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정신을 기립시다'는 지난 3월5일 홍제동 화재사고 후 3월8일부터 30일 KBS 119상 시상식까지 소방대원들의 희생·봉사·애국의 정신을 승화된 정신운동으로 펼치고자 KBS가 마련한 특별 캠페인이다.
3월23일에는 현직 소방대원들과 이들의 도움을 받은 수혜자, 그 밖의 여러 분야의 관계자들이 출연해 소방공무원들의 생활과 활동, 당면한 위험과 대처방안 등의 문제들을 대담형식으로 풀어나가는 생방송이 있었다.
본 방송의 취지는 소방대원들의 실상을 이해하고 그 속에 담긴 희생, 봉사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데 있다. 그리고 생방송 진행시 ARS와 계좌안내를 통해 국민들의 성금모금에 앞장섰다.
이날 방송에는 박인병, 김종희, 신혜숙 진압대원과 이희순 구급대원, 그리고 홍제동 참사로 동료를 잃은 이문영, 최시영 서부소방서 진압대원이 자리를 함께했으며, 중앙119구조대 정창영, 김재현 대원도 자리했다. 그밖에 최기용 전국의용소방대연합회장과 아현동 화재시 구조 수혜자였던 김애자씨, 화재진압시 부상으로 인해 장기입원중인 권순방 소방대원의 부인 박병례씨를 비롯해 경원대학 소방안전관리학과 백동현 교수, 김국래 현 서부소방서장, 서울소방학교 이승한 박사 등이 참여했다.
본 방송은 ‘홍제동 사고 그 이후’라는 VCR시청으로 시작되었으며, 참석한 소방관들의 이야기와 소방관들의 근무여건 개선과 대책마련에 대한 순으로 진행됐다.
경력 20년의 박인병 대원은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그 동안의 진압활동 사례를 통해 전달했다. 소방관련 영화를 통해 소방에 입문했다는 최초의 여자 진압대원 신혜숙 대원은 여자대원으로서의 장ㆍ단점과 포부를 말했다.
이승한 박사는 구급대의 제도적 애로점으로 턱없이 부족한 인력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이문영 대원은 “자리를 지키느라 홍제동 참사로 순직한 동료의 문상도 못갔다”고 현실적인 고통을 토로했다.
4년전 화재 출동 중 소방도로확보를 위해 일하다 교통사고로 입원한 독산소방파출소의 권순방 대원의 부인 박병례씨는 권 대원의 병상 이야기와 함께 애환을 전했다.
국내외 대형 사고 구조를 맡고 있는 중앙 119구조대 정창영, 김재현 대원은 지난 대만, 터키 강진때의 구조활동을 얘기하고, 전국의용소방대연합회 최기용 회장은 의용소방대의 구성과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서울 아현동 화재시 소방대원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수혜자 김애자씨가 당시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김애자씨는 당시의 고마움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구청을 통해 목욕봉사를 하고 있다.
소방관들의 근무여건 개선과 대책마련에 대해 김국래 서장은 “2교대에서 3교대로의 전환과 의무소방대 충원, 더불어 소방청이 설립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백동현 교수는 “순직 소방관을 국가 유공자로 지정해 연금과 혜택을 주어야 한다”면서, 소방공제회에 복지기금 마련에 대해 언급했다. 이승한 박사는 선진형 서울중앙방재센터를 추진중이라며, “소방관을 위한 시립병원을 마련해 무료치료을 해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3월30일에는 올해로 6번째 맞는 'KBS 119시상식'이 끝나고, 23일에 이어 '119정신을 기립시다' 방송이 있었다.
이날 방송은 'KBS 119시상식' 수상자와 신주영 소방국장을 비롯해 서울시립대 윤명오 교수(지진방재연구소장), 연세대 가정의학과 인요한 교수가 함께했다. 더불어 지난 23일 방송과 마찬가지로 ARS전화를 통한 성금 모금으로 1시간 15분 동안 진행됐다.
KBS 119상 수상자들의 인터뷰에서 대상을 차지한 서울 동대문소방서 김욱 대원은 “이번에 참사를 당한 소방대원들에게 미안할 뿐이다”는 말로 수상소감을 대신했고, 이어 수상한 대원들의 인터뷰가 있었다.
