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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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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사진---^^ 스크랩 눈 터지는 영남알프스의 조망, 정각산-실혜산-구천산(`14.9.20)
가을하늘 추천 0 조회 40 14.09.29 05:5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정각산(正覺山, 859.7m)-실혜산(828m)-구천산(765m)

 

산행일 : ‘14. 9. 20()

소재지 : 경남 밀양시 단장면과 산내면의 경계

산행코스 : 구천마을버섯재배장정각폭포정각산끝방재미륵봉실혜산암봉정승봉(政丞峰·803m)정승고개구천산(영산)구천마을(산행시간 : 6시간 10)

함께한 산악회 : 청마산악회

 

특징 : 오늘 산행은 정각산과 실혜산, 구천산(영산) 등 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봉우리만 해도 3, 거기다 미륵봉, 정승봉 등 봉()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까지 합할 경우에는 800m가 넘는 산들을 5개나 오르내리게 된다. 이 다섯 개의 산들은 정승골의 최북단(最北端)에 위치한 실혜산(828m)을 반환점(返還點)으로 말발굽 형태를 띠고 있다. 도상거리는 대략 13.5정도, 하루 동안 모두 걷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거리이다. 따라서 조금 단축하고 싶을 경우에는 실혜산을 생략하고 곧바로 정승봉으로 직행하거나, 아니면 맨 마지막에 있는 구천산을 생략하고 도래재로 하산하는 방법이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실혜산을 생략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 같다. 아무튼 정각산은 오르는 길에 만나는 치마바위의 암릉이 멋지고, 정승봉과 구천산은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이 일품이다. 특히 정승봉에서 바라보는 영남알프스는 가슴이 벅찰 정도로 장쾌하다.

 

산행들머리는 구천마을(밀양시 단장면 구천리)

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 I.C에서 내려와 24번 국도 언양·울산방면으로 7~8분쯤 달리다가 금곡교차로(交叉路 : 밀양시 산외면 금곡리)에서 우회전하여 표충사로 연결되는 1077지방도를 따른다. 이어서 단장면소재지를 지나면 구천리 삼거마을에서 삼거리를 만난다. 이곳 삼거리에서 왼편 도로로 접어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전원주택 풍의 마을회관 앞 정류소에 닿는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 참고로 삼거리에서 오른쪽(직진)으로 가면 표충사가 나온다.

 

 

 

구천리 마을회관(경로당) 앞으로 난 마을 안길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건너편에 정각산이 보인다. 산의 허리를 길다란 바위가 병풍(屛風)처럼 둘러싸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처매듬 또는 치마바위로 불리는 바위로서 정각산의 명물이다. 왜 처음부터 처매듬을 들먹이는지 의아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마을 안길이 변화가 많기 때문에 혹시라도 길이 헷갈리기라도 할 경우에는 이를 기준점(基點)으로 삼아 길을 찾아나가라는 의미에서이다.

 

 

 

마을 안길로 들어서자마자 마주치는 다리를 건너서 왼편으로 방향을 튼다. 개울을 따라 40~50m쯤 내려가면 파란색 지붕의 녹색 철대문집을 보게 된다.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마을을 빠져나간다. 마을을 통과하면 이번에는 구천천()을 가로지르는 조그만 다리를 만난다. 마을회관에서 5분쯤 되는 지점이다. ‘버섯재배장으로 가는 길은 이 다리를 건너자마자 왼편의 경사(傾斜)진 시멘트 포장길로 연결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오른쪽 넓은 길을 따르더라도 나중에 치마바위 아래에서 서로 만난다고 한다.

 

 

 

대추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3분쯤 오르면 곧 비포장 임도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다시 2분쯤 걸으면 왼편에 검은색 덮개를 뒤집어쓰고 있는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버섯재배장이다. 산길은 임도를 벗어나 이 버섯재배장으로 향한다. 들머리에 이정표(정각산 2.39km)가 세워져 있으니 길이 헷갈릴 염려는 없을 것이다. 들머리에서 이곳까지는10분이 걸렸다.

 

 

 

2개의 재배장 중 위쪽 재배장의 뒤편에 있는 임도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산악회의 시그널(signal)들이 너절하게 매달려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각산으로 향하는 산길의 오른편은 처매듬골이라는 이름을 가진 계곡이다. 그러나 이름만 계곡일 뿐 물기라곤 한 점도 없는 건천(乾川)이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다 고개라도 들라치면 처매듬(치마바위)이 눈앞에 다가온다. 처매듬은 암벽(巖壁)이 띠(belt)처럼 늘어서 있는 것이 마치 거대한 성곽(城郭)을 연상시킨다.

