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술에 취하다.
으으 못살아..기어이 사고를 치는구나..
제대로 맞았는지 벌겋게 달아오른 오른쪽 뺨을 부여잡고 인상을 찌푸리던 희원은 담배를
새로 하나 물더니, 나의 사과를 싸그리 무시한 채 레드라이언 안으로 사라졌다.
민망하게쓰리..사과를 했는데도 무시하냐..
혼자 툴툴되며 골목길에 나뒹구는 캔이란 캔은 모조리 뻥뻥 차대며 화풀이를 대신했다.
이렇게 화풀이를 해대도 울컥하는 게 도통 가시질 않자..예쁘게 한다고 고데기로 손질까지
한 머리를 마구잡이로 헝클어보고
악에 바쳐 소리도 빽빽 질러보지만 돌아오는 건 사람들의 미친년을 보는 듯한 시선뿐..
쳇., 이런 걸 사회적 냉무라는 거다..
길거리를 배회하다 포장마차에 무작정 발을 들여버렸다..시간이 어느덧 자정을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사람도 지금의 라하는 신경쓰지 못했다..
온통...강희원이란..건방진 녀석으로 가득했으니까..
"아줌마 소주 2병 주세요!!!"
"어이 아가씨- 안주하고 마셔야지"
맥주는 잘도 마시면서 소주는 반 병에 골로가는 걸 뻔이 알지만 오늘 인사불성이 되더라도
취하고 싶었다. 그래서 소주 마시려는데 우리 주인 아줌씨!!
꽤나 안주를 팔으셔야했는지 소주만 마시면 어쩌느니 저쩌느니 술은 안주랑 함께 해야한다는
니 귀찮굴어..할 수 없이 외친다..
"오뎅국물에 오뎅 두개 넣어서 주세요"
....라고 외치는 그녀...지대로 쫌생이였다..
끌끌- 혀를 차며 아줌마가 오뎅국물을 내오면 이미 시작한 술판에 오뎅국물 그대로 들이킨
다. 뜨거운지 차가운지..벌컥벌컥 들이키며 지금 들어오는 소주의 쓴 맛을 잊으려는 듯..
"그으..래!!뺨 때린건 그래 내가 열라 아주 많~~이!! 미안하다 치자구..
근데..근데..이 싹퉁머리없는 놈....!! 지가~~ 먼저 잘못한 거 아니냐구~!! 딸꾹..
말을..그렇게 싸가지~~없게 한 건 잘한거냐..?..!! 강희원...이 개쉐야.."
이미 한 병 비우고 또 한 병을 따며 혀꼬부러지는 소리로 주정을 해댄다..
희원이 학생이라는 사실도 술에 취하면 상관없어지는 듯 개쉐까지 전락해버린 희원-
지금의 울분을 술로 달래려는 듯 계속해서 술주정을 늘어놓는다.
"내가 죽을~~ 죄를 지..었다고..치자고!!그래도 그러는게 아니지 딸꾹.. 사람을 그렇게 무시
하면..딸꾹..내가 ..나 강라하가...기분이 열라 나쁘잖냐... 이 싸가지없는 자식아..
내가 아무리~~!! 싫어도 명색이 지 담임인데..잘해주면..잘해주면...
....부처님 똥꼬가..똥꼬가!!! 없어지냐~!!!"
제대로 취해서 포장마차 떠나가라 소리 질러대자 슬금슬금 다가와선 나를 쫓아내 버리는
몹쓸 아줌마..
똑같이 돈 내고 먹는데 나는 손님으로도 안 보인다 이건가욧?!
"하고- 아가씨가 무겁긴 드럽게 무겁네~ 남의 장사 망치지 말고 어여 가여-
내 술 값만 받을테니까"
곧 죽어도 술값 받아내신다..쳇,,,
비틀대며 무슨 정신으로 택시는 잡아타고 왔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G빌라에 무사히 도착해선
(꼭 이런 사람있다..술 이빠이 취해도 집은 잘 찾아가는 사람.. 쿡)
엘리베이터로 몸을 실은다.
