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노래- 전체 목록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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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푸른빛, 그리고 은빛―.
태양이 모습을 감추고 찾아온 밤.
조소하는 초승달 아래, 인간들이 편의를 위해 빼곡히 세운 건물들의 광경 속, 한 건물 위.
어둠속에 휩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도시, 그 광경을 붉은 눈동자에 담으며 그는, 아니 카인은 건물 끝자락에 서있었다. 보통 다른 이라면 보이지 않았을 광경이었지만, 카인은 그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니, 보고 싶지 않다, 보고 싶다는 것을 떠나 보였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 광경이 질렸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그는 그곳에서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그 눈길을 위로 향했다. 그러자 그의 붉은 눈동자에 짙은 푸른빛의 하늘에 뜬 은빛의, 부서질 듯이 가는 초승달이 비치었다.
아무것도 비추지 못하는 달. 그저 그 곳에 있기만 할 뿐인 달. 누군가의 마음을 달래주지도, 그 아픔을 함께 해주지도 못하는 달.
그러나 상처 입은 이의 마음을 어떻게 해주지도 못할 거면서, 밤의 시간을 살아가는 자신들을 끌어들이는 달.
그리고 생각나게 하고, 괴롭게 하고, 아픔을, 상처를 주는 달.
“정말 신물이 나는 광경이군. 하지만 여기서 영원히 벗어날 수는 없겠지.”
그렇게 카인은 짜증난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며 하늘에 뜬 달을 향해 조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나 그의 붉은 눈동자는 더없이 슬펐다. 마치 아무도 없는 어둠속을 헤매고 있는 자처럼.
‘그리고 지난번에야 깨달았지. 나는 결코 공존할 수 없다는 걸. 그리고 이대로라도 상처를 줄 거라는 것도.’
지난번으로 인해 더욱 분명해진 선.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자와 뱀파이어, 결코 함께 할 수 있는 이. 어쩔 수 없는 사실에 저항하고 저항했지만 바뀌지 않는 사실.
카인은 그것에 대해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는 모든 것을 잊고 이제 본래 있어야할 곳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하아. 하아.”
하지만 이윽고 갑자기, 카인은 가슴을 조여 오는 통증에 거친 숨을 내쉬며 뒤로 물러섰다. 거기다가 서있는 것도 한계였는지 카인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의 눈동자는 점점 선명한 붉은 빛을 띠어가고 있었다.
“카인님. 괜찮으십니까?”
뭔가 이상함을 깨달은 그의 하인은 그에게 달려갔다. 그가 보기에도 한겨울에 심하게 땀을 흘리고 거친 숨을 내쉬는 카인의 상태는 이상했기에.
카인을 부축하고는 그의 곁에서 그를 바라본 하인은 선명한 붉은 빛을 띠어가는 카인의 눈동자를 보고는 왜 카인이 그런 지를 눈치 챘다. 그 것은 바로 굶주림에 의한 증상이었다. 오랫동안 본능을 억누르고 피를 마시지 않은 뱀파이어가 보이는 증상, 그 것을 지금 카인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카인은 인간의 피가 섞이지 않는 순수한 혈통이었기에, 더더욱 피를 더 많이 필요로 하는 그들의 특성으로 더 심한 고통을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상황을 눈치 챈 하인은 품속에서 작은 단도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는 카인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단도로 손을 그었다.
“제 피라도 괜찮으시다면…….”
붉은 피가 흐르는 손을 카인에게 갖다 대며 하인은 카인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카인은 숨 막힐 듯 한 피의 향기에 반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반응대로 그는 하인의 손을 입가로 가져가고 있었다. 은색 달빛에 그의 흰 송곳니가 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윽.”
하지만 송곳니가 거의 닿기 직전, 카인은 하인의 피를 마시지 않고 하인의 손을 차갑게 뿌리쳤다. 그리고 카인은 숨을 내쉬며 얼굴을 숙였다. 얼굴을 숙인 채 한동안 거친 숨을 내쉬던 그는 한손을 뻗었다.
이윽고 은색의 달빛이 그의 날카로운 송곳니를 빛나게 했다.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송곳니가 그의 입술 사이로 드러낸 것도 잠시, 그의 송곳니가 뻗은 손의 손바닥에 박혔다.
“하아. 하아.”
자신의 입가를 타고 내려오는 붉은 액체와 함께 그는 입안에서 감도는 비릿한 붉은 액체가 목 줄기를 타고 내려가 몸 안에 퍼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피를 마셔댔다. 마침내 점점 선명하게 물들었던 붉은 눈동자가 본래의 빛으로 돌아올 쯤에야 그는 피를 마시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그는 입가에 묻은 붉은 핏자국을 손으로 훔쳤다.
“왜 그렇게 하시면서 까지 제 피를 드시지 않으신 겁니까?”
그런 카인의 행동을 바라보며 그는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다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카인은 그 반응이 우스운지 카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쿡쿡대며 그를 비웃었다.
“네가 그렇게 당황하는 건 처음이군. 넌 분명히 아버지의 명을 받아서 온 것이라고 했었지? 날 데려가기 위해서.”
“네, 그렇습니다.”
갑작스레 카인이 꺼낸 얘기에 그는 긴장하는 듯 한 낯빛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인만은 태연함과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제 돌아갈 때도 되었겠지. 가겠다. 이곳에서의 용무도 끝난 듯싶으니까.”
