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가리켜 '상처의 위기의 시대'라고 한다. 그것은 현대인 들이 많은 아픔들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흔히 우리 는 치유라고 하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내면 치유(Inner Healing)'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진정한 치유는 내면의 영 (Spirit), 혼(Soul), 육(Body)의 치유(살전 5:23)와 더불어 가 정생활(Family Life, 딤전 5:8), 사회생활(Social Life, 마 5:16)에 이르기까지 온전한 치유를 이루는 것이다. 바로 이 치 유를 이루는 모든 목회상담과 목회적 돌봄이 '치유목회 (Healing Ministry)'이다. 우리는 이 치유목회의 모범을 예수님의 문둥병자 치유사건을 통 해 찾아 볼 수 있다(막 1:40-45).
1. 영적 관계의 회복
"원하신다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나이다"(40절) 일찍이 성 어거스틴(St. Augustine)은 그의 참회록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오 하나님, 당신은 당신 자신을 위하여 우리를 만드 셨나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당신 안에서 안식을 얻기까지는 우 리의 심령이 안식을 얻을 수 없나이다.' 이것은 모든 인간의 삶 의 문제에 대한 영적 상담의 결론적 고백이다. 수많은 인간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불신앙의 죄를 회개하고(Convert), 불순 종의 죄를 고백함으로(Confess) 주님과의 화평의 관계를 회복하 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먼저 예수님을 개인의 구세주로 영 접하는 구령상담(Soul-winning Counseling)이 요청된다. 더 나 아가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라 할지라도 주님과의 성령 충만 한 영적 관계를 회복하고 발전시키는 신앙상담(Faith Counseling)이 필요하다. 이러한 구령상담과 신앙상담은 내담자 의 영적인 문제에 접근하게 하고 치유하는 과정의 필요성을 인 식하게 한다.
그런데 많은 상담자들이 이 본질적인 영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 이나 회복이 없이 심리치료에 치중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유 가 이뤄지지 않고 재발과 악화의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은 오 늘날 각 분야의 심리치료 또는 약물치료에서 경험하는 치유의 한계이다. 이 한계는 치유를 위한 영적인 관심에로 주의를 돌리 게 했다. 이제는 내담자의 문제를 야기시킨 근본적인 문제에 관 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영적인 관점에서 내담자의 문제에 접근 할 때만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게 할 때 내담자는 예수님을 영접하고 신앙을 통한 새로운 결단을 하 게 된다. 이런 결단은 자신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발견하고 해결 할 수 있는 길을 찾게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님과의 영적 관계가 회복되고 결과적으로 내담자가 가진 문제의 실마리를 풀 어갈 수 있을 것이다.
2. 상한 마음의 치유
"예수께서 민망히 여기사 손을 내밀어 저에게 대시매"(41 상)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인간의 문제는 과거, 특히 어린 시 절의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무의식 속에 억압된 감정이나 욕구로 부터 기인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일생을 지내오면서 온갖 풍상 을 겪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갖가지 외상으로부터 인간의 마음속 에 상처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구원받고 헌신한 그리스도인이 라 할지라도 마음속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으면 그것이 성격장 애, 신경증, 정신병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구원이나 헌신과 상처의 치유는 별개의 것이다. 구원이나 헌신이 영적인 영역이라면 상처는 심리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적 관 계의 회복에 이어 상한 감정의 치유를 위한 내적 치유가 이루어 져야 한다.
내적치유는 대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갖게 된다.
먼저, 상처의 근원을 발견해야 한다. 이 상처는 원래 어린 시절의 부모, 형제와의 관계나 학창시절 의 친구, 애인과의 관계나 결혼 후의 배우자, 자녀, 시부모, 시 가 식구들과의 관계 또는 심지어 교회나 사회생활 등, 모든 인 간관계 속에서 생길 수 있다. 특별히 이 상처의 근원에는 사랑 의 상처가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고전 13:31).
둘째, 상처의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많은 경우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려고 하지 않 을 뿐만 아니라 표현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 이것은 유교의 가 부장적인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가족 구조의 산물이고 폐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계속 살아가다보면 이것이 정신적으로 심각 한 장애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결국은 자신들이 감당키 어려 운 상황으로 발전될 수가 있다. 자신의 정신 건강이나 주위사람 들과의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 자신이 가진 감정을 솔직하고 진 실하게 표현하는 것이 절실히 요청된다(엡 4:31).
셋째, 사랑의 영을 간구해야 한다. 우리가 원수라도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그리스도인이 라면 누구나 많이 듣고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의 신앙생활 가운데 가장 많이 벽에 부딪히는 문제가 바로 이 사랑의 한계이다. 여기서 우리가 가진 사랑의 한계를 극복 할 수 있는 길은 바로 성령께서 우리의 심령 속에 사랑의 영을 부어 주실 때만 가능하다(롬 5:5).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는 마 음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우리에게 놀라운 은혜의 경험 이 된다(마 5:44, 시 109:4). 그 사랑으로 원수라도 인자하게 대하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긴다(엡 4:32상).
