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태평로
[태평로] 후보가 지역구를 쇼핑한다
조선일보
김광일 기자
입력 2024.03.04. 03:00
https://www.chosun.com/opinion/taepyeongro/2024/03/04/TB5VSBVMSNDV3GUVLCUGEV4VU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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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현재 살고 있지도 않으며
지면 짐 싸서 떠날 후보들을 우리는 찍도록 강요받고 있다
4·10 총선 공천 작업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거대 양당 대진표가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국회의원 배지./뉴스1
후보가 지역구를 쇼핑한다.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후보는 전국 254곳 지역구 중 ‘당선 가능성’이 있거나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곳을 정략에 따라 고른다. 반대로 그곳서 수십 년 살아온 유권자는 어제까지 이름도 성도 몰랐던 뜨내기 후보를 찍도록 강요당한다. 정치적 선택의 자유는 후보가 누린다.
선거법 25조엔 ‘인구, 행정구역, 지리적 여건, 교통, 생활 여건’에 따라 지역구를 획정한다고 돼 있다. 정당별-후보별 지역구 쇼핑은 이런 입법 취지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우리 총선은 정당도 ‘떴다방’, 후보도 ‘떴다방’이어서 본질적으로 “파장(罷場)하면 좌판(坐板)을 걷는” 장돌뱅이 성격을 띠고 있다. 뜨내기 후보가 낙선 뒤에도 그 지역구에 뿌리내리고 살기 시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뜨내기 후보는 지역구에 낯선 얼굴을 들이밀 때 대개 ‘세대교체’란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일종의 위장 전술이다. ‘사천(私薦)’ 논란에 휩싸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얼마 전 “장강의 물은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고 했다. 세대교체를 한다는 것이다. 중국 격언집 ‘증광현문(增廣賢文)’을 비롯, 여러 곳에 등장하는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이란 표현을 인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강압에 의한 축출이 아닌, 양쯔강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교체를 강조한 말이다. 친문·비명이 앞물결이요 친명은 무조건 뒷물결이라면, 굳이 ‘비명횡사’ ‘친문학살’ 같은 무시무시한 말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그건 누가 봐도 억지스럽다. 공천에서 탈락한 동작을 의원 이수진이 “이재명 측근이 (공천 관련) 돈 받았다”며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한이 서린 펀치를 날렸으나 당사자로 지목된 후보검증위원장 동작갑 의원 김병기는 “사실무근”이라며 “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고 했다. 이수진에게 역공의 피니시 블로를 휘두른 것이다.
이 말은 인도·중동·헝가리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늘 썼던 표현이라는데, 1939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클라크 케이블이 이 대사를 읊조렸다고도 한다. 어찌 됐든 한국 땅에서는 90년대 어떤 대통령부터 이 ‘개짖기달’을 입에 올린 정치인 명단이 즐비하거니와, 사실은 이재명식 ‘앞물결 뒷물결’의 감춰진 속뜻이 김병기의 ‘개짖기달’에 이르러 완전히 해석되었다고도 할 것이다. 기차에 올라탄 사람은 공천을 받은 뒷물결이고, 텅빈 역사(驛舍)에서 떠나버린 기차를 향해 속절없이 짖고 있는 개는 앞물결이라는 뜻이다.
이 대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며 바이블을 인용하기도 했는데, 우리는 금세 알아차렸다. ‘새 부대’는 국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민주당이 ‘재명당(黨)’으로 탈바꿈한 것을 뜻하며, ‘새 술’은 공천에 안착한 친명 충성파 스크럼 동지들을 뜻한다고 할 것이다.
또 이 대표는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며 정체불명의 속담을 들고 나왔는데, 필자가 과문한 탓인가 싶어 여러 속담 사전을 뒤져봤으나 그런 말은 없었고,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가 떡잎과 관련된 10가지 속담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었다. 따라서 “떡잎이 져야 한다”에서 이 대표가 하고 싶었던 말은 ‘당권 경쟁자’ 혹은 ‘대권 경쟁자’로서 될성부른 나무의 조짐이 보이는 떡잎은 이참에 꺾어놓겠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그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은 뒤 지역구 쇼핑을 완료한 후보들이 유권자를 만나러 지역에 내려오고 있다. 그곳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그곳서 현재 살고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곳서 생업을 꾸려본 적도 없으며, 선거에 질 경우 남아있을 가능성이 별로인 ‘지역구 쇼핑객’을 우리는 맞이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 상향식 공천은 외국어처럼 낯선 말이 됐다.
김광일 기자 논설위원
금과옥조
2024.03.04 07:05:13
합주기문산당 2020.4.15. 우한폐렴 괴질 부정 총선의 후유증이다. 4.10 총선에서 바로 잡자. 투표 잘해 문재인,이재명 반드시 구속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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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6602
2024.03.04 06:10:36
후보가 출마지역을 쇼핑하는건 정치코메디다, 그 지역을 잘 모르면서 두목들이 둘러앉아 이리저리 장기 알을 옮기며 공작을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지금 내일로미래당의 이상로 대표는 한국정치사상 최초로 국민이 후보를 선출한다고한다,투개표는 대만식으로 투표장소에서 수개표로 진행한다고한다, 이것이 바로 참된 진보다,가짜 진보가 판치는판에 아무데나 꽂는 후보배정은 우리가 반드시 척결해야할 비민주적 악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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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4.03.04 05:13:43
국민에게 화병 던지는 정치인 때문에 만수무강 하는데 지장이 아주 크다. 정치를 혁신할 구세주가 기다려진다. 결국 정치인 선거는 최악 피해서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얄궂은 운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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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edu
2024.03.04 08:43:23
정원을 100명으로 줄이면 이런 일 없어진다. 이건 뭐 들개떼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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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cked_JJ
2024.03.04 08:34:02
김광일 기자님~ 당신이 아무리 댓글을 지워도, 이미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이 끝났습니다... 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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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보루
2024.03.04 07:08:39
세 상사 다 그런 것 아니우? 뭘 세삼 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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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재규어
2024.03.04 06:47:20
지역 출신이 더 문제다. 결탁이 심하다. 어떤 지역은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깜빵에 갔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 더 나을 수 있지만, 사람마다 능력 차이가 다르다. 한 다리 거치는 정도면 절대 찍어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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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cked_JJ
2024.03.04 06: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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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리
2024.03.04 09:06:59
최소 그 지역에서 1년 이상 근무해야 피선거권을 주면 해결될려나? 그리고 떡잎이 져야 새순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새순이 나오면 떡잎이 지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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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자유인
2024.03.04 09:02:55
거기에다가 더 나아가 출마한 지역을 자기 입맛에 따라 넣고 빼고 하는 자들이 있다. 소위 게리맨더링을 하는 자들이 있다. 어제 서정욱변호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이재명이 재명맨더링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는데 소름이 돋았다. 사악한 짓은 온통 도맡아 하고 자빠졌으니 어찌 허접한 한 노오옴이 나라를 휘저으며 분탕질을 치는지 분노가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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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st
2024.03.04 08:53:04
지역 일꾼을 뽑는다더니 전략공천이란말로 낙하산 공천을한다. 제주에서 서울로. 전라에서 경기로. 부산에서 인천으로. 이미 그뜻은 바랜지오래... 전과자와 주사파를 제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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