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만난 건 내가 군에 입대하기 1년 전이다.
그녀는 당시 체인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녀가 일하는 가계에 부식물을 운반하는 화물차 조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녀에게 별다른 관심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를 만나는 횟수를 늘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녀를 사랑하게 돼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그를 만나게 된 건 내가 일하는 가계에서다. 난 이성을 만나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겐 오로지 공부가 중요하다. 저런 덜떨어진 행동에 웃기지도 않은 나에 대한 감정의 표현과 조수 그것도 화물차 조수를 하는 그를 사랑 한다는 것은 나에 대한 자존심을 뭉개는 것이라 다짐하고 난 그를 대할 때마다 그에게 쌀쌀한 행동을 했다. 그런데..아뿔싸 그가 감히 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난 드디어 그녀에게 고백하기로 했다. 도저히 감출 수 없는 나의 이 불타는 감정을 나의 이상형인 통통하고 귀여운 그녀에 길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아담한 장미 한 송이를 꺽어서 그녀에게 줌으로써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을 고백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나의 시도는 결국 시도로 그치고 말았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그녀에게 다가서는 내게 밀가루 범벅이 된 면발이 가득 담긴 네모 납작한 바구니를 한 아름 안겨준 삐쩍 마른 도저히 여자라 말하기 곤란한 행동만 하는 또 다른 그녀의 행동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의 이상형에게 내가 고백 하려는 순간마다 방해하는 또 다른 그녀 때문에 난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호호호...아주 기분이 좋았다. 감히 내 앞에서 다른 여자를 꼬시려 하다니...호호호 밀가루를 온몸에 칠한 그의 모습이 너무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내 동료에게 접근 할 때마다. 난 그를 방해 했다. 깔끔한 차림으로 오는 날은 실수를 가장해서 면 육수를 그에게 흠뻑 뿌리고 덤으로 밀가루도 약간...호호호 ..하다 보니 재미가 들려버리는 나였다. 그래서 다짐했다. 공부하는 동안 쌓인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그를 골탕 먹이는 것으로..호호호
오늘 따라 또 다른 그녀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이 매우 소름 끼쳐 보였다. 아 나의 이상형 나의님은 애처로운 모습으로 가계바닥에 대걸레질을 하고 있었다. 이마에 송글 송글한 내님의 모습에 난 용기를 내어 님 곁으로 다가갔다.
“저...저기..요.”
“네?”
오! 옥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
“그 그거 이리주세요. 제가 해 드릴 게요. ”
“네? 아 네 고맙습니다.”
살짝 미소 지으며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천사와도 같았다. 드디어 일주일 만에 그녀와의 대화를 성공 시켰다. 비록 알콩달콩 사랑을 속삭이는 밀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에 부지런 하게 7평의 가계바닥을 모두 닦아주었다. 그리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펴고는 그녀가 서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거기서 난 보았다. 마녀의 미소를 머금은 또 다른 그녀가 들고 있는 음식물 찌꺼기를 ..난 마치 주문처럼 중얼 거렸다.
지룰 개뿔이 약해 증거 인멸은 못할망정 대놓고 컷팅 나이프를 흔들고 가면서..아우 여우같은 것.. 이런 식으로 나의 소중한 아침 (그녀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은 매일을 또 다른 그녀와의 전쟁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딱 15분 나 어쩔 수 없이 빠듯한 시간을 쪼개서 바닦 청소를 하고는 부지런히 차에서 물건을 내리고 영수증을 수령한 후 마녀의 시선에서 후퇴를 해야만 했다.
참 아직까지 제 소개를 안했군요. 제 이름은 강미르 집이 개천 옆이라 제가 태어 날 때 부모님이 용 되라고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즉 개천에서 용 났다는 속담에서 힌트를 얻으셧다나 뭐라나? 어째든 용 이라는 뜻을 가진 순 우리말인 미르입니다. 그리고 제 이상형의 이름은
“......”
말을 무지 아끼는 그녀 인지라 아직 이름을 ...헤헤 ..아! 그리고 나를 심심풀이 땅콩내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아는 또다른 그녀의 이름은...
“박 군이라고 불러 내 이름은 내 낭군님에게만 알려 줄 거야 ”
에...박 군이랍니다. 그럼 ..네? 다른 분들 소개도 해달라고여? 에.그럼 우선 여기 옆에서 운전 하고 계시는 기사님은 성은 황이 요 이름은 달필이라.. 음..거의 말이 없는 분이시죠.
“말(馬)은 없어도 승용차는 있다.”
“에...넘어 가죠..”
앞으로 등장하는 분들은 그때그때 소개 하도록 하죠. 그럼 전이만 바빠서 다음에 뵙도록 하죠.
찌뿌둥한 아침 ...
빠직..윽 좀 심하게 이빨을 간 것 같다. 어제의 일이 순간 떠오른 나는 그 마녀 박군 생각에 나도 모르게 이빨을 갈았다. 휴..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우리 집안의 전통인지 집안 모든 남자들이 (아버님 포함) 여자들에겐 꼼짝을 못한다. 실수라도 애, 어른 할 것 없이 모든 여자들이 눈물이라도 보일라 치면 벌벌벌 떤다. 반대로 세상의 모든 사내 즉 남자들에게는 가혹하리만치 군다. 그럴 명분만 있으면..또 우리 집안 남자들은 겁이 없다.(여자에 대한것만 빼고) 아버님이 공장(철공소 또는 대장간)을 운영 하시기에 우리 집은 항상 살벌한 연장(?)들이 가득 하다. 사무실 곳곳에 전시(?) 되어 있는 각종 칼들(참고로 형님이 나이프를 만들어 수출을 하신다.) 오함마라 불리는 무식하게 큰 망치들 그리고 각종 공구들 실수로 사무실에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디 한군데는 무사 하지 못할 것이다.
