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샤 커피 (외 1편) / 조세핀 비스듬히 누워 거울 밖의 벗은 너를 올려다본다 작고 오동통한 얼굴에 윤기가 흐른다 기다림으로 울창해진 눈빛이 된다 에티오피아 검은 눈망울에 햇살의 붉은 살 무늬를 물려받은 굴곡진 너의 죽음과 하나가 된다 미끄러지듯 흘러들어오는 너의 몸짓에 나의 입술과 너의 영혼이 뒤범벅이 되어 출렁인다 너를 아는 것은 신에게 한 발짝 가까워져 가는 것 너를 온전히 취하고 나서야 네게 입혀진 검은 통증이 내게로 왔다 신이 비스듬히 앉아 내려다본다 너에게 취해 한결 더 굴곡이 진 나를.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습자지에 뿌려놓은 물처럼 마티스가 색칠되어 있는 한 쪽 벽에서 너를 만났어
이끼처럼 물컹했지
초록으로 번져가다 가운데손가락을 앞으로 쭉 내밀고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어댔었지
아버지를 모른척하자고 허공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날려댔었던가
붉게 번지는 눈알이 바닥으로 떨어졌어 씨발, 어느 새 화살촉 한 개, 폐를 관통하고 있네
담배에 불을 붙여도 연기가 입으로 나오지 않아 목구멍을 돌려줘
끝내 닿지 않기를 기도하는 물목物目이 늘어나면서 자작나무를 견디는 풍경도 들어가게 되었지
나를 데려가 줘 물컹거렸던 어느 시절 위로 말발굽 소리가 지나가고 있어.
*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데이비드 그로스만의 소설 제목.
―시집 『에스메랄다와 춤을』 202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