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9월 13일 시골 동창 카페에 쓴 글 -----
카페를 개설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5개월이 되어 갑니다. 초반에는 글 올리는 것조차 버거워하던 친구들인데 이제는 웬만한 컴도사만큼 좋아졌으며 글 수준 또한 유명한 문학 사이트에 올려도 될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카페를 만들 때는 우리 친구들이 얼마나 잘 따라올까 염려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이제는 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니 정말 기분 캡입니다.
우리들은 이것저것 하다 보니 컴퓨터랑 친해질 기회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얼 물어보면 갑갑하다고 핀잔이나 들었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컴퓨터 학원에 다니기에는 용기가 부족했습니다. 컴퓨터는 아이들 만의 것이 되어 버렸고 우리들은 뒷전에서 힘없이 웃기나 했습니다. 지금도 무엇이라도 잘못 건드릴까 봐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닙니다. 아이들한테 엄마 때문에 무엇이 지워졌다고 야단맞기 때문입니다.
글만 해도 그렇습니다. 예전에 열심히 배웠던 문법은 까맣게 잊었습니다. 띄어쓰기도 이게 맞나 저게 맞나 구분이 안됩니다.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하고 싶은데 쓰다 보면 엉뚱한 말이 됩니다. 한참 쓰다 보면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쓰는 건지 잘 모를 때도 있습니다. 툭하면 잊어먹고 걸핏하면 엉뚱한 얘기를 하게 됩니다.
우리들은 어느새 삶의 주역에서 밀려났습니다. 마음은 아직도 예전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데도 모든 것들에서 한물 간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엄마가 무얼 아냐고 당신이 세상을 아냐고 구박 아닌 구박을 받기도 합니다. 이쁜 여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꼬부라진 할머니도 아닌 누구 말대로 쉰~ 세대 거나 낀~ 세대 취급받습니다.
나는 그러한 모든 것들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들도 얼마든지 삶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카페에서 우리도 아직 허물어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딸아이가 아빠 나이에 채팅하는 분은 우리 아빠뿐일 거라고 말했을 때 그게 아니야 우리들도 너희랑 똑같은 거야라고 말해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 2023년 12월 1일 아침에 -----
최근 어떤 댓글에 <용서를 잘해주는 사람이 좋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 댓글을 보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잠시 반성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습니다.
오래전에 <사랑과 용서는 한쪽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글을 적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랑도, 용서도 잘 모르는 제가 감히 할 말은 아닌데도 그렇게 적었다니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어제는 10년 전 글을, 오늘은 20년 전 글을 찾아서 읽어 보고 있습니다.
50대 초반이었던 나와 70대 초반인 나의 생각은 딱히 달라진 점이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겉은 늙고 추레해졌으나, 속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사실에 약간이나마 위로를 받는 느낌입니다.
게시판과 친해지려 애쓰다 보니 요새 글을 너무 자주 올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썩 편치는 않습니다.
5060 게시판은 하루에 한 꼭지는 괜찮다고 하여, 어쭙잖고 서툰 글이나마 용기를 내보는 중입니다.
첫댓글
저도 가끔은
옛날에 썼던 글에 가보는 때가 있습니다.
글도 늙어가는 가 싶은데요.
지금은 언뜻
지나가는 생각을 적고 싶으나
제 때 못 적으면 잊어벼려요.
사라진 어떤 분,
유달리 별다르게 굴었던 어떤 분
닉을 보면 웃기도 하지요.
나의 일기장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어
가끔은 들여다 보기도 한답니다.
자주 오셔서 좋은데, 눈치?를 보다니요.^^
카페에 쓰는 글은 정성 들여서 쓰는 일기장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게 생각했기에 예전 글이 있는 거지요.ㅎ
오래전에 카페활동을 시작하셨군요
손수건님처럼 20년전에 쓴글은 없지만
저도 조금 시간이 지난 이전 글을 볼때는
글 쓸때의 느낌과 생각이 그다지 바뀐점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미 체화된 신념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겠지요
체화된 신념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에는
OK 입니다.
동창 카페는 제가 만들었는데 요새도 관리하고 있답니다.ㅎ
그 당시 쓴 글 읽어 보면 잊고 살았던 이야기들이 생각나더군요.
용서를 잘 하는 사람이 좋다.ㅋ
젊었을 때보다
확실히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너그러워지는건
살아온 연륜 때문일까요?
끙끙 앓았던 일들도
지나고 보면
별 것도 아니었잖아요.
나이들수록
알면 알수록
그사람 참 좋은사람이라고
누구하고든 평화롭게 잘 지내는 사람이라고
그런 말을 들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들수록 부드러워지는 사람은 운이 좋은 사람이랍니다.ㅎ
제가 보기에도 엄청 부드러워지셨습니다.
@손수건
저 본래 부드러운 사람이거덩요?
갱년기로 까칠할 때도 있었지만요.ㅋㅋ
손수건님. 카페 가입이 20년 전이군요
컴 관련 일을 하시니 카페 가입도 빠르시군요.
이 카페는 쉬려고 왔으니 회원이고 다른 카페는 제가 만들었지요.
저도 오래된 글을 가끔 꺼내어 읽어 봅니다.
기본 생각 달라진 것은 손수건님 처럼 별로 없지만
표현 방법, 글의 숙련도라 할까?
그건 자이가 조금 있는 것 같아
글도 자주 써보아야 되는구나
생각하지요.
자주 뵙게 되니 저는 반갑기만 합니다.
계속 건필 유지하시고 행복하세요.
그동안 너무 바빠서 카페에 글쓰기가 어려웠지요.
이사하면서 시간 여유가 생겨서 글을 써보는 중입니다.
제 경우도 글이란 걸 모르고 살다가
이십년 전 쯤에 386과 비교되는
475라 하는 커뮤니티 카페에 가입하여
글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쓴 글들이 지금도 남아있어
추억의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한스님 말씀처럼 마음은 그대로인데
표현한 방법들이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인 것 같습니다.
크게 보면 세상의 한 흐름이므로 비슷한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직업상 또는 성격상 카페를 직접 만들어야 했을뿐이겠지요.
그런 점에 주목하지 않고
그냥 살았습니다.
동창 카페를 개설하셨다니
활동가이십니다.
정적인 분이라 생각했거든요.
바람이 블면 나무잎은 흔들리지요.
당시에 카페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카페 생활이 오래 되셨습니다 .
그동안 글도 많이 쓰셨군요 .
처음 손수건님의 닉을 보았을때
특이 하다는 생각을 했었고
여자이신줄 알았습니다 . ㅎㅎㅎ
예전에 누가 뭘 사준다고 하면 부담스러워 손수건이나 하나 사주라. 했는데 정말로 손수건을 사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