 

 

 

 

산길은 얼마 후 임도를 벗어나 오솔길로 접어든다. 물론 경사(傾斜) 또한 급해진다. 그러다가 버섯재배장을 출발한지 15분쯤 지나면 처매듬(치마바위)의 왼쪽 아래에 닿는다. 산길은 이곳에서 처매듬의 왼쪽 끄트머리를 에돌아가며 위로 향한다.

 

 

산길이 치마바위를 에돌기 바로 직전에 만나게 되는 폭포(瀑布)가 바로 정각폭포이다. 높이 약 10m에 넓이 또한 비슷하고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오버행(overhang)인 이 폭포는 비가 올 경우 밀양 최고의 경관을 연출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메말라있다. 아무리 장마철이 지났다지만 그다지 물이 귀한 시기가 아닌데도 메마른 것을 보면 폭포라기보다는 차라리 평범한 바위벼랑으로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하도 물이 귀하다보니 졸졸 흐르는 물줄기도 대접을 받나보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을 받고 있는 등산객의 표정이 자못 엄숙하기까지 한 것을 보면 말이다. 아무래도 오는 길에 식수(食水)를 준비하지 못했나보다. 만일 그렇다면 그가 지금 받고 있는 물은 단순한 식수가 아니다. 그 자신에게는 생명수(生命水)와 같은 의미일 것이다.

 

 

폭포를 지나면 거칠면서도 가파른 바윗길과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된다. 정각산의 명물인 처매듬(치마바위) 구간을 통과하는 의례쯤으로 보면 된다. 산길은 치마바위의 왼쪽 끝을 에돌아 위로 올라가도록 나있다. 그러다보니 가파를 수밖에 없고, 거기다 위험하기까지 하다. 조심스럽게 바위 위쯤 되는 높이까지 오르면 당분간 길은 편해진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금방 너덜길로 변하더니 또 다시 가파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가파른 산길은 꽤나 길게 이어진다. 힘에 겨운 산길이 버거워질 즈음, 그러니까 정각폭포를 출발한지 30분쯤 지나면 눈앞에 바위벼랑이 다시 나타난다. 바위를 붙잡고 곧장 오를 수도 있고, 옆으로 우회해서 오를 수도 있으나 앞서가는 집사람은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바위에 매달리고 본다.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태롭고, 거기다 안전로프도 매어져 있지 않지만 집사람의 요즘 컨디션(condition)으로 봤을 때는 애기들 장난으로 밖에 안보일 것이다. 바위 위로 올라서면 저 멀리 천왕산 사자봉과 수미봉(재약산), 향로봉이 조망되고, 발아래 가까이에는 우리가 산행을 시작했던 구천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마을 뒤에 나타나는 산은 아마 매봉일 것이다.

 

 

 

 

조망바위에서 다시 15분 조금 못되게 오르면 임도(林道)에 올라서게 된다. 임도는 오랫동안 보수(補修)를 하지 않은 탓에 지금은 비록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지만 옛날에는 소형 운반차량이 다녀도 됐을 정도로 제법 넓으면서도 반반하다. 이렇게 높은 곳에 있는 임도가 넓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정각산의 9부 능선에는 문을 닫아버린 지 오래된 옛 광산(鑛山)터가 있다. 어쩌면 이 임도는 광산을 운영하던 시절 광산에서 필요한 자재(資材)와 광산에서 캐낸 광석(鑛石) 등을 운반하던 도로였을 것이다.

  

임도를 따라 잠깐 걸으면 산길은 다시 왼편 산자락으로 들어서게 되고, 곧 이어 구멍 몇 개가 뻥 뚫린 바위벼랑 아래에 올라서게 된다. 문을 닫은 지 이미 오래된 광산(鑛山)터이다. 어느 누군가는 이 광산터를 보고 흉하다고 했다. 그러나 내 눈에는 숭고(崇高)한 삶의 현장으로 보일 따름이다. 어쩌면 서로의 인식(認識) 차이일 것이다. 가난하기만 했던 60~70년대, 우린 그 무언가가 절실했었다. 그 절실함이 낳았던 결과가 바로 한강의 기적이다. 그 기적을 만들기 위해 우린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총 동원해야만 했었고, 이 광산도 당시에 동원되었던 물자를 생산하던 현장의 하나였을 것이다. 800m가까이나 되는 이런 높은 곳에서, 특히 작업환경이 열악한 이런 굴속에서 일을 하고 있는 광부(鑛夫)들을 상상해보라. 아마 지금이라면 아무리 높은 임금(賃金)을 준다고 해도 어느 누가 이런 곳까지 일하러 오겠는가. 그래서 내 눈에는 숭고하게 느껴지는 삶의 현장으로 보였던 것이다.