중앙119구조대 남용식 대원은 화재진압 당시 본인과 동료의 공기통 산소가 모두 떨어져 몇 모금씩 나눠 마시면서 요구자를 구조하고, 가까스로 탈출했던 경험을 얘기했다. 덧붙여 “지난 대만 지진 구조활동 중에 여진이 발생,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마지막 생존자까지 구했다”며 구조대원으로서 맛보았던 보람을 전했다.
부산진소방서의 추승욱 대원은 “소방파출소에서 훔친 놋쇠대야를 고물상에 팔아 한끼 식사값을 마련했던 한 노인이 40년만에 대야 두 개와 음식을 싸들고 왔다”는 말에 장내는 순간 웃음바다가 됐다. 한편, 충남 천안소방서 이대협 대원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이유로 총각 대원들이 장가를 못갈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해 씁슬한 웃음을 자아냈다.
수상대원들의 인터뷰에 이어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개선방향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소방관의 인력부족 해결의 일환으로 대두된 의무소방대에 대해 윤명오 교수는 “소방관은 오랜 훈련을 요하는데 군인들로 이를 충원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의무소방대의 큰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다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소방 출동부담을 줄일 방법을 모색하고, 표준정원제 개선과 함께 의무소방대 활용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소방장비 부족에 대해 윤명오 교수는 “1인당 책임져야 할 국민수는 미국의 10배인 반면, 안전장비는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며 단적인 예를 들었다. 이에 신주영 국장은 “개인장비와 방화복, 안전화 등을 곧 구입할 예정이며 예산은 328억이 소요될 전망”이라는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홍제동 참사 후 화재진화수당(4만원→8만원)과 방화활동비(7만원→17만원)가 인상된 상태, 앞으로도 체계적인 복지정책을 펴 나갈 방침이다”고 밝혔다.
다음으로는 화재진압 중 입은 부상과 그 후의 자비부담 치료, 순직소방관들의 보상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의료일선에 있는 인요한 교수는 “치료에서 재활까지 가능한 전문의료 기관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신주영 국장은 “시행규칙등의 시정으로 치료에서 요양까지 포상하는 방안을 마련해 올4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제는 국민들도 소방조직과 업무에 대해 알아야 할 때다”며 윤명오 교수는 국민의식 개선에 대한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신주영 국장도 윤명오 교수의 의견에 동의를 표하며 국민들의 119장난전화 자제를 호소했다.
소방체제의 문제점에 대해 윤명오 교수는 “홍제동 사고를 계기로 소방관 처우개선이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되었다”면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소방행정, 방재정책을 제대로 수립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도시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신주영 국장은 소방가족과 국민들에게“소방관의 헌신과 참봉사를 잊지말자”고 부탁하면서 “국민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소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방송을 지켜 본 일선서의 소방관들은 “왜 소방청 설립에 대한 언급이 빠졌냐”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에, 신주영 국장은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방송 시간상 소방청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행정자치부 이근식 장관에게 소방청 건립에 대한 설명을 한 상태며, 곧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을것이다.”고 밝혔다.
3월8일부터 3월30일까지 이어진 KBS 특별생방송 좥희생·봉사·애국, 119정신을 기립시다좦는 화재와 구조·구급 현장에서 순직하거나 부상한 소방공무원들을 격려하고 사기를 진적시키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본 방송은 KBS본사와 9개 지역총국이 함께 참여해 모금행사도 함께 펼쳐왔다.
한편 KBS는 3월 10일 '사랑의 리퀘스트'에서도 90분간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119구조대’를 특집으로 생방송한 바 있으며, 이날 방송은 홍제동 화재 현장에서 희생당한 순직 소방관과 부상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고 모금 운동을 전개했다.
본 방송을 담당한 노윤구 차장은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국민을 위해 희생·봉사하는 소방공무원을 알리고,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다”며 방송 취지를 밝히고, “본 방송을 통해 소방공무원의 도움을 받은 국민이 많았다는 것이 증명됐으며, 믿음 또한 대단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ARS를 통해 모금된 금액은 KBS에서 12억 8천 9백만원, MBC는 4억 6백만원으로 각각 집계됐으며, 직접기탁을 통해 2억 7천 7백만원이 접수됐다. ARS의 경우 전화요금납부 여부에 따라 다소 금액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모금된 성금은 순직하거나 부상한 소방관들에게 대한소방공제회를 통해 전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