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경계를 허문
유일무이한 배우, 키라 나이틀리
재개봉 9일 만에 1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비긴 어게인>의 주역, 키라 나이틀리.
시대극부터 현대극에 이르기까지, 그는 매번
다른 얼굴로 나타나 관객에게 놀라움을 안긴다
ⓒalamy
타고난 ‘연기 DNA’
키라 나이틀리는 1985년 3월 26일,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윌 나이틀리는 연극배우,
어머니 셔먼 맥도널드는 극작가였다.
예술계에 종사하는 부모를 둔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배우와 작가의 삶을 가까이에서 접했다.
특히 어머니의 작품을 통해 무대와
스토리텔링에 깊은 흥미를 느꼈다.
키라 나이틀리가 세 살 무렵 부모에게
“에이전트를 붙여달라”라고 요청했다는 일화는
영화 팬 사이에 유명하다.
당시 그는 에이전트가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지만,
에이전트가 늘 집에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에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각각
에이전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집에서는 대본과 연극이
일상적 대화 주제였고,
연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998년 '커밍 홈'에 출연했던 키라 나이틀리.
ⓒalamy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 스틸컷.
ⓒalamy
난독증이라는 난관
키라 나이틀리는 여섯 살 무렵
에이전시와 계약하고 광고를 찍으면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연기 열정에 발목을 잡은 것이 있었다.
바로 난독증이다.
그는 어린 시절 글을 읽기를 어려워해
다른 사람이 대신 읽어주는 내용을
그대로 암기하곤 했다.
학업은 물론 대본을 읽는 것조차 곤란했지만,
배우를 꿈꾸는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 역시
그의 난독증 극복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어린 시절에는 학교 성적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에만 연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조건을 걸고 그를 도왔다.
그는 독서를 도와주는 특수 안경을 착용하는 등
난독증 치료를 위해 분투한 끝에
열 살 무렵부터 글 읽는 데 조금씩 익숙해졌다.
그러다 결국 <이노센트 라이즈>(1995)를 통해
스크린에 첫 데뷔를 한다.
'러브 액츄얼리' 스틸컷.
ⓒalamy
전 세계 매료시킨 ‘낭랑 18세’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시작한 키라 나이틀리가
전 세계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건
<러브 액츄얼리>(2003)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다.
<러브 액츄얼리>의 명장면인
스케치북 사랑 고백 장면에서
고백을 받은 주인공이 바로 그다.
촬영 당시 열여덟 살이었지만,
그만의 감정선과 뛰어난 연기력,
사랑스러운 자태는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이후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2003)를
시작으로 시리즈 3부작에
헤로인 ‘엘리자베스 스완’ 역으로
출연하면서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쌓는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우아한 연기를 선보인 키라 나이틀리.
ⓒalamy
믿고 보는 시대극의 여왕
키라 나이틀리는 고전문학을 영화화한 작품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쳐 보였다.
그의 시대극 연기는 사실적 디테일과
깊은 감정 표현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오만과 편견>(2005)에서는
제인 오스틴의 고전소설 속 ‘엘리자베스 베넷’을
연기해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의 매력을 훌륭히 표현했다.
이 작품은 그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리며
시대극 전문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이후 이언 매큐언의 소설 <속죄>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어톤먼트>(2007)에서는
‘세실리아 탈리스’로 분해
1930년대 영국 귀족사회의
복잡다단한 사랑 이야기와 그 안에서
각각의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풀어냈고,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이 원작인
<안나 카레니나>(2012)에서는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 역을 맡아
열정적이고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을 우아하면서도 섬세하게 연기했다.
키라 나이틀리는 고전 속 여성 캐릭터들의
화려한 외형을 그대로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사, 표정, 몸짓 등 언어적 표현은 물론
비언어적 표현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시대적 배경에 완전히 스며들었다.
그는 고전문학 원작인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감성과 메시지를 스크린을 통해 충실히 전달,
자신만의 고유한 위치를 확립한 배우로
평가받기에 이른다.