넷째, 십자가의 사랑으로 용서해야 한다. 우리의 상처는 용서를 통하지 않고는 치유가 불가능하다. 용서 는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그런데 인간의 감정으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를 극복하기 위해서 예수님의 십자가의 용서에 대한 사랑의 체 험은 필수적이다(엡 4:32하). 이 사랑의 용서는 우리의 치유를 급속도로 이루어지게 할 것이다.
다섯째, 화해의 감격을 경험해야 한다. 우리의 마음속에 사랑의 치유가 이루어졌다고 할지라도 우리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거나 아직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을 찾아 가 화해하는 것은 참으로 감격스러운 일이다. 또한 우리의 상처 의 치유를 더욱 빠르게 완성시킨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그리스 도인들이 이 치유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할 때가 많이 있다. 우 리는 하나님께 대한 수많은 예배나 예물을 드리기 전에 이 화해 의 감격을 먼저 회복해야 할 것이다(마 5:23-24).
여섯째, 성령의 역사를 구하며 인내해야 한다. 우리가 찾아가 화해하길 원해도 때로는 상대방의 마음이 열려있 지 않을 때가 있다. 여기서 좌절하거나 포기할 수 있지만 이때 는 인내의 사랑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흔히 말하는 유교문화의 무조건적인 인내가 아니라 복음에서 나오는 인내의 사랑이다. 이 인내는 용서한 후 기다리는 것이다. 또한 이미 용서한 상처 라고 할지라도 완치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이 인내의 사랑 이 결국에는 하나님의 때에 응답되고 열매를 맺게 한다(갈 6:9).
일곱째, 자신의 상처를 치유의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난날의 상처를 치유 받고 나면 그 상처는 더 이상 우리에게 가슴 아픈 기억으로만 남아있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상처의 경험이 상처 입은 다른 사람을 치유하기 위한 치유의 자원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일찍이 헨리 나우웬(Henri J.M. Nouwen)이
「상처 입은 치유자」(The Wounded Healer)에서 증거했듯이 예 수님께서 먼저 본을 보이신 치유자의 삶인 것이다. 우리는 지난 날의 상처의 치유의 경험을 통해 우리와 같은 상처의 고통을 겪 고 있는 이들을 치유하는 일에 헌신해야 할 것이다.
3. 신체 건강의 회복
"곧 문둥병이 그 사람에게서 떠나가고 깨끗하여진지라"(42절) 현대의학은 신체건강의 심리적 요인을 전적으로 인정하고 있 다. 기독교는 이러한 심리적 요인에 더하여 영적 요인을 추가하 고 있다. 예수님께서도 병자를 치료하면서 먼저 그들의 영혼의 믿음을 확인하셨다. 그 다음 마음의 평안을 주셨다(마 9:2). 그 리고 신체의 치료가 뒤따랐다. 여기서 우리는 영적, 심리적 치 료가 신체의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인간 의 의술이나 의약으로 효과가 더디거나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병 이라고 할지라도 하나님의 능력으로 기적적인 치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영적 상담은 영혼의 믿음과 마음의 치유 를 통해 보다 효과적이고 능력 있는 신체의 치료를 경험하게 한 다.
4. 가정(사회)생활의 회복
"네 몸을 제사장에게 보이고,저희에게 증거하라"(44절) 오늘날 내담자들의 많은 문제들은 가족체계나 교회 또는 사회체 계 속에서 생겨난 문제들로 분석되고 있다. 가족 관계나 교회 공동체 또는 사회 구성원과의 관계가 내담자의 문제에 많은 영 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맥골드릭(Monica McGoldrick)과 걸슨(Randy Gerson)은 공저인 「가족 분석 가계 도」(Genograms in Family Assessment)에서 가계도를 통한 가족 관계의 분석을 중시한다.
가족체계 안의 가족구성원이나 상호간의 관계가 자녀손 3-4대에 이르기까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출 20:5). 이에 따르면 3-4대에 걸쳐 가계도를 그리면서 가족관계를 분석하여 치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은 가계에 흐르는 저주를 끊어버림과 동시에 가족들에 대한 사랑의 치유가 시작되게 한다(딤전 5:8). 이 치유의 시작은 주위사람들 에 대한 사랑의 섬김(살전 5:12-14)으로 발전되며, 더 나아가 불신 영혼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마 5:13-16). 이것은 치유목회에 의한 최종적인 치유의 열매이며 완성이다.
이처럼 치유목회는 하나님과의 영적 관계의 회복으로부터 시작 하여 상한 마음의 치유, 신체건강의 회복 그리고 가정(사회)생 활의 회복에까지 미친다. 이는 궁극적으로 하나님 형상의 회복 을 통해 전인적인 건강을 회복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는 것 이다. 더 나아가 모든 사람들과 이 풍성한 주님의 은혜와 평강 과 축복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다(민 6:2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