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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3월21일 일요일 -- 내 생애 첫 풀코스 도전의 날
대회명 : 서울국제마라톤 및 81회 동아마라톤 대회
12월 정기산행 청도 선의/용각산 갔다 하산길에 어줍잖게 마라톤 이야기 하다가 풀코스 도전을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로 흘러서 서울동아에서 풀 도전하기로 약속을 하고 만다.
은근히 걱정은 되지만 아직 충분하게 시간이 남았으니 겨울동안 부지런히 몸 만들면 안되겠나 싶었다.
1월은 그냥 보내고 1/28에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전효동생과 약속을 하고 양동에서 만나 13km
한바퀴 하는데 장난이 아니다...이래서야 하프나 제대로 뛰겠나 싶었다....
쭉~ 2월 주말마다 양동과 성안동을 뛰고 완주 한다는 생각으로 속도 보다는 근력 위주의 훈련을
나름 준비하면서 3/1일 울산 마라톤 하프 뛰어 보니 약간의 자신도 생긴다...풀코스 갈림길에서 약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날씨가 넘 좋지 않아서 그냥 하프로 만족했다.
하지만 3~4주 전에 30km 이상 한번 뛰어 주어야 한다는게 그걸 못한게 좀 찝찝하고 또 월200km이상
달려야 후반에 쉽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2,3월 연습량 합계가 달랑 230km 정도라서 이것도 좀
마음에 걸리고....
어쨋든 이런 저런 여러가지 부족한 마음도 좀 있기는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일주일 전부터 3일 동안 삼겹살에 괴기 싫컨 먹고 목요일부터는 아침부터 빵먹고 점심 밥 많이 먹고
저녁에는 운동하고 국수 삶아먹고...ㅎㅎㅎ 속이 좀 더부룩하다..
목표가 생기면 목표를 달성해서 좋아지는게 아니고 달성을 위해 이런 준비하는 과정에서 몸이
만들어지고 야물어 지는것 같다.
찝찝함(혹은 부담감)과 내일에 대한 기대로 설레임의 두가지 교차하는 마음을 가지고 일찍 잠을
청하지만 좀처럼 잠이 안온다...
하루전 서울 도착해서 짐풀고 숙소에서 동료들과 한컷...(두산 위브)
새벽 6시에 기상해서 아침 콩나물국에 찹쌀밥 한그릇 후딱 해치우고 sk에너지 본사건물 로비에서
신헌철부회장님 만나서 후원자 명단(약7,800명) 등판에 붙이고 무사완주를 위한 기념 촬영하고 이동한다.
(* 마라톤 완주시 후원자들이 낸 금액 만큼 회사에서 기금을 더하여 그돈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활용함.)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니 아직 해뜨기 전이라서 너무 춥다.
물품 보관하지 않고 옷을 입고 최대한 버텨본다....그전 기록대 별로 출발선이 달라서 일행들은 헤어지고
나는 처음인 관계로 혼자 E그룹으로 떨어져 있다 보니 사진찍어줄 사람도 없다.
그냥 세종대왕 동상하고 청와대 방향으로 한장 찍어본다.
이제 곧 물품 보관소 철수 한단다.
가방을 둘러메고 뛸 수도 없고 해서 옷입은 채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한장 남기고 옷 벗어서
보관소에 맡긴다...이럴때는 주변에 가족이라도 있어서 출발전까지 있다가 벗어주면 좋겠다 싶다.
인자 우짜겐노.....다른 사람들은 1회용 우의를 주로 많이 입고 있다...
적당히 뛰다가 열나면 버리면 되겠지....좋은 생각이다.....
코스 맵 (광화문에서 청계천 왔다리 갔다리하고 서울숲을 지나서 잠실대교 건너 종합운동장으로 골인)
그룹별로 출발하고 아무 기록이 없는 나는 맨 나중에(E그룹) 출발한다.
별 생각없이 그냥 5시간내 완주만 한다는 마음으로 4:30 페메 주위에 붙어서 편안하게 뛰는데
아무래도 속도가 너무 늦은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 더 속도를 높이면 나중에 무리가 올까? 그냥 달릴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5km정도 따라가다가
에이 이정도는 괜찮겠지 조금 더 무리해보고 아님 다시 줄이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조금 속도를 내서
앞으로 나가본다. (5km 지점 통과시간 31분)
20여분 추월해서 달리니 4:20 페메가 보인다...음~ 여기 붙어서 가면 되겠다 싶어서 조금 앞서 달린다.
출발전에 소변을 해결했는데 날씨 탓인지 10km지점부터(60분 통과) 슬슬 마려운데 적당한 곳도 없고
해서 그냥 달린다.
새신이라 끈을 좀 느슨하게 매는게 좋다해서 느슨하게 매었더니 하프가 지나자(2:06통과)
오른쪽 앞꿈치가 약간 마찰이 느껴지고 소변도 점점 더 마렵고 해서 인근 빌딩에 들어서니 안에서
구경하던 외국인이 잽싸게 유리문을 열어준다.
"Thank you very much!!"
소변보고 신발끈 조정하고 약간 스트레칭하니 훨씬 몸이 가볍다.그런데 4~5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3분의 시간이 왜 이다지 아깝게 느껴지는지....
다시 4:20 페메를 찾아서 끝임없이 달리고 또 달린다.
무념무상
지하 차도 지나면서 목청껏 고함도 한번 질러 보고 길가에 퍼진 달리미들 구경도 좀 해가며 4:20페메보다
조금 더 먼저 30km를 통과한다. (3:01:43)
아직 약간 힘이 남는것 같아서 속도를 내 보려고 마음 먹지만 몸과 마음은 따로 논다.
