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것이 건강의 기본입니다. 너무 이완된 것도 좋지 않지만 너무 긴장된 것은 더욱 위험합니다. 현대인들은 늘 긴장된 상태로 지내다 보니 불필요한 질병에 시달립니다."
중국 다롄대 체육대학 부학장인 김상규(55) 교수는 기공사다. 인체에 흐르는 기를 숙련시켜 건강을 유지시키는 전문가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의 인간문화재에 해당할 만큼 능력과 경험을 인정받는 국가급 기공사다. 국가급 기공사는 중국 전역에서 고작 50여명. 그중 재중동포으로서는 유일하다고 그가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의 '건신기공'을 한국에 보급하기 위해 입국했다. 건신기공은 중국에서 예부터 전승된 다양한 기공법을 표준화한 국민 건강 기공법의 하나다. 지난 2002년 중국 정부가 4개 대학의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기공 효과를 과학·표준화했다고 김 교수는 소개했다.
"건신기공은 지금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고 대중화된 기공법입니다. 숙련자만해도 전국에 5천만명을 웃돕니다." 20여개 외국에도 전파된 상태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몇 년 새 수만명의 동호인이 생겼습니다."
건신기공은 오금희, 육자결, 팔단금, 역근경 등 4가지 36개 동작으로 이뤄진다. 오금희는 중국 최고의 의술가로 유명한 화타가 5가지 동물(범, 곰, 학, 사슴, 원숭이)의 장수 동작을 흉내낸 건강 기공법으로 2천년의 역사를 가졌다.
육자결은 예부터 전해진 6가지 호흡법을 일컫는다. "육자결을 매일 숙련하면 오장육부에 질병이 생기지 않습니다." 역근경은 달마대사가 창안한 기공법이고 팔단금은 건강 회복과 질병 치료를 위해 전승된 8가지 동작이다.
"하루 1시간만 투자하면 건신기공의 4종 36동작을 모두 수행할 수 있습니다. 건신기공은 호흡과 동작이 느려 누구나 따라할 수 있고 기법도 간단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작을 제대로 취하면 온 몸에서 더운 기운을 느낄 수 있죠.” 그만큼 운동효과가 크다고 했다. 김 교수는 몸에 기(氣)가 통해야 질병이 근접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체나 사회나 막힌 곳이 많으면 질병과 사고가 빈번하기 마련이죠."
김 교수가 기공을 처음 접한 것은 지난 1974년. 장춘 동북사범대에 입학하면서부터다. "교과목에 기공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만해도 표준화된 기공법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까닭에 온갖 종류의 기공법을 다 익혀야 했다. "태극권과 중화도인공, 양생공 등이 당시 인기있는 기공법이었죠."
그는 1974년 동북사범대 체육학부에 입학한 지 3년 만에 졸업했고 곧바로 교수가 됐다. 당시 문화혁명 말기로 교수 요원이 크게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 졸업생 100명 중 교수가 된 졸업생은 4명이었고 재중동포은 그가 유일했다. 운도 좋았지만 타고난 강골이었다.
그는 대뜸 자신의 몸을 만져보라고 했다. 그의 몸은 어깨에서부터 발끝까지 따뜻한 기운이 흘렀다. 피부도 아기처럼 말랑말랑했다. 그러다 갑자기 힘을 줬다. 순간 그의 온몸이 돌처럼 강하고 딱딱해졌다. "사람 몸은 이래야 합니다. 필요할 때 제대로 된 힘이 발휘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평소에는 이완된 상태가 유지돼야죠." 그는 현대인의 질병이 긴장과 이완의 어긋남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몸을 지나치게 긴장시키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의 부산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02년 동의대 초빙교수로 부산에 와 4년 동안 머물며 동아대에서 체육학(이학)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당시 그의 박사 학위는 고향인 중국 지린성(吉林省)에서 큰 화제가 됐다. "지린성 최초의 체육학 박사였거든요."
당시 그는 추나사로도 명성을 떨쳤다. 특히 부산의 모 대학 총장을 치유한 이력은 부산에서 그의 유명세를 입증하는 데 큰 몫을 했다. 당시 그 총장은 여러 가지 질병 때문에 근육이 굳어 목을 좌우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추나는 글자 뜻 그대로 밀 추와 잡을 나를 뜻합니다. 기공처럼 이완과 긴장을 반복하면서 신체의 기운을 돕는 요법이죠.”그의 추나요법으로 인해 그 총장은 한동안 목을 약간이나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고 그는 주장했다. "기공은 동양의 종합적인 심신수련법 중 하나입니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이뤄 기의 조화를 형성해가는 것이 기공법입니다.”
한편 부산사회체육센터는 내달 1일부터 한달 동안 김 교수가 직접 시연하는 건신기공 특강을 실시한다. 수업은 매주 월,수,금 오전 7시와 오후 6시 두 차례 이뤄진다. 051-744-1181.
참고: 부산일보 홈페이지에서 기사 검색란에 "김상규"를 입력하고 검색하면 기사를 볼 수 있음(10월 29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