 

 

 

광산터 앞에서 또 다시 조망(眺望)이 활짝 열린다. 향로봉과 백마봉 등 단장면의 산군(山群)들이 저마다의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며 정겹게 다가온다.

 

 

광산터에서 정상은 금방이다. 광산의 왼편 사면(斜面)을 치고 오른 후 지능선을 타고 10분쯤 더 오르면 주능선 삼거리(이정표 : 정각산 0.16Km/ 끝방재 2.2Km/ 구천리회관 3.5Km)에 이르게 된다. 정각산 정상은 이곳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2~3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때문에 다음에 올라야할 실혜산으로 가려면 정상을 둘러보고 나 후에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10평 조금 못되는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정각산 정상은 정상표지석과 삼각점(동곡 355), 그리고 한쪽 날개가 떨어져 나간 이정표(송백 5Km/ 임고 5Km)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정표의 송백은 끝방재에서 왼편으로 내려서면 이르게 되는 송백리를 말하는 것이고,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임고는 산내면 임고리이다. 산행은 당연히 이정표가 가리키고 있는 송백방향(조금 전에 올라왔던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잡목(雜木)으로 둘러싸인 정상은 조망(眺望)이 시원치 않다. 정상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산행들머리에서 정각산 정상까지는 1시간30분이 조금 더 걸렸다.

 

 

삼거리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끝발재 방향으로 산행을 이어간다. 5분쯤 후에 살짝 바위가 보이는가 싶더니 시야(視野)가 뻥 뚫리는 바위 위에 올라서게 된다. 지도에 조망바위로 표기된 지점이다. 바위 위에 서면 발아래에는 산내면 소재지가 내려다보이고 그 뒤에는 용암봉과 종자봉, 육화산이 버티고 있다. 그리고 오른편에 보이는 산들은 어쩌면 구만산과 억산일 것이다.

 

 

조망바위에서 잠깐 가파르게 떨어진 산길은 이후부터는 완만(緩慢)하게 이어진다. 폭신폭신한 흙길을 한껏 여유를 부리며 걷다보면 15분 후에는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이르게 된다. 송정자고개이다. 비록 이정표(끝방재 0.74Km/ 정각산 1.9Km)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이곳에서 왼편에 보이는 길로 진행할 경우에는 발례마을로 내려가게 된다.

 

 

 

송정자고개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바윗길이 나타난다. 오른편으로도 길의 흔적이 보이나 왼편 바윗길로 올라서고 본다. 경사(傾斜)가 거의 없는 그저 약간 거친 수준의 돌길로 보였기 때문이다. 역시 내 예상은 들어맞았다. 집채만한 바위의 옆으로 난 길은 그저 돌들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는 틈새 길에 불과했다. 바윗길이 지나면 산길은 다시 보드라운 흙길로 변한다.

 

 

송정자고개를 출발한지 20분 정도가 지나면 널따란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안부사거리(이정표 : 실혜봉 3.9km/ 정승동 1.4km/ 송백교회 4.3km/ 정각산 2.4km)에 내려서게 된다. 끝방재인데 널따란 지형(地形)을 살렸는지 여러 기()의 묘()들이 보인다. 등산객 몇이서 웅성거리고 있기에 다가가 보니 우리 일행이 아니 부산서 온 등산객들인데 그들은 이곳에서 정승동으로 하산을 할 계획이란다. 정각산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들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정승동으로 하산을 한다. 다음에 오르게 될 미륵봉이나 실혜산은 산세(山勢)도 보잘 것이 없을뿐더러 조망(眺望)까지도 일절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산세가 뛰어난 정승봉까지 둘러보기에는 그 거리가 아마추어(amateur)들에게는 만만치 않다.

 

 

 

사거리에서 무덤의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오르면서 다음 봉우리인 미륵봉으로 향한다. 산길은 큰 오르내림이 없는 부드러운 낙엽길이다. 그러나 길의 형편은 그다지 좋지가 않다. 웃자란 잡초(雜草)와 잡목(雜木)들이 갈 길 바쁜 나그네의 발길을 자꾸만 잡아채기 때문이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다가 30분 후에는 밋밋한 봉우리 위에 올라서게 된다. 미륵봉이라고도 불리는 767m봉이다. 일행들 몇 명이 봉우리 위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의 길가에 미륵봉이라고 쓰인 종이 한 장이 놓여있다. 정상석이 보이지 않는다고 산행대장이 종이에다 표시해 놓고 갔다는 것이다. 선답자(先踏者)들의 기록을 보면 이곳에 정상석이 있다고 했는데 누군가가 없애버린 모양이다. 사실 이곳을 미륵봉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당연히 미륵봉이라는 이름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왕에 세워진 정상석을 뽑아내버릴 것까지야 없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입안이 씁쓸해진다. 정각산 정상에서 이곳 미륵봉까지는 1시간10분이 걸렸다.