아! 우리집은 아버님이 운영하시는 공장과 붙어 있다. 덕분에 아침에 기상 할 때는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맑은 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 아니면..
와장창! 픽! 퓻! ...
“우악!!! 사람 살려!!!”
잠결에 화장실 문과 사무실(말이 사무실이지 완전히 16세기 무기고다)문을 착각하는 경우 지금과 같이 사무실을 가장한 16세기 무기고에서 생사가 오락가락 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저 비명소리는 나의 큰형님의 목소리다. 자칭 이소룡의 후예라 떠들길 좋아하는 큰형님은..음 큰형님 큰형님 하니 꼭 조직 같다는 생각이..각설하고 큰엉아는(음..좀 부드럽군) 합기도와 절권도 그리고 쿵푸의 고수다.
끼이익..
“.....하하..일어 났냐?”
아침마다 세상에서 유일방식으로 식구들은 깨우는 큰엉아의 아침인사다. 그리고..
츄아악!
“우와왓 차가워!!”
“양치질은 화장실에서 해!”
살기가 넘처 흐르다 못해 번뜩이는 날카로운 칼날과 각종 공구들 사이에서 요가 뺨치는 자세로 사무실을 가장한 16세기 무기고의 각종 무기들 사이에 누워있는 큰엉아의 얼굴에 찬물을 끼엇는 걸로 인사를 하는 나..
“아버님께서는 기침 하셨냐? 막내야!”
“웅..저녘에 용각산 사다 드려!”
빠각!
큰엉아와 말장난을 하려던 나의 뒤통수에 무언가와 강력한 마찰 운동이 일어났다. 마찰의 강도와 익숙한 느낌 이에 나는 잽싸게 뒤돌아서..
“ 아버님 기체 일양후 만강..”
닭살 멘트로 아버지에게 아침 문안인사를 ...마치지 못했다.
뻐걱!!
“주둥이 닥치고 밥처무라! 문디..”
“예...”
이 아침부터 과격한 사랑의 손길로 당신의 사랑스런(우엑) 막내 아들의 아침 문안 인사를 사정없이 뭉게 버리시는 분이 나의 아버님으로 함자는 강자 이자 유자를 쓰시는 분이다.
“킥킥킥..”
“큰엉아야! 혼자서 빠져 나오그라! 흥!”
쾅!!
사랑스런 막내가 무자비한 사랑의 매질을 당한 것이 고소한지 킥킥대는 큰엉아에게 매몰찬 한마디를 던지고 나와 버린 나는 신경질적으로 화장실문과 나란히 절대쌍문(쌍둥이문?)의위용을 자랑하는 집 거실과 연결된 사무실문을 닫아 버렸다.
에...깜박 했군..사무실은 간이 칸막이로 만들었다는 것을..다시 말해서 지금 내가 힘껏 닫은 사무실 문의 충격파가 사무실을 강타 한다는 뜻이고 그말은..
절대로 큰엉아는 폭우처럼 쏟아지는 총알 속에서도 살아날 인간이기 때문이다. 뭐 좀 상처는 생기긴 하겠지만.. 참고로 큰엉아는 그동안 자신이 배운 무예를 통합해서 하나의 또 다른 무예를 창시중이다. 뭐 이유는 사랑스런 막내인 날 위해서라고 말하긴 하지만 글세..난 절대 아니 올시다, 이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 큰엉아의 소개를...
이름 강장 간혹 자기 목숨가지고 장난치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간장‘ 이라고 불렀다가 황당할 정도로 두둘겨맞는 경우가 간혹 있다.
에.. 그리고 큰엉아 밑으로 작은 엉아가 있는데 이름은 에..강수 이다. 이 이름 역시 뭇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데 특히 어머님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렸다.
한가지 일화를 들자면 작은 형이 한 창 자랄 때 일이다. 작은형이 벽에다 자신의 키를 표시 한 적이 있다. 그때 어머님 눈에 그 모습이 눈에 보였고, 짓꿋은 미소를 지으시던 어머님이 작은 엉아가 표시한 곳에다 이렇게 써 놓으신 거다.
---- <===사랑스런 우리 둘째의 강수량, 비가 많아 와야 할텐데....
그날 저녘 어머님이 써놓으신 글을 본 우리식구들이 자지러진 것은 따로 언급 하진 않겠다.
자신의 사랑스런 아들 이름으로 장난을 치시는 어머님의 모습에서 우리는 착각일진 몰라도 두려움을 느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우리 어머님의 함자는 유자 미자 란자를 쓰신다. 캬~ 이름 좋고 ...우리 어미님이라서 그런건 아니지만 솔직히 어머님은 상당한 재원이시며 미인이시다. 또한 성격도 차분하시고(가끔 자식들 가지고 장난을 치시긴 하지만) 대인 관계가 좋아 처녀 때에 아버님 애간장을 상당히 태우셨다고 한다. 지금은 어딜가서 누굴 만나더라도 태연 하시지만 (아버님 생각일 뿐이다) 가금 어머님이 외출 하셨다가 조금이라도 늦으시면 태연을 가장한 체 벽시계만 뚫어져라 바라보신다. 뭐 어머님이 바람을 피우실가 걱정하시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불량배나 깡패한테 다치실까봐 걱정하시는 거다. 물론 우리 식구가 사는 동내에는 불량배나 깡패가 없다. 실수라도 동내에 불량배가 나타나면 큰엉아가 조용히 그 사무실을 가장한 16세기 무기고에 초대를 한 후 힘차게 발을 한번 구르면 다음 날부터 그 불량배는 동내 근처에도 얼신 거리지 않는다.
에.. 우리 식구에 대해서 간략(?) 하게 소개를 했으니 다음부터 제가 살아 가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