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1/26 09:34 [스포츠 서울] 마니아포럼에 기재
놀라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시카고 불스가 24일(현지시간) 애틀란타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올 시즌 처음으로 5할을 넘어서는 승률과 함께 20승 고지에 올랐다. 시즌 초반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9연패의 늪에 빠진 팀과 지금의 팀이 같은 팀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엄청난 대변신의 모습이다. 이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최하위권에 처진 불스로 인해 의기소침해 하던 시카고 시민들도 오랜만에 활력을 찾고 있다. 현재 필자는 작년 7월부터 시카고에서 거주 중이다. 현재 시카고 불스 상승세에 관한 시카고 시민 및 언론의 생생한 반응을 전하도록 하겠다.
사실 이번 시즌 전만 하더라도 시카고 시민들은 시카고 불스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1998년 시카고 왕조의 붕괴 이후 끊임없이 시도된 리빌딩과 끊임없는 실패로 인해 솔직히 NBA는 시카고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작년 후반 신인이던 커크 하인리히가 주전 포인트가드로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고 올 시즌 벤 고든(드래프트 3순위), 루올 뎅(드래프트 7순위) 그리고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아르헨티나 출신 안드레스 노시오니(드래프트없이 자유계약. 사진)같은 똘똘한 신인들이 대거 가세함에 따라 일말의 기대를 품은 팬들 또한 적지 않았다.
언론 역시 이번 시즌을 맞이하며 여전히 주로 회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었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기대를 하는 한편 계약만료를 눈앞에 둔 에디 커리나 타이슨 챈들러를 이용해 노련한 스타급 선수를 영입하면 좀 더 전력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을 자주 노출했었다.
시카고 시민이나 언론의 공통된 시즌 전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우승 같은 것은 기대도 안한다. 다만 우리에게 희망이나 가능성이라도
보여 달라!”
첫 선을 보인 시범경기에서 시카고는 작년보다 훨씬 안정된 전력을 보인 것이 사실이었다. 챈들러가 부상에서 회복되었고 하인리히의 리딩능력과 슛 셀렉션 역시 지난 시즌에 비해 성장된 모습이었다. 또한 시범경기임에도 불구하고 허슬플레이로 팀의 활력을 넣어준 노시오니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잘되면 스카티 피펜, 안되면 토니 쿠코치가 될 것이라는 성급한 언론의 평가를 받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시즌 직전, 시범경기 워싱턴 전에서 선수간의 폭력사태로 포스트진의 축인 에디 커리와 안토니오 데이비스의 2경기 결장 징계 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결장으로 인해 뉴저지와의 개막전을 연장혈투 끝에 내주기 시작하며 결국 9연패의 수렁에 빠진 것이다. 결국 일말의 기대를 품었던 팬들과 언론은 "그럼 그렇지" 하는 반응을 보이며 불스에 대해 등을 돌리고 말았다.
마침 주전 쿼터백의 부상으로 신음하던 NFL 시카고 베어스가 연승을 거두며 선전을 하였고 대학농구에서는 올 시즌 NCAA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치는 일리노이대학이 연승행진을 벌이던 중이었기에 시카고 불스는 사실상 관심 밖으로 밀러나 버렸다.
조던이 활약하던 시절만 하더라도 유나이티드센터는 경기가 있는 날은 항상 발 디딜 틈 없이 북적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정규시즌 경기 25달러 표는 암표상을 통해 500달러에 보통 거래가 되었고 파이널경기 같은 경우는 5000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것은 과거의 추억일 뿐이다. 올 시즌 매진사례는 손을 꼽을 정도로 경기가 있는 날 1시간 전 쯤 가면 현장에서 쉽게 표를 살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 필자도 처음에는 표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소문에 지레 겁을 먹고 인터넷으로 일찌감치 표를 예매한 후 경기를 보러갔지만 이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현장에서 표를 구매하는 편이다. (인터넷으로 구매 시 각종 서비스요금이 추가되기 때문에 현장구매보다 비싸기 때문)
이 같이 팬들과 언론에 '버림'받았던 시카고 불스가 12월 중순부터 기적적으로 회생을 한 것이다. 커리, 데이비스, 뎅, 하인리히, 듀혼으로 이뤄지는 변화된 선발 라인업을 바탕으로 주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출전시간과 활약을 보이는 챈들러, 고든, 노시오니 같은 벤치멤버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지금과 같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였다.
끊임없이 트레이드 루머가 나돌던 커리는 이제 이번 시즌 후 재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으며 '4쿼터의 사나이' 벤 고든은 팬들과 언론에게 조던의 추억을 되살려 주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하인리히(사진)는 시카고의 에이스로 굳건히 자리 잡아 가는 중이다. 현재 시카고 불스 TV광고에 선수로는 유일하게 그가 출연할 정도로 시카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인식되고 있다.
언론에서도 선수들에 대한 칭찬 외에도 이번 드래프트에서 유능한 신인들을 대거 영입하고 노시오니라는 알려지지 않은 외국인선수를 스카우트하는데 성공한 팩슨 단장에 대한 칭찬으로 연일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어리석은 팀 운영으로 비난 받아 오던 그였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극적인 반전이 아닐 수 없다.
불스가 상승세를 타니 팬들도 덩달아 신난 것은 당연하다. 연패에 허덕일 당시 거리에서 불스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신 MLB 컵스, 화이트삭스 또는 NFL 베어스의 의류를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현재 불스 점퍼, 털모자, 귀마개 등을 착용한 사람들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며칠 전 폭설로 도시 전체가 적지 않은 고통을 겪었는데 불스의 선전이 시민들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그들이 1997-98시즌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1990년대 시카고 왕조 붕괴'이후 처음으로 팬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를 선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스가 1월 중순 연승 행진을 벌일 때 필자의 미국인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번 시즌 불스가 잘해서 플레이오프를 나가면 물론 좋다. 그러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번 시즌을 계기로 계속 발전하여 향후 몇 년 안에 우승을 기대할 수 있는 강팀으로 다시 자리 잡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만큼 시카고 시민의 기대는 타 도시에 비해 높다. 1990년대에 6번이나 챔피언의 기쁨을 누렸던 그들이기에 이 같은 높은 기대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올 시즌 팬들에게 선물한 시카고 불스가 현재의 상승세와 되돌아 온 팬들의 사랑을 바탕으로 화려했던 과거를 부활시킬지 관심을 모은다.
민태기 명예기자
첫댓글 진짜 요새 보기 좋아요. 플옵에도 진출해서 선전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네요. The Man하나만 영입되면 강팀대열에 낄수있을듯
커크선장과 선원들 힘냅시다^^ 올라가 봅시다^^
오 오 ;
젊은 선수들의 팀은 역시 성장하는 맛이죠
시카고 6년만에 리빌딩 성공!
좋은글이네요.. ㅎㅎ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팩슨 단장.. ㅎㅎ
똘똘한 신인들..ㅋㅋ 제대로 똘똘..루올 뎅 화이팅~
제발 르브롱 ....시카고 우승시켜줘...쩝(시카고 광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