 회의를 가진 여러 사람에게 기독교 변증으로 전도하고 설득해 좋은 열매를 거뒀다. 필자가 지성인 불신자에게 복음을 전하면서 깨달은 것은 그들이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지성적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지성적 의문을 해소하거나 제거해 줄 때 그들은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이런 전도 사역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기독교 변증 목회다.
불신자 전도를 위해서 교회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교인들에게 기독교 변증 전도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교회에서 전도 폭발 훈련을 받고 전도 실습을 나가듯이 교인을 대상으로 기독교 변증 지식과 전도를 교육해야 한다. 이런 변증 교육을 통해서 내가 믿는 기독교가 정말로 진리인지에 대해 지성적 확신을 갖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더욱 자신감 있게 기독교를 전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하나님의 존재 증거, 하나님과 악의 문제, 영혼의 존재와 죽음 이후의 삶의 문제, 예수 기록의 역사적 신뢰성, 예수 부활에 대한 역사적 증거, 예수 구원의 유일성, 기독교 세계관의 풍성함, 하나님의 전도 계획 등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교육하고 숙달시켜야 한다.
유의할 점은 불신자를 대상으로 하는 변증 전도는 반드시 관계 전도와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신뢰 관계를 쌓은 사람과 자연스럽고 진실한 대화를 통해 기독교 신앙의 탁월성을 소개할 때 전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변증 전도가 지적 우위를 위한 목적이거나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변증 전도자가 명심해야 할 성경 구절은 베드로전서 3:15이다. 우리가 믿는 복음을 지성적으로 설명할 뿐만 아니라 겸손과 사랑의 마음으로 대할 때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명목상의 신자를 위한 변증 성경 공부하기
기독교 변증을 통한 불신자 전도도 중요하지만 교회 공동체 안에서 새신자, 신앙의 확신이 없는 신자, 신앙의 헌신이 없는 신자에 대한 변증 성경 공부 프로그램도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필자는 이러한 신자를 대상으로 ‘생각하는 기독교’라는 12주 과정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재는 필자가 쓴 《하나님에 관한 질문》, 《예수님에 관한 질문》, 《하나님, 예수님에 관한 질문: 워크북》을 사용한다. 매주 한 과씩 그룹으로 만나서 공부하는데, 교육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주를 보면 하나님을 알수 있다. 생명체에는 하나님의 지문이 새겨져 있다. NO 하나님, NO 도덕성, 창조주가 기독교의 하나님인가? 하나님이 계시는데 왜 악이 존재하는가? 죽음 이후의 삶이 있는가? 하나님과의 사귐이 행복이다. 예수님에 관한 기록 역사적 신뢰성이 있는가?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인가? 예수님의 부활은 역사적 사실인가? 왜 예수님만 믿어야 하는가? 이 프로그램은 다음 순서로 진행한다. 목회자가 30분간 책 내용을 간략하게 강의한 후 30-40분간 조별로 토의한다. 조별 토의는 강의와 책 내용을 바탕으로 워크북에 나오는 질문을 중심으로 한다. 그 후 다시 전체가 한자리에 모여 토의에서 나온 질문과 느낌을 조별로 발표한다. 이때 나오는 질문을 목회자가 대답하되 전체와 교감하며 나눈다. 찬양과 기도로 마무리한다.
‘생각하는 기독교’ 변증 공부는 매년 1-2회 실시한다. 장년, 청년 그리고 중고등부 학생도 참여한다. 이 변증 공부에 참여한 그룹 중에서 청년들의 반응이 제일 좋았고, 중고등학생들의 반응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지난해 17명의 중고등학생이 참여했는데, 이 중에서 16명이 수료했는데 수료자들은 공통적으로 “부모님 때문에 교회에 나오긴 했지만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변증 공부를 통해 기독교 신앙이 진리임을 알았고 신앙의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간증했다. 이 같은 기독교 변증 성경 공부는 자연스럽게 변증 전도 훈련과 연결될 수 있다. 변증 성경 공부에 참여한 사람을 대상으로 변증 전도 훈련을 실시할 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작게나마 변증 목회를 시작하라
불신자와 관심자에게 변증 전도와 성경 공부를 통해서 기독교 신앙에 대한 확신을 심어 주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변증 목회를 하기 위해서 불신의 시대적 코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복음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본고의 서두에 소개했지만 매년 기독교 변증 콘퍼런스를 열어 불신자를 초청하고 기독교 신앙에 대한 지성적 이해를 제시한다. 해마다 변증 목회에 필요한 여러 주제를 다루는데 주요 주제로는 ‘고통받는 세상, 하나님은 과연 존재하는가?’, ‘다원주의 세상, 왜 예수만인가?’, ‘우주의 시작: 우연인가? 하나님인가?’, ‘영혼과 육체(뇌), 죽음 후에도 삶이 있는가?’, ‘예수, 신화인가 하나님의 아들인가’, ‘예수의 부활, 역사적 사실인가?’, ‘현대 과학 시대, 하나님은 과연 존재하는가?’, ‘어느 신이 참 하나님(God)인가?’, ‘진짜 예수는 누구인가?’, ‘AI와 영혼 & 죽음 후의 삶’, ‘우주와 생명의 기원’, ‘무신론 시대, 왜 기독교의 하나님인가?’ 등이 있다. 2025년에는 ‘수메르 창조 신화와 창세기, 그리스·로마 신화와 예수 이야기’를 다룬다.
구체적인 주제를 가지고 변증 콘퍼런스를 실시하면 유익을 얻을 수 있다. 변증 콘퍼런스를 통해 불신자가 기독교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기독교에 관심이 있던 사람은 기독교 신앙을 갖는 계기가 되며, 신앙생활에 확신이 없던 신자는 신앙의 확신을 갖게 된다. 잘 믿는 신자는 더욱더 헌신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 각 교회의 사정에 맞게 작은 변증 세미나라도 열어 보면 어떨까 싶다.
한 사람이 기독교 신앙에 대해 확신하게 될 때 헌신의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기독교 변증 전도와 변증 성경 공부는 불신자에게는 전도의 기회를, 명목상의 신자에게는 확신의 기회를, 기존 신자에게는 헌신의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고 예수님의 유일성을 불신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어떻게 복음을 전할 것인가? 다음 세대와 지성인 전도를 위해 성령님을 의지하면서 기독교 변증을 익히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