 

 

 

 

미륵봉을 지나서도 산길은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는다. 큰 오르내림을 피하기라도 하려는 듯 산봉우리를 피해 우회(迂廻)길을 만들면서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13분 정도가 지나면 또 다른 안부사거리를 만나게 된다. 비록 이정표는 없지만 이곳에서 왼편은 미륵골을 거쳐 산내면소재지인 송백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편은 실혜산을 거치지 않고 곧장 정승봉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곳은 어디로 가야할지를 갖고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하는 지점이다. 혹시라도 나에게 다시 한 번 그런 기회가 찾아온다면 난 서슴없이 곧장 정승봉으로 직행할 것이다. 그만큼 실혜산이 보잘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산세(山勢)는 물론이려니와 조망(眺望)까지도 일절 트이지 않으니 구태여 올라가볼 가치가 없다는 얘기이다.

 

 

안부사거리를 지나면서 산길은 본격적인 오름짓을 시작한다. 그리고 길은 한층 더 거칠어진다. 아까 끝방재에서 가뜩이나 줄어들었던 사람들이 조금 전의 사거리에서 또 다시 갈려나간 탓일 것이다. 사거리에서 10분이면 이름 없는 봉우리에 올라서게 되고, 이어서 잠깐 내려섰다가 다시 맞은편 능선으로 치고 오르면 14분 후에는 실혜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미륵봉에서 40분 정도의 거리이다.

 

 

3~4평 남짓한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정상은 정상표지석 대신에 스테인리스(stainless steel)로 만들어진 정상표지판이 지키고 있다. 그런데 정상판에는 정각산 실혜봉이라고 적혀있다. ‘()’이 아니라 독립된 ()’으로 알고 있었기에 헷갈린다. 관할 지자체에서 정리를 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정상은 잡목(雜木)들로 둘러싸인 탓에 일절 조망이 트이지 않는다.

 

 

조망이 트이지 않는 실혜산 정상에서 오래 머무를 이유가 없어 곧장 정승봉으로 향한다. 100m 조금 못되게 걸으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편은 원당마을(산내면 원서리)로 내려가는 하산 길, 정승봉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내려서야 한다. 실혜산에서 가파르게 변한 산길을 따라 10분 조금 못되게 내려서면 아까 실혜산을 오를 때 헤어졌던 산길과 다시 만나게 되고, 곧이어 산길은 다시 맞은편 산봉우리로 향한다. 안부를 떠난 산길은 초반부터 급경사(急傾斜) 오르막길이다. 거기다가 조금 후에는 날이 제법 시퍼렇게 선 바윗길로 변한다. 아마 오늘 산행에서 가장 짜릿한 구간일 것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바윗길에 안전로프 하나 매달려 있지 않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바윗길에서 스릴을 즐기며 5분 정도 오르면 시야(視野)가 트이기 시작하면서 억산과 운문산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위에 있는 암봉 위로 오르면 조망(眺望)은 한층 더 넓고 선명하게 터진다. 구만산과 억산, 운문산,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의 능선이 헌걸차고, 동남쪽에는 천황산과 재약산, 거기다 얼음골에 놓인 케이블카(cable car)의 승강장까지도 눈에 들어올 정도이다.

 

 

 

암봉에서 조망(眺望)을 즐기다 다시 정승봉으로 향한다. 정승봉으로 가는 길은 완만(緩慢)한 능선으로 연결된다. 검은 오석(烏石)으로 된 정상표지석 혼자서 지키고 있는 정승봉은 정상 주변에 키 큰 나무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시야(視野)가 막힘이 없다. 때문에 방금 지나온 암봉만은 못하지만 조망이 시원스럽다. 바로 옆에 있는 실혜산은 물론이고, 구만산과 억산, 운문산, 지룡산, 가지산 백운산, 능동산 천왕산 등 영남알프스의 산군(山群)들이 파노라마(panorama)처럼 웅장하게 펼쳐진다. 한마디로 장관(壯觀)이라고 할 수 있다. 실혜산에서 정승봉까지는 40분이 조금 못 걸렸다.

 

 

 

 

정승봉에서 산길은 완만(緩慢)하면서도 길게 내려섰다가 이번에는 내려온 것보다도 더 길게 오른 후에 첫 번째 이름 없는 봉우리 위에 올라선다. 어쩌면 정승봉보다도 더 높지 않을까 싶은데 정승봉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지점이다. 그리고 2~3분 더 걸으면 그보다도 약간 더 높은 두 번째 봉우리다.