지난번과는 다른 카인의 태도에 적지 않게 하인은 당황했지만, 이윽고 그는 카인의 명을 따른다는 것에 대한 예를 갖추었다.
그의 행동을 지켜보고 이곳을 떠나기로 결심한 카인은 아무런 미련 없이 뒤돌아섰다. 그의 행동에 하인은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춘 것을 거두고 그를 따라나섰다.
“…….”
뭐라고 한 것 같지만 들리지 않는 나지막한 혼잣말. 무슨 말을 들은 것 같았지만 하인은 애써 그것을 무시한 채 카인의 뒤를 따라 나서려했다. 하지만 혼잣말 이후, 문득 멈춰버린 카인의 발걸음에 앞을 보지 않고 윗사람에 대한 예를 갖추며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는 하마터면 카인과 충돌할 뻔했다. 그러나 뱀파이어 특유의 신체능력으로 하인인 그는 겨우 충돌할 뻔 한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의 행동에 하인은 무슨 영문인지 싶어 카인의 곁으로 다가갔다.
“잠깐. 용무가 생겼다.”
무언가를 쥔 그의 손 사이로 보이는 무언가. 그 무언가로 눈길을 향하던 하인은 그 위치로 보아 그것이 그의 허리장식으로 있는 붉은 장미 펜던트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하인인 그는 눈치 챘다. 그 펜던트가 심하게 요동치며 진동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임을 하인은 몰랐기에 의아함을 품었다. 이윽고 그가 그것을 물어보려고 하는 찰나, 그는 곁에 있던 카인이 사라졌음을 알았다.
“카인님?”
그는 재빨리 사라진 카인은 찾기 위해 뒤돌아섰다. 그러나 그가 본 것은 건물 아래로 뛰어내리는 카인의 모습이었다. 그에 그는 재빨리 뛰어가 건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하인인, 그가 본 것은 카인이 검은 날개로 도시의 광경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정확히 보지 못한 채, 그는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거센 바람이 잠잠해진 후,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선 그가 본 것은 흩날리고 있는 검은 빛의 깃털뿐이었다.
안녕하세요? 은빛카린입니다~!
다시 1주일만에 찾아뵙습니다.
다음주면 아마도 One Night. 약속이 끝나지 않을가 싶네요.
저도 힘내서 바삐 더 써야겠네요...쿨럭. 분량이 얼마 안 남아있어요...-_-;
일주일동안 테일즈 렙100찍느라고 열렙을 했더니요...-_-
약속이 끝나면 -노엘 카를리아- 시점으로 쓰여지는 편이 계속될 예정이니
기대해주시고요.
ps. 소설 봐주시는 분께 감사드리면서 덧글은 제게 큰 힘이 된답니다. 덧글 달아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첫댓글 검은 날개... [먼산]
검은 날개가 어쨌길래 먼산을...?;
남 주인공들의 화려한 임팩트 효과에 사용 되는 날개와 날아간 직후 허공에 흩날리는 깃털들의 향연-!
순간 이해가 안됐다는......
그걸 지금 보니 잘 묘사 못 한 거 같아서 후회 막중이네요...ㅠ 다음 주에 마지막 편 올리고 전체적으로 조금 수정해야겠어요.
이야 /ㅅ/ 담편에 카인이 노엘을 구해주는건가!
그렇지요....므힝힝힝.ㅜ<-지가 적어놓고 좋아하기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남편이 아내를...허거덕...-_-;; 텔즈 100 겨우 찍었지...참...
저도 100 찍은지 얼마되지 않았...
은근히 우리 작가들 중에서도 게임 괴물들이 존재하는 듯...<-100찍는데 3년걸린 1인
저는 팔오밀라라서 ..[먼산]
100찍는데 마찬가지로 3년걸린 2人
오늘 101찍었다아... 후훗
전... 지금 102랍니다 ㅎㄷㄷ
저도 오늘 렙업해서 102랍니다...후훗
난 데려가기위해서 < 날 데려가기위해서 오타가타요 ㅇ.ㅇ 어머나 다음화 어여좀. ..[<즐]
어머나, 오타 지적감사요. 다음 화는 다음주쯤에 언제일 지 모르지만 좀 소설 좀 열심히 좀 적고요.
그럼 카인은 자신의 피를 마신건가요? 결국 피가 더 충전되는게아니고 피가 손바닥을 통해 나갔다가 다시 입을통해 들어오는것이면 .. 몸의 피의 양은 그대로인데 만족을 느끼나요 .. !?
그렇게 생각하시면 그렇지만... 자신의 피라도 마시는 그것으로 굶주림을 일시적으로나마 억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의 피를 마시지 않기위해 그렇게 한 것입니다.
흡혈종은 타인의 피를 마시며 타인의 마력을 자신의 것으로 함으로써 힘을 키워 나가는 것.
제 소설속의 뱀파이어도 비슷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죽화꺼 봐도 이해가 안 되는 시츄레이션...[...] 첫편부터 다 봐야한단 말인가!!!
이번편의 내용은 저번에 쓰셨던 피의노래 내용에 없었던 내용이네요 ^^ 재미있게 잘 읽고갑니다 ^^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
네, 여러가지로 수정했으니까요'ㅁ'! 언제나 제 소설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힘내십시오~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