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날 요란한 하루의 마무리는 집들이인데 달랑 어머니와 형님부부만 초대한 것에다 형네는 9시가 넘어서야 온다고 하는 바람에 챙기는 의미가 반감이 된다.
역전도 끝나고 어차피 그간 쌓였던 몸과 마음의 짐도 풀어놔야 되는 때라 안선생님과 두철을 먼저 초대해 전초전을 겸한 술자리를 시작한다.
감자탕과 뼈다귀탕에 육사시미, 먹태까지 구색은 다 갖춰졌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달린거리보다도 훨씬 더 긴 이야기 실타래를 풀어놓느라...
어제 아침에 서산으로 올라오려고 싼타페 시동을 거니 피그르르~
전날 부산하게 움직이던 중 실내등을 켜놓고 깜빡했던 것.
부랴부랴 긴급출동서비스를 불러 해결은 했지만 또 하나의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화요일 감찰차량을 타고 옛전군도로를 가던 중 대야 부근의 주유소들이 유난히 싸다고 생각되었기에 이왕 그쪽으로 지나가는 것 거기서 기름을 넣자고...
어차피 새로난 국도로 가나 옛도로로 가나 밀리는 시간대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 괜찮은 시도였다.
하지만 1530원을 1430으로 잘못 봤던 것이라...아무리 봐도 전주보다 비싼 기름값에...헐!
시간은 시간대로 들어가고 여러가지 손해가 줄줄이 따른다.
역전마라톤대회가 그렇게 긴장과 집중을 시켰었나?
이렇게 어이없는...쩝!
아무튼 그렇게 올라온 서산현장은 아직 전기공정이 시작되지 않았기에 한가하다.
여러가지 주변정리를 하는 것으로 일과를 마무리하고 저녁에도 소박하게 밥 챙겨먹고 일찍 자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기본적인 채비를 갖추고 난 뒤 밖으로 조깅을 나선다.
시간상으론 1시간 넘게 여유가 있길래 지난번에 가봤던 부춘산의 다른쪽 자락을 탐사해보기로 마음을 먹고 시청방향 북쪽을 향해 출발~
숙소 원룸촌을 나선 뒤 바로 조깅모드로 달리기 시작해 호수공원을 지나 직진으로 계속 올라갔는데 마음속의 지도는 반듯이 북쪽으로만 간 반면 실제로는 이 길이 서쪽으로 구부러져 올라가는 바람에 지난번과 같이 시청대신 서산문화원이 나온다.
총신이 휜 장총으로 사격을 한 것처럼 그렇게 오조준이 된 셈인데...
도로에서 달리는 사람이 항해지도를 들여다 보는 것도 아니고 이런땐 그저 반복되는 경험 밖에는 방법이 없다.
서산문화원부터 시작되는 포장길 오르막을 끝까지 올라가니 베드민턴장이 나오고 그 끝엔 산자락엔 서산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
도서관 옆으로 해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희미하게 있길래 거기를 따라 능선까지 올라가보니 지난번에 갔었던 그 능선길과 통한다.
이번에는 서광사 방향으로 하산하지 않고 정상 전망대라는 표지판을 따라 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따라가보니 아주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공원이 나오고 그 한가운데엔 전북대 도서관 옆 물탱크 모양을 한 전망대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높이가 14.5m라고 쓰여 있는데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가보니 서산시내가 대부분 시야에 들어오는 장관이 펼쳐진다.
날이 흐려서 시야가 맑지 못한 게 흠인데 어차피 날이 맑아 다 보인다고 해도 시가지 전체를 다 꿰고 있는 게 아니기에 이만하면 만족.
돌아오는 길엔 제대로 산길의 입구와 부춘산체육공원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이정표를 따라 하산했는데 아까 올라갔던 바로 옆으로 길다란 아스팔트 길이 옥천사까지 이어져 있다.
이제 다음번에 올라올 때는 확실히 직빵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건 산길을 찾는 것에 한하는 것이고 시청앞 오거리를 지난 뒤엔 또다시 방향을 잘못 잡아서 한참 이상한 방향으로 달리다가 호수공원 쪽으로 길을 찾아 돌아온 것.
지난번보다 더 많이 돌아다녔지만 처음부터 계속 달려서 돌아다녔기에 시간은 오히려 덜 걸려서 숙소를 출발한지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다.