 

 

정승고개로 가는 길에 보면 오른편으로 정승골이 내려다보인다. 정승골은 신라 때 어느 왕이 병을 고치기 위해 재약산 표충사에 머물고 있을 때 왕을 수행한 정승(政丞)이 이곳에 머물며 대기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정승골은 경남에서 가장 늦게 전기(電氣)가 들어온 곳이다. 지난 2000년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왔을 때 주민들이 밀양시내로 냉장고를 사러 나간 것이 TV에 소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던 심심산골의 오지(奧地) 마을이다.

 

 

두 번째 봉우리를 지나면서 산길은 다시 내리막길로 변한다. 그리고 10분 후에는 정승고개(이정표 : 도래재 고개 2.2Km/ 산내 등자반 2.0Km, 정각산 6.3Km)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 왼편은 도래재로 내려가는 하산길, 비록 이정표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구천산으로 가려면 맞은편 능선으로 직진해야 한다. 정승고개에서 집사람의 눈길이 간절해진다. 그만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모양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4시간 45,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걸었으니 집사람의 체력(體力)으로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난 그녀의 기대를 저버리고 맞은편 능선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구천산 오르는 것을 포기할 경우에는 다시 이곳을 찾아와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이곳 밀양 땅이 너무 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내 결정은 꽤 큰 후유증(後遺症)을 남겼다. ‘다시는 같이 산에 가자고 하지마세요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난 어떻게 하면 이번 주말 산행에 그녀를 모시고 갈 지를 갖고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정승고개를 지나면서 다시 힘겨운 싸움이 시작된다. 산길이 가파른데다가 또 어느 곳에서는 바윗길까지 나타나기 때문이다. 거기다 가끔 길이 희미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능선의 마룻금이다 싶은 곳으로만 진행하면 어렵지 않게 구천산의 정상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3~4평쯤 됨직한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정상은 묘하게 생긴 정상표지석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상석이 조망안내도(眺望案內圖)까지 겸하고 있는 것이다. ‘밀양 솔뫼산악회에서 세운 것인데 '구천산 888.2m'라고 쓰인 정상석의 상단에다 분도기(分度器, protractor) 모형을 그리고 각 위치마다 조망되는 산의 이름을 표기해 놓았다. 참으로 신선한 아이디어(idea)라 아니할 수 없다. 참고로 이곳 구천산은 영산 또는 꼬깔봉이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정승봉에서 이곳 구천산까지는 1시간10분이 조금 못 걸렸다.

 

 

구천산 정상에서 또 한 번 시야(視野)가 뚫리면서 주변의 산군(山群)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지산에서 시작해 운문산과 억산, 구만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의 주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오른편으로 고개라도 돌릴라치면 능동산과 간월산이 나타난다.

 

 

하산은 올라왔던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내려선다. 내려가는 길은 경사(傾斜)가 완만한 흙길임에도 불구하고 진행하기가 수월치 않다. 웃자란 잡초(雜草)와 잡목들이 산길을 온통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미해진 산길을 찾아가며 15분쯤 내려서면 삼각점봉에 이르게 되고, 이어서 전망바위를 만나게 된다. 여기까지 오면서 보았던 조망(眺望)이 아쉽게 생각된다면 바위 위에라도 올라가 볼 일이다. 재약산 사자봉과 향로산, 백마산이 잘 조망된다. 전망바위를 지나서도 산길의 형편은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 길이 희미할 정도로 잡초가 우거져 있는 것이다.

 

 

산행날머리는 구천리 계곡캠핑장

삼각점이 있는 곳에서 10분쯤 내려가면 무덤들이 여러 기() 보이는 능선에 이르게 되고, 이어서 20분 정도 더 내려오면 다시 무덤들이 나타면서 산길은 오른편으로 방향을 튼 후 임도에 내려선다. 정승골로 연결되는 임도일 것이다.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50m쯤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 다시 오른편에 보이는 오솔길로 접어든다. 들머리에 인근 펜션(pension)들의 집단안내판이 세워져 있으나 그냥 아까 내려오던 능선을 계속해서 연결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길을 찾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능선으로 난 길을 따라 15분쯤 더 내려오면 구천마을에 이르게 된다. 산행이 종료되는 계곡캠핑장은 마을에서도 10분 가까이 더 걸어 나가야만 한다. 오늘 산행은 6시간10분이 걸렸다. 그것도 쉬지 않고 걸은 시간이니 꽤나 긴 산행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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