3층..오래 걸리지도 않는 시간이 흐르고 땡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 12시가 훌쩍 넘어버린
시간에 엘리베이터에 막 오르려는 누군가가 희미하게 보인다.
잔뜩 술에 취해서 해롱되는 그 모습이 가히 가관이라는 듯 피식 웃어보이더니
인상을 있는대로 구긴다.
얇게 지는 녀석의 이마에 선 주름-
화장이 다 떠버린 얼굴을 이리저리 찬찬이 뜯어보고는 점점 시선이 아래쪽으로 내려가더니
가슴이 드러나는 옷에 인상이 구겨지고 치마를 보고는 험학해진다.
짧은 치마..오늘 여러명에게 자기 여자의 허벅지가 그대로 눈 요기꺼리 됐을거라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서 견딜 수 없는 재경이었다.
"..강라하.."
재경의 속도 모르고 술은 취해서 비틀거리면서 베베꼬인 혀로 뚤린 입이라고 잘도 말이 비집
고 나온다.
"어..우리 재경이 아니야.??..헤헤..이 누님이 오늘 술 한 잔 했어...헤..딸꾹"
"지금 몇 신지 알아?"
눈을 크게 뜨려고 시계를 들여다보지만 시계가 눈에 들어올 턱이있나..
"음...우헤헤..몇 시인지 모르겠는데요~~~"
"어쭈 지금 애교부리냐? 도대체 얼마나 마셨길래..나랑 술먹으면 취하지도 않으면서"
(재경은 술이 약하다 참고로-그래서 라하의 술주정을 아무리 볼라야 볼 수 없었다)
"헤헤헤헤 들어가자!"
"시끄러. 들어가면 아주 다리몽둥이를 확 부러뜨려 놓을테니까"
재경의 목에 매달리며 장기이자 자랑인 큰 목소리를 여과없이 보여줬다.
"꺄아아 나 다리 없는데 꺄아아아"
라하의 술버릇 둘. 말도 안되는 소리 지껄이기.
저 웃음소리에 몇 사람 흠칫 놀라며 잠자리를 뒤척였으리라..
# 담날 아침
늴리리~늴리리야~늴리리~늴리리야~♬
정겹게 울리는 자명종소리가 흥겨운 민요가락이것만 발로 걷어차버리는 쯧쯧 전직 천하장사
가 아니었나 의심스러운 우리의 강라하선수-
오늘도 어김없이 시계가 무슨 죄라고 뻥 걷어차고는 깔고 뭉개는 선수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네~~~
"으으윽- 머리야...술이 웬수지 웬수야.."
떠지지 않는 눈을 가까스로 뜨고는 하품 쩍쩍 입은 크게 벌리고 기지개를 쭉 펴면서
방문을 나오면 어느의 아침이라면 재경이 부엌에서 앞치마를 두루고 해맑게 웃어보였
을 것이다.
그러나..어제 그 만행을 벌인 아침..
재경은 단단히 화가났는지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아침도 못 얻어먹고 술도 다 해소하지 못 한 아침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열었을 때는 더 죽을 맛이다..
.........58통....부재중 통화....
모두다 어젯밤 재경이 걸었던 전화다.
아마도 단단히 열받아 있겠지- 전화도 안 받고- 옷차림은 어디 나가는 차림이였고... 으윽
거기다 만취해서 들어왔으니....하아....생각만 해도 싫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장편 ]
비공개 마누라는 과격녀-11-
박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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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02 02:48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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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으흑 1빠에요 담편도 얼른 보고 꼬릿말을 달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스위트님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ㅎㅎ재경이가 의외로 술이 약하나보네 ㅋㅋ
3편인가? 라하보다 약했죠 ㅋ 술 약한 부분 개인적으로 맘에 듭니다 ㅎㅎ
음..나능 갠젹으로 희원이가ㅡ0ㅡ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