순전히 마음 뿐이고 약간만 다른 생각하면 몸은 자연스레 속도를 늦춘다.
35km 통과하자(3:34:02) 목,허리 디스크,무릎,발목 등 평시에 약간씩 시원찮은 부위들이 집중적으로
통증을 발산하기 시작한다...아직은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근력도 속도를 더 못낼 뿐이지 아직
큰 통증은 없다...
아직 체력이 좀 여유가 있나보다. 카메라 보이기에 화이팅 한번!!
39km부터 본격적으로 근육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절대 걷지는 않겠다는 오기로 계속 달려본다. 마음속으로는 자식/건강/화목 등 온갖
기원을 해가면서 또는 애국가 4절까지 불렀다가 진짜 사나이 불렀다가 주변 풍경에 눈을 돌렸다
해도 잠깐이라도 생각을 멈추면 바로 신경이 통증으로 집결된다.
숨은 아주 편안한데 속도를 좀 내어 보려 해도 의념이 다리에 전달되지 않는다.
그냥 뛰어오던 속도대로 auto 메뉴얼로 움직인다.
4:20 페메가 눈에서 자꾸만 멀어져 간다. 욕심은 없었지만 4시간10분대는 황이네..
드디어 잠실 주경기장 트렉으로 들어선다. 주변을 둘러 보면서 그날 이봉주선수가 들어올때 그 함성을
속으로 느껴본다..."자~ 인자 몇발자국 안남았다 힘내자" 해보지만 그냥 마음뿐 몸은 그대로 기계적으로
한발 한발 움직일 뿐..
아직 골인 지점만 보이고 주변에 카메라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앗! 골인 지점 거의 가까워지니 카메라가 보인다.
일단 카메라를 의식하고 주변에 있는 주자들과 좀 떨어져서 V를 한번 그려 본다.
찍히든 말든 내맘이다.찍는데는 선수들이니 알아서 잘 찍어 주겠지...아님 말고...
드뎌 골인이다....
대한민국 만세!!!!! 이채욱 만세!!!
기록은 모르겠고 어쨋든 42.195km 마라톤 풀코스 완주의 목표를 달성했다.
온몸으로 찌르르한 전기를 느낀다...
내 뒤로도 계속 들어오는걸 보면 24,000명중 꼴등은 아닌갑다....푸하하....
보조 경기장으로 나가는 문 입구 트랙에 드러누워 좀 쉬다가 근육을 문지르니 온 다리 근육이
펄쩍펄쩍 뛰는것 같은 느낌이다. 칩 반납하고 간식 받아서 나오는데 갑자기 걸음이 잘 걸리지 않는다.
천천히 물 마셔 가면서 물품 보관대 찾아서 보온을 위해 옷부터 갈아입고 빵 한쪼가리 먹는데
옆에서는 동호인들끼리 삼겹살 굽고 난리다...맛있겠다...
1차 모이기로 한 장소로 이동하면서 돌아본 주경기장...거의 다섯시간 다 되어 가는데 아직 뛰고 있는
달림이들이 많다....지하도를 건너니 교통통제가 풀려 인도위로 달리는 이들도 많이 보인다.
유인촌 문광부장관 모습도...
사우나에서 씻고 추풍령 감자탕 집으로...
오늘 썹쓰리 두명이 탄생 했단다...조윤래대리와 이승무부장
대단한 건각이다...축하 축하......
신헌철부회장님과 울마클 여자 썹스리와 함께 건배...
첫풀에 대한 소감 한마디....그냥 감격스럴 뿐이다.....
감자탕 집 앞에서 헤어지기 전에 한컷
[서울국제동아마라톤/출발 8:28:17/도착 12:50:23/기록/4:22:07/챔피언칩]
3월21일 13:13에 받은 문자 메세지다.....바리 영구보관이다.
기록은 숫자일뿐 [마라톤 생에 첫 풀코스 완주]라는 목적을 달성했기에 마음이 정말 뿌듯하고
그냥 스스로 대견할 뿐이다. 누가 뭐라든....
더불어 연습때 같이 뛰면서 도와준 동호회 분들께 감사 드린다.
인자 또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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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축하 축하 합니다....마라톤까지 하십니꺼....... 완주라... 대단하십니다. 넘치는 열정 부럽네요. 항상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축화드립니다. 참 대단 하십니다. 인자 세월을 거슬러 가나요??ㅎ 산행에다 마라톤 좀 있다가는 늑대님 자전거도 추월 하겟심다
축하합니다.나는 언제 한번 뛰어 보겠나?
정말 축하합니다. 마음은 있어도 실천하기도 힘든데 멀리 한양까정 가서 당당히 좋은 기록으로 끝까지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갈수록 나이를 꺼꾸러 먹는것인지...
풀코스완주 축하한데이~~` 대단한체력이 부릅다 ㅎㅎㅎ
도전한다고 이야기 할 때만 해도 도전 자체에 큰 부러움을 느꼈는데, 완주라니?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축하한다 그리고 또 축하한다.
모두 축하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그냥 객기 함 부려 보았는데 하프에서 느낀거 말고 또 다른 한계가 있더라고요...요즘 얼마나 많이들 뛰는지...부끄럽네요....푹~ 쉬었으니 4/3(토) 경주 벚꽃 마라톤 가볍게(??^^) 하프 한바리 하고 다시 본연의 자세로 돌아 가야죠(산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