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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그칠 것 같던 비가 문을 열고 나가 보니, 제법 대군을 형성하고 쏟아지고 있는데, 잠깐 생각해봐도 그 세기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손에 잡히는 우산 하나 들고 나왔습니다.
- 주인 없는 우산이라지만…
이 빗속에서 마라톤 뛰는 사람은 어떻게 뛸까 생각하는데, 버스가 영 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전철역까지 걸어갈까 하다가도 이미 젖은 신발이 걸으면 더 젖을까도 염려되고, 그래도 걸을라치면 금방 올 것 같은 버스를 기다리다가 문득 우산에 적힌 글을 보았습니다.
성내역 5출구 ~~~~교회…
하기야 요즘엔 우산이 큰 재산이 아니라서, 비만 오면 찾다가 사거나 챙기다가도 비만 그치면 그냥 잊고 오는 물건이라서 임자가 따로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절에 다니는 사람이 교회 우산을 들고 있으려니 조금은 어색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우산이 오래돼 보이는 것 치고는 꽤 튼실하다는 생각을 갖다가 창살을 유심히 살펴보니 일일이 정성스레 손질한 우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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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잠실나루역이지만…
문득 지금은 잠실나루역이지만 예전엔 성내역이었던 그곳의 우산아저씨가 생각났습니다.
지금은 5호선과 8호선이 천호역에 닿고 있지만, 예전 2호선만 있던 시절엔 성내역이 강동지역을 잇는 중요한 역이었습니다.
그곳에 못 쓰는 우산을 모아 수선해서 비오는 날 무료로 나누어주는 우산아저씨가 있었습니다.
출퇴근 하면서 빌려가고 반납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늘 그냥 힐끗 보며 지나쳐서 정확히 그 아저씨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늘 웃음 띤 얼굴에 보람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고 느껴집니다.
아무리 봐도 오늘 내가 쓴 우산이 그 아저씨 솜씨인 듯 생각되는 것은, 가정용 흰 실로 마디마디 특히 창살 끝마저 촘촘히 엮은 것이(우산은 늘 그 창살 끝이 빠져서 문제인데), 기성 제품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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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주어진 자리 인연된 나무와 함께 고락을 함께하면서,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한 그 모습이 저마다 비슷한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제각기 다른 모습인데도, 함께 한 모습처럼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비 오는 날 문득 우산을 보면서 오래된 추억하나 떠오르며 빙긋이 웃는 여유는,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한 그 옛날 성내역 우산아저씨 덕으로 생각됩니다.
단풍이 삶의 마지막을 원색의 빛깔로 드리워 인생의 한 구비를 잠시 사색으로 살찌우게 하는 것처럼, 지금 성내역 아저씨를 생각하면서 잠시 삶의 가치를 되새겨 보면서, 내 인생도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최선을 다한 어느 한 부분이 누군가의 삶을 잠시라도 의미 있게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 봅니다.
첫댓글 모든 것이 중요한 내 생의 한 부분이지요
찰나도 놓치지 않는 깨임,
우산 아저씨의 그 생은 순간순간이
빛으로 충만해 있을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어떤 작응 계기로 잊고있었던 기억이 떠오를때가 있지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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