'비긴 어게인'에서는
처음으로 직접 노래를 불렀다.
ⓒalamy
다재다능한 팔방미인
한국에서 키라 나이틀리의 이름이
더욱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14년 개봉한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을 통해서다.
영화에서 그는 연인의 배신으로
상처받고 좌절하지만,
음악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캐릭터
‘그레타’를 설득력 있게 연기하며
관객으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냈다.
한국 개봉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으나
관객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누적 관객 수
348만 명을 기록했는데,
키라 나이틀리의 부드러운 연기와
감미로운 OST가 인기 요인으로 손꼽힌다.
키라 나이틀리는 이 작품에서 처음 직접
노래를 부르며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영화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영국 록 밴드 멤버인 남편에게 직접
기타 강습을 받을 정도로
작품에 애정을 품고 임했다.
영화에는 그가 부른 OST ‘Lost Stars’,
‘Like a Fool’ 등이 담겼는데,
특유의 담담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영화의
감성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alamy
Episode.
스크린을 넘어선 영향력
키라 나이틀리는
배우로 생활하면서 자선 활동을 하는 등
사회 이슈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2018년에는
대영제국 훈장을 받기도 했다.
대영제국 훈장은
영국에서 문화적 기여를 한
주요 인물에게 수여된다.
이 훈장은 키라 나이틀리가
영화산업에서 이룬 업적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도 함께 고려한 결과다.
키라 나이틀리의 ‘인생작’,
<이미테이션 게임> 스틸컷.
ⓒalamy
전성기를 다시 쓴 ‘인생작’ 탄생
키라 나이틀리의 연기 경력에 전환점이 된
작품은 <이미테이션 게임>(2014)이다.
이 영화를 통해 그는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시 한번 확고히 했고,
복잡하고 다층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역량을 입증해냈다.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키라 나이틀리는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동료이자
암호 해독가 ‘조안 클라크’ 역을 맡았다.
그는 영화 촬영에 앞서 철저한 사전 조사를 거쳐
조안 클라크가 가진 지적 능력,
여성으로서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강인함,
그 과정에서의 고뇌를 섬세하게 연기했다.
그의 자연스러운 카리스마와 뛰어난 연기력은
독립성과 인간적 면모를 지닌
‘조안 클라크’를 그려내기에 충분했다.
키라 나이틀리는 이 영화에서 단순한 조연이 아닌
영화의 감정적 깊이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로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감독 모르텐 틸덤은 조안 클라크를 조용하지만
설득력 있게 연기한 키라 나이틀리를 두고
“그는 진심으로 이 배역을 원했다.
지적이지만 그 자체로 평가받지 못하는
여성으로서의 상황을 깊이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정말 훌륭한 배우다”라고 치켜세웠다.
런던에서 열린 <블랙 도브>
월드 프리미어에 참석한 키라 나이틀리.
ⓒalamy
멈추지 않는 연기 여정
키라 나이틀리는 2015년과 2019년에 딸을 낳았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엄마인 그는 작품 선택에
이전보다 더욱 신중을 기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 캐스팅 제안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며
“아이들이 죽거나 어머니가 죽는 내용의 작품은
더 이상 할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아이들과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역할과 감정적으로도 너무
힘들지 않은 역할을 찾고 있다”라고 밝혔다.
어느덧 30년 넘게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베테랑’ 키라 나이틀리.
그러나 그의 연기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여전히 “세상은 흥미롭고, 그 안에는
내가 발견하고 싶은 다른 것이 있다”라고 말한다.
ⓒalamy
Info.
‘복수의 화신’으로 컴백한 키라 나이틀리
키라 나이틀리가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 도브>로 돌아왔다.
2024년 12월 공개된 <블랙 도브>는
런던의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스파이 스릴러로, 그는 연인을 위해
복수에 나서는 스파이 '헬렌’으로 분했다.
긴장감 넘치는 플롯과 등장인물의
강렬한 연기가 백미다.
출처 : 덴 매거진(https://www.theden.co.kr)
김보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