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의 배낭여행 경험으로 그 맛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임신 했을 때부터 무려 3여년간 아무곳도 못갔더니 몸이 근질근질 하더군요... 그래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지를 찾고 찾은 곳이 바로 싱가폴이었답니다. 깨끗하죠, 많이 크지 않죠, 대중 교통 좋죠.... 단 열대라 더운 것 빼고는 괜찮겠구나..했는데 출발일이 7월 23일이어서 가기 전에 엄청 걱정을 했습니다...
오후 4시30분 비행기 출발..... 장난감으로만 보던 비행기가 그렇게 크다는 것을 알고(진짜 알고그러는 건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정말 크다'라는 말만 계속 해대던 아들을 보면서 조금 걱정도 됬지요..
그러나 6시간의 비행동안 단 5분도 자지 않고, 서비스되는 간식에 저녁에 아빠와 난생 처음해보는 컴퓨터 게임에 아주 열심히 놀았답니다.... 비행기 착륙한다고 벨트 매라는 방송이 나오는 순간 푹 하고 쓰러져서 잠들어서 트레이더스 텔까지 열심히 안고 왔다는 사실....다음날 아침 밥먹자라고 할때까지 정말 한번도 안 깨고 푹 잤답니다....저는요? 첫날부터 알찬 일정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새벽 2시정도까지 일정 고민 중....신랑과 아들은 꿈나라.....
트레이더스 호텔 : 오차드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을 수 있는 곳에 있는데, 아침엔 10분 보다 짧게 느껴지지만 녹초가 된 저녁에는 20분도 더 걸리는 것 같았음...14kg아들까지 떡하니 앉은 아빠는 더 고생스러웠겠죠? 제가 유모차를 가져가지 말자고 했던 것을 엄청 후회했답니다....호텔은 좋았어요..
아들은 수영장 좋아했고, 우리는 아침 뷔페 좋아했고..... 둘째날 부터는 김치와 쌀밥도 나왔어요..
그 곳이 한국 사람이 많이 안 묵는 곳인지 서양 사람들, 중국 사람들은 무지 봤는데 한국사람은 셋째날쯤 딱 한 가족 봤어요.... 트윈 침대를 예약해놔서 더블룸으로 바꾸는데 친절하게 해주셨고, 방마다 universal 코드가 다 있어서 따라 3구 짜리 전기코드 안 빌려도 되구요.. extra bed 가져다 주는 아저씨에게 방 안에 있는 음료 중 무료가 뭐냐고 그랬더니, 생수 2병은 공짜라 그러시면서 나가시더니 1.5리터 큰 생수를 떡하니 갖다 주시던데요....밤 12시에....청소하는 아줌마도 친절했고 둘째날 나가면서 1달러 놓고 갔더니 다음 부터 생수가 3병이 들어오던데요.... 그런데 싱가폴 영어는 우리가 배우는 거랑 좀 다른가요? 서로 알아듣는데 아주 애먹었답니다.
1일
제일 먼저 일어난 사람도 역시 저였습니다....커튼을 열고 하늘을 봤더니 하늘이 흐리더군요...햇빛이 없겠다 싶어서 새공원을 가려고 한 일정을 바꿔서 조금 더 넓다고 한 동물원을 가기로 했답니다. 밥 먹고 났더니 10시쯤 됬더라구요...오차드역에서 이지링크 2장 사구요...(이거 엄청 편하던데요...)
앙모키오 역까지 가서 택시타려고 나갔더니 호객하시는 분들이 저희를 잡더라구요...동물원 어른 티켓과 트램티켓 2장에 무료로 데려다준다네요....그래서 탔지요....트램을 어차피 타볼려고 했기때문에....
덕분에 시원하고 편하게 동물원 왔습니다. 유모차 8달러에 빌렸습니다...다시한번 유모차 안 가지고 온 걸 후회했지요.... 입장하자 마자 입구에 있는 고릴라 같은 애들 밥 주는 시간이어서 엄청 높은 나무에 있는 애들 밥먹는 것 구경하구 시간을 잘 맞춰갔어요.... 트램 역가서 2번째까진가 가서 공연보고, 다음 공연 시간 기다리면서 사이사이에 있는 애들 구경하고... 여기 홈에서는 반나절 정도면 된다고 하신 분들 많았는데요... 웬걸요... 저희도 그다지 꼼꼼히 안 봤다고 생각하는데요 4시 넘어서 나왔답니다..
공연 챙기고 주변 보고 하면 시간이 그렇게 되더라구요...식사는 에어컨이 있는 식당에서 먹었어요..맛이 없다 그래서 별 기대안했는데 세 식구 모두다 잘 먹었구요.....중간중간에 쿨에어리어 라고 에어컨이 나오는 그냥 집(?)같이 생긴 것이 있습니다. 너무 더운 나라라 그런 것도 있는 것아요... 그런데 방향제를 너무 많이 뿌려서 향이 별루.....그래서 아들 낮잠은 야외 카페테리아에서....의자 2개 붙여놓고 장장2시간을 자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화장실이 신기했어요... 빙 둘러싼 벽이 없고 나무들 이런 것으로 안 보이게 둘러싸놨어요...사진 만 보면 무슨 카페같을것같던데요... 문도 통나무인지 향도 좋구...제일 인상적이었어요.. 잘 보구 동물원 나와서 택시 정거장을 찾는데 잘 안보이고 버스 정거장은 바로 보이고 그냥 버스타자...했더니 바로 오던데요.....운이 좋았어요...엄청 시원하고 자리도 많고...시내 구경 잘하고....앙모키오 역이 종점이더군요....방송이 없어서 언제 내릴까 둘이 고민하던차에 그냥 있다보면 역처럼 생긴 것이 보이겠지(너무 느긋하죠?) 하고 기다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다들 거기서 내렸답니다. 내려서 머라이언을 보러 래플즈플에이스 역까지 갔더니 비가 조금씩 내리던데 무슨 베짱으로 가방에 넣었던 우산을 신랑이 빼버렸는지 조금 아쉬웠지만...다행히 큰 비는 아니어서 아이는 안고 머라이언을 찾아 강가로 강가로 갔지만... 결국 못찾아서 플러톤 호텔로 들어갔답니다.... 두리번두리번....매니저처럼 보이는 여자에게 머라이언 찾는다고 했더니 너무나도 친절하게 지하 층으로 같이 내려가서 쭉 길따라 가주고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앞에까지 설명까지 덧붙이면서 안내를 해줬답니다...덕분에 잘 찾았구요...
플러톤 호텔 쪽에서 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멀라이언이 너무나 작은 거예요....저보다 조금 컸나(제가166) 이상하다해서 봤더니....옆에 큰 멀라이언은 철망으로 쭉 둘러놓고 TAKE A SHOWER 진짜 황당했습니다.... 동물원부터 쭉 걸어다녔던 터라 엄청 다리가 아팠는데...허무할때가....운이다...생각하고 작은 멀라이언이랑 에스플러네이드 배경으로 사진 찍고 선텍시티로 출발.... 에스플러네이 들어가서 좋은 화장실 가보고....
여기서 선텍 찾아가는데....사실 거리는 얼마 멀지 않은 것 같은데....참 힘들게 걸어갔습니다. 아들은 길거리에서 시시때때로 보이는 새들 잡느라고 열심히 뛰다 지쳐서 안아 달라 하고.... 저는 길 찾느라 헤매고...쭉 그냥 길따라 올라가면 되는데요... 신기한 건 그 넓은 인도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가면서 진짜 이상하다 했는데.. 나중에 호텔 들어 갈 때 보니 모두 지하로 다닌다는 사실....아들 하는 말 지하철을 너무 많이 타니까 ‘왜 사람들은 햇님있는 땅으로 안 다니고 무섭게 땅속으로 다녀?’ 여행 내내 지하철 탈때마다 했던 말이랍니다....3살로는 이해가 안 되나봐요....
힘들게 선텍시티가서 구경 좀 하고 퀴신보 갔습니다... 이것도 그 넓고 넓은 곳에서 묻고 물어서 갔답니다...8시쯤 들어갔는데 1자리 비어서 바로 먹었구요....많이 먹었어요...정말..여행가시는 분들은 물어서라도 가볼만 한 식당인 것 같아요..현지인들도 많구....애가 있어서 그런지 계속 신기하게 쳐다보던데요....외국인이라 그런가..... 열심히 먹구 까르푸가 있다고 해서 몇가지 사가려고 찾는데 또 너무 넓어서 묻고 물어서 결국 갔습니다.. 진짜넓더군요.
우유와 쥬스가 목적이었는데 호텔로 가면서 계속 드는 생각...바보짓했구나....돌아다니다 보니 편의점이 심심찮게 보이던데.....오차드역에서 내려서 저는 아들을 안고, 아빠는 쇼핑한 것을 들고 열심히 걸었습니다. 그 많은 쇼핑몰, 백화점 눈도 안 주고, 그냥 묵묵히 걸었죠.
아들만 안겨서 신났습니다. 반짝반짝하는 광고판, 불빛들에 정신없이 ‘저건 뭐야? 엄마 빨리 봐봐....이상해....반짝여.....’ 호텔이 얼마나 반갑던지.....욕조에 아들이랑 몸 담그고 상쾌한 기분으로 자자 했습니다. 우리 아들 좁은 호텔방에 침대가 3개가 있다 보니 번갈아 점프를 하면서 풀쩍풀쩍 열심히 뛰어다닙니다...싱가폴이 좋대요...
첫댓글 정말 자세하게 잘 쓰셨네요.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읽으시느라고 애쓰셨어요....감사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