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으로 불안한 환자
의사는 좋은 말로 달래고
스트레스 많은 의뢰인
변호사는 관심과 배려로 대해
객관적 조언이 무엇보다 중요
최근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변호사 마음치유센터 설립 관련 설문조사'를 한다는 메일이 왔습니다.
변호사는 과도한 스트레스, 감정노동 등으로 인해 정신건강에 취약할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 마음치유센터를 설립해 심리상담, 정신건강 교육,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는 내용이었지요.
어릴 때부터 이리 치이고 저리 차이던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요즘 세대들은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지요.
부모님의 집중된 관심과 사랑 속에 자라다 보니 조그마한 비판이나 실패에도 정신적, 감정적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변호사라는 직업이 '돈을 받고 의뢰인의 스트레스를 대신 겪어주는' 역할을 하다 보니 더욱 그렇지요.
설문조사를 접하면서 '변호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검사 시절부터 생각해오던 의문이지요.
어떤 분들은 실력이라고 말씀하실 겁니다.
그런데 그건 너무나 당연한 답변이지요.
실력의 문제는 당연한 것이므로 제외하면 무엇이 변호사에게 가장 필요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답은 '의뢰인의 정신적인 안정을 지켜줄 수 있는 힘'입니다.
다른 말로는 의뢰린의 마음을 치료하고 변호해 줄 수 있는 관심과 배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변호사가 의사도 아닌데 어떻게 마음치료까지 하느냐고요.
제가 보기엔 법률적인 영역에서 자기치료를 더 잘하는 의사가 아닌 변호사인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의뢰인이 스트레스를 받아 마음을 다치는 원인 자체가 법률적인 분쟁에 있기 떄문입니다.
의사는 좋은 약도 줄 수 있지만, 법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없는 것이지요.
저는 이것을 '마음 변호'라고 부릅니다.
마음변호는 특히 형시사건에서 필요합니다.
민사나 행정, 가사사건에 휘말려도 스트래스가 없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은 잘못되어도 국립호텔로부터 무료로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는 없지요.
형사사건은 천양지차입니다.
대부분의 의뢰인은 생전 처음 경찰서나 검찰청, 법원에 가본 분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사나 재판을 받는 자체로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지요.
제가 검사로 근무하던 시절에도 그런 분들을 정말 많이 보았습니다.
물론 예전처럼 수사나 재판 종사자들이 민원인을 욱박지르는 시대는 이미 지났지요.
하지만 민원인들은 친절과 불친절을 떠나 수사나 재판과 같은 형사절차의 진행 자체로 심한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렇다면 민원인들의 스트레스나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제가 보기엔 수사상황과 의뢰인의 진술을 토대로 객관적인 조언을 해주는 것이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수사 절차응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내용에 비추어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구속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한지 등을 정확히 설명해 주는 것이지요.
물론 그 과정에서 변호사가 받는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합니다.
시도 떄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에도 마음을 다스리고 의뢰인의 멘탈 유지에 신경을 써주어야지요.
그게 변회인의 숙명이자 임무입니다.
제가 변호사로 일하게 되면서 '마음을 변호합니다'라는 문구를 명함에 쓰게 된 이유입니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전 수원지검 1차장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