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역사왜곡의 경지를 넘어 선 <불멸의 이순신>
제작진 역사 왜곡 주장 겸허히 받아 들어여야
김종화 기자, 2005-05-24 오후 5:34:40
지난 주말 방영된 대하드라마<불멸의 이순신>은 또 어이없는 내용을 방영했다. 임진년에 선조가 내린 부산포 진격명령을 이순신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 근거가 대체 뭔가? 제작진은 이런게 근거란다.
미리보기를 보신 뒤 많은 분들이 조정이 부산 공격을 명했다는 내용이 史實과 다르지 않은가에 대한 우려를 보여주고 계셔서 1592년 9월 1일 부산해전을 마친 뒤 해전의 경과를 보고한 장군의 임진장초 내용 중 8월 8일 선전관의 분부서장을 받았다는 언급 내용을 소개해드립니다.
《 전라좌도수군절도사 이순신은 삼가 적선을 무찌른 일을 아룁니다. 》
경상 연해의 왜적을 세 번이나 왕래하여 무찌른 뒤로 가덕에서 서쪽으로는 왜적의 그림자조차 아주 끊어졌습니다. 그러나 각 지방에 꽉 차있던 왜적들이 날마다 점점 내려온다고 하므로 그들이 물러나 숨을 시기를 이용하여 수륙합공을 하려고 본도(전라도)의 좌도와 우도의 전선 74척과 협선 92척을 갑절이나 엄하게 정비하였습니다. 지난 8월 1일 본영 앞 바다에 이르러 진을 치고 거듭 약속을 다짐하였습니다. 그 달 8일에 선전관 안홍국이 가져온 분부의 서장을 받았을 뿐 아니라, 경상우도 순찰사 김수의 공문 내용에
“상국을 침범한 왜적의 무리들이 낮에는 숨고 밤에는 행군하여 양산강, 김해강 등지로 잇달아 내려오는데, 짐꾸러미를 가득 실은 것으로 보아 도망치려는 낌새가 현저하다.”고 하였습니다....(하략)
1592년 9월 17일 절도사 이순신
장계내용만으로는 어떤 분부서장을 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당시 상황을 해석한 사료와 역사서적을 종합하여볼 때 조정의 출전명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라좌,우수영은 혹독한 함대훈련을 감행할 뿐 출전하지 않다가, 20여일 뒤인 8월 24일에 출전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후의 실록 등 사료에도 이순신장군은 조정의 출전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 선조 045 26/11#06(병술) / 비변사가 통제사 이순신 이하 수사를 모두 추고하여 죄줄 것을 청하다 》
비변사가 아뢰기를,
“도원수(都元帥)의 장계를 보건대 ‘네댓 척이 출몰하는 적선(賊船)은 오히려 쫓아가 무찌를 수 있는데, 좌도(左道)·우도(右道)의 수사(水使)가 서로 잊어버린 것처럼 버려두니, 통제사(統制使) 이순신(李舜臣) 이하 수사를 모두 추고하여 죄주도록 명하소서.’ 하였습니다. 수군이 바다에 오래 있는 것은 사람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일이므로 조정(朝廷)이 접때 잠시 군사들을 쉬게 하여 예기(銳氣)를 기르도록 허가하였으나, 지난해 싸움에 이긴 것을 아뢴 뒤로는 한 번도 적을 무찌른 일이 없으므로, 원수가 죄주기를 청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장계한 대로 추고하여 칙려(飭勵)토록 하소서.”
하니, 상이 따랐다.
【원전】 22 집 141 면
【분류】 *사법-탄핵(彈劾) / *군사-전쟁(戰爭) / *군사-군정(軍政) / *외교-왜(倭)
이처럼 이순신장군은 적과 싸워 이길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어떤 명령이 떨어지더라도 출전하지 않고 철저한 준비를 하며 때를 기다리는 신중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변명을 할거면 그럴듯 하게라도 할 것이지 이렇게 어설퍼 보이는 게 변명인가? '당시 상황을 해석한 사료와 역사서적을 종합하여볼 때' 라는데 대체 뭘 종합했는 지는 말 안해주고, 통제사 책봉 이후의 실록이나 뜬끔없이 보여주는 의도가 대체 뭔가? 그리고 임진장초에 나온 분부가 부산포 진격이라는 근거는 없으며, 진짜 부산포 공격 명령이라 하더라도 출전에 앞선 각종 준비를 고려할 때 20일이면 명령을 거부하다가 출동한거라 볼 수 없다. 대체 뭐하자고 이런 날조를 일삼는단 말인가?
필자가 이 드라마를 싫어하는 이유, 아니 경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들 편한대로 때로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다가 이번처럼 되도 안한 근거 제시로 역사에 충실한 척 한다. 차라리 계속 드라마는 드라마인 걸로 나가던가, 아님 고증에 좀 신경써라.
오류는 비단 부산포 공격 건만은 아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일본 조총병들이 무려 총검술까지 하는 장면이 방영되었다.그 시대에 총검술이 나오는 것도 웃기지만, 일본군의 편제는 조총병과 창병 등이 엄격히 구분되어 장거리 공격은 조총으로, 근거리 공격은 창으로 하게 되었다. 그런데 제작진들은 일본 무기는 조총 뿐인 걸로 아는가? 조총병도 다급하면 근접전을 할수도 있겠지만, 그렇다해도 총검술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지 않은 당시의 총이면 당연히 칼이나 창에 밀린다. 더군다나 지난 토요일 문제의 장면은 일본군이 조명연합군을 기습하는 장면, 어느 무장이 미쳤다고 자기들이 이기고 있는데 조총병을 돌진시켜 근접전을 벌이는가?
이런 것만이 아니다. 아무래도 담당작가는 이항복이 권율의 사위라는, 어린이용 위인전에도 나오는 기본상식조차 모르는 지 이항복은 시종일관 권율을 전혀 모르는 사람인양 말한다. 듣자하니 지난 일요일에는 이영남이 원균에게 하극상을 하는 부분도 있었다는데, 툭하면 하극상이 나오는 이 드라마의 제작진은 자신들의 드라마를 <무인시대>나 <제5공화국>과 혼동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 드라마가 백상예술대상 연출상도 받았다니 통탄스럽다. 예전에도 역사왜곡이라는 비판을 받는 사극은 많았지만, 이렇게 초지일관으로 역사왜곡에 매진하는 사극은 드물었다. 예전 사극은 그나마 해설을 통하여 허구와 사실을 구분하여 줬는데, 이 드라마는 해설을 통하여 지들이 날조한 허구를 진짜 사실인양 못 박아 버려서 시청자들을 기만시킨다.
예전에 실록에 달랑 몇 줄만 나오는 사람을 주인고응로 하였기에 얼마든지 상사으이 날개를 펴칠 여지가 있던 <대장금>제작진들도 만한정석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겸허히 인정하고 수용하였는데, 이 드라마는 대장금과는 비교도 안 될 역사왜곡을 쏟아내면서 거기에 대해 비판을 하면 철저히 외면하거나 어설프게 말도 안 되는 변명만 늘어놓지 절대 사과하는 법이 없다. 이러니 욕 안하게 생겼는가. 아무래도 제작진은 방송보다는 정치가 더 천직인 거 같다. 남의 비판 안듣고, 거짓만 쏟아내는 거 딱 정치인 꼴 아닌가?
※ 글 : 기획처 부처장 을파소님(http://c af e.d a u m.net/root2)
첫댓